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선미, 부부 동반 패럴림픽 메달의 꿈

2012 런던 패럴림픽 휠체어 펜싱 경기가 열리고 있는 ExCel. 2012년 9월 5일
2012 런던 패럴림픽 휠체어 펜싱 경기가 열리고 있는 ExCel. 2012년 9월 5일

런던 2012를 통해 한국 여자 휠체어펜싱 선수로는 최초로 패럴림픽 무대를 밟았던 김선미.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검을 내려놓았던 때도 있었지만, 2017년 복귀 이후 명실공히 국내 최강자로서의 위용을 뽐내고 있습니다. 이제 김선미는 8년만의 패럴림픽 출전을 넘어, 역시 휠체어펜싱 선수인 남편과 함께 메달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한국 여자 휠체어펜싱 사상 최초의 패럴림픽 출전, 장애인아시안게임 3연속 참가 및 메달, 매해 전국장애인체전 석권. 모두 김선미가 일구어낸 결과물입니다.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된 2010년부터 지금까지 김선미는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서 한국 휠체어펜싱의 간판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중학생 때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하지를 절단해야 했던 힘든 상황에서 김선미는 휠체어펜싱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휠체어펜싱 국가대표 김기홍 선수의 권유로 시작했던 운동에 푹 빠지게 되면서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른 것입니다.

하지만 김선미의 선수 생활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2010년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개인 에페 은메달, 런던 2012 단체전 8강,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펜싱 전종목 동메달 등 화려한 커리어를 써내려가던 김선미였지만 팍팍한 현실에 지쳐 고민이 깊어졌던 것입니다. 결국 김선미는 인천 대회를 마지막으로 검을 내려놓고 웹디자이너 자격증을 취득해 회사원으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펜싱을 향한 열정까지 내려놓을 수 없었던 김선미는 결국 다시 검을 잡았습니다. 2017년, 한 기업에서 실업팀을 창단하면서 김선미에게도 소속팀이 생겼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휠체어펜싱으로 돌아온 김선미는 그 해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 에페 동메달을 차지하며 복귀를