멜리사 스톡웰: 불가능을 선택하다

미국의 파라트라이애슬론 선수, 멜리사 스톡웰 (Photo by Harry How/Getty Images)
미국의 파라트라이애슬론 선수, 멜리사 스톡웰 (Photo by Harry How/Getty Images)

2004년 4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사제 폭탄이 터져 정기 호송 임무를 수행하던 멜리사 스톡웰의 다리를 앗아갔습니다. 미국 여성으로서 전투 중에 팔다리를 잃은 경우는 스톡웰이 처음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스톡웰은 멈추지 않고 나아가 두 차례의 패럴림픽에 참가했고, 리우 2016에서는 파라트라이애슬론 동메달을 차지하는 데 이르렀습니다. 이 모든 일들의 출발점에는 한 번의 선택이 있었습니다.

2004년 4월 13일, 미육군장교 멜리사 스톡웰이 차에 올라탔습니다. 다음날부터 맡게 될 물품 호송 임무에서 활용되는 경로를 익히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라크로 파병된 지 겨우 1달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부대를 나와서 차로 10분 정도 이동했을 때 지하차도가 나왔습니다. 지하차도에 진입하니 귀청이 터질 듯한 소리가 나더군요. 말 그대로 쾅 하더니 검은 연기가 퍼졌습니다.” 스톡웰이 <올림픽 채널>과의 독점 팟캐스트에서 그날의 사건에 대해 풀어놓았습니다.

“쇠 냄새가 났고 차량들이 갑자기 방향을 틀었습니다. 결국에는 길가에 설치돼 있던 폭탄을 건드렸습니다.”

스톡웰이 타고 있던 험비는 어느 지역 주민의 집을 들이받았고, 피투성이가 된 채 현장을 빠져나온 스톡웰은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로서는 운 좋게도 뒤따라오던 차량에 의무병이 타고 있었습니다. 제가 다쳤다는 사실을 알고 의무병이 급하게 달려와서 조치를 해줬습니다. 구급처치였던 듯했는데 그 덕분에 정말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출혈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제 다리가 없어져서 절단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지금은 저도 알고 있지만요. 다리 하나로 살아갈 새로운 인생의 첫 번째 날이었습니다.”

그 한 번의 선택이 가진 힘이 …

수많은 점에서 제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선택의 힘

인생을 뒤바꿀 만큼의 순간을 겪고 난 후에는 현실을 부정하거나 자기연민에 빠지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스톡웰은 신중하게 “손실은 손실대로 받아들이고 나아가자”는 선택을 했습니다. 스톡웰 스스로의 표현에 따르면 “결코 꿈조차 꾸지 않았던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간” 선택이었습니다.

‘선택의 힘’은 스톡웰이 인생의 모토로 삼는 철학이자 자서전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스톡웰은 최근 자서전 <선택의 힘: 부상병에서 세계챔피언까지의 여정(The Power of Choice: My Journey from Wounded Soldier to World Champion)>을 출간한 바 있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의 인생이 각자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한 번의 선택이 가진 힘이 수많은 점에서 제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줬던 것입니다.”

꿈에 다시 불을 붙이다

성장기 스톡웰은 체조 선수로 재능을 보였습니다. 언젠가는 올림픽에도 나가겠다는 꿈을 품을 정도였죠. 그리고 다리를 잃은 후 스톡웰은 패럴림픽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스톡웰이 재활 치료를 받던 월터 리드 육군의료센터에 미국 대표로 패럴림픽에 출전했던 존 레지스터가 방문했던 것입니다. 새로운 무대를 발견하면서 스톡웰은 어린 시절의 꿈에 다시 불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올림피언이 되고 싶었는데, 제게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두 번째 기회가 온 듯했습니다. 이제는 장애인선수로서 대회에 나간다는 점만 달라졌을 뿐입니다.” 

하지만 스톡웰이 꿈을 이루기 위해 택한 길은 체조가 아니었습니다. 재활 치료의 일환으로 시작했던 수영에 곧바로 인연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다리를 잃고 나서 처음으로 물에 들어갔을 때 … 다시 완전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게 한쪽 다리가 없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것 같았어요. 물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때부터 스톡웰의 꿈도 날개를 달았습니다. 패럴림피언이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당시로서는 완전히 “승산 없는 모험”처럼 보이는 목표였을지라도 말입니다.

“제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여러모로 많이 부족했던 시대였습니다. 저도 갈 길이 멀었고요. 하지만 현실로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고 싶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 사이에 20초가 빨라졌다는 것.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믿기 어려웠습니다.

꿈을 이루다

“나팔이 울렸다. 선수들이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나는 전속력으로 엘리자베스를 제쳤다. 열심히 했지만 첫 100m 구간에서는 신중하다고 하기에는 약간 더 무모하게, 더 빠르게 헤엄쳤던 모양이다. 스스로도 이 속도를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베이징 패럴림픽에서의 마지막 도전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이었다.” 멜리사 스톡웰의 자서전 <선택의 힘>에 담긴 내용 중 일부입니다.

중국에서 베이징 2008 패럴림픽이 개최되는 시점은 스톡웰이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지 겨우 4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패럴림픽 예선에서 스톡웰은 미국 대표팀 선발의 꿈과 희망을 안고 수영장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날,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본인조차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속도로 헤엄쳤던 경기를 끝내고, 스톡웰은 물속에서 빠져나와 스코어보드를 쳐다봤습니다.

스톡웰의 기록 옆쪽으로 두 개의 단어가 함께 적혀 있었습니다. 미국 신기록.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같은 날 먼저 펼쳐졌던 경기에서는 20초나 느린 기록을 냈던 스톡웰이 5분03초로 미국 신기록을 경신하며 세계 3위로 올라섰던 것입니다.

“미국 신기록은 쳐다보지조차 않았었습니다. 패럴림픽 예선 당시에는 저하고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에요. 아시겠지만 … 아침부터 저녁 사이에 20초가 빨라졌다는 것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믿기 어려웠습니다.”

2008 베이징 패럴림픽 수영 여자 400m 자유형 S9 종목에 참가한 미국의 멜리사 스톡웰. (Photo by Mark Kolbe/Getty Images)
2008 베이징 패럴림픽 수영 여자 400m 자유형 S9 종목에 참가한 미국의 멜리사 스톡웰. (Photo by Mark Kolbe/Getty Images)
2008 Getty Images

패럴림픽 영광으로의 여정

베이징 패럴림픽은 스톡웰에게 아쉬움만 남긴 채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출전했던 3개 종목 모두에서 결선에 오르지 못했던 것입니다.

스톡웰도 당시의 실망감을 떠올리며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렇지만 베이징에서의 경험은 스톡웰의 앞에 놓인 영광에 이르기까지 여러 의미에서 촉매제로 작용했습니다. 2009년도에 파라트라이애슬론이라는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되었고, 그 결정이 즉각적인 성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 베이징 2008 이후 말이에요. 참 재미있죠.”

“저 스스로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어요. 스물여덟 살이면 나이도 너무 많고, 패럴림픽에 계속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요. 그리고 2009년에 트라이애슬론을 하고서 사랑에 빠졌습니다. 이 종목에 완전히 푹 빠져버렸어요.”

이듬해인 2010년 스톡웰은 ITU 세계 파라트라이애슬론 선수권대회에서 챔피언으로 등극했고, 이어서 2011년, 2012년에도 굳건히 왕좌를 지켰습니다.

리우에서 가장 행복한 동메달리스트

2016년, 스톡웰이 마침내 패럴림픽에서 영광의 순간을 맞았습니다. 당시 아기를 낳은 이후 프로 무대로 복귀할 기회를 보고 있던 스톡웰을 위해 미국 대표팀에서 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3차례나 세계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던 스톡웰에게도 패럴림픽 포디움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렇지만 스톡웰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일을 또 한 번 이뤄냈습니다. 미국이 여자 파라트라이애슬론 메달을 독차지한 가운데 3위로 동메달의 주인공이 된 것이었습니다.

스톡웰에게는 평생토록 마음에 간직할 순간이었습니다.

“아시겠지만, 꿈이 이루어진다고 하면 너무 식상하잖아요. 그렇지만 실제로 제게 그런 일이 일어났고, 동메달을 땄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금메달처럼 느껴졌어요. 리우에서 가장 행복한 동메달리스트였죠. 통제가 안 될 정도로 순수한 기쁨을 누렸습니다.”

4년이 흐른 지금, 40세의 스톡웰이 다시 한 번 꿈을 꾸고 있습니다.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미국 대표팀이 금, 은, 동메달을 모두 휩쓸도록 만들겠다는 꿈입니다. 28세의 나이로 베이징 2008에 출전했을 때 스스로 “너무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던 스톡웰로서는 이 여정을 계속해나가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입니다.

“도쿄에서 다시 미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시상대에 오르는 것이 목표입니다. 미국 대표팀이 이번에도 메달을 독차지할 수 있다면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테고요. 그렇기 때문에 리우에서 같이 경기에 나갔던 동료들과 함께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같이 훈련하면서 서로에게 자극도 되고, 서로 힘도 불어넣어줄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그 두 선수와 함께 다시 한 번 시상대에 서고 싶습니다.”

부상병에서 패럴림픽 영광의 주인공으로 거듭난 스톡웰이 또 한 차례 꿈을 이루는 데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멜리사 스톡웰과의 인터뷰 전문은 아래 올림픽 채널 팟캐스트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멜리사 스톡웰과의 팟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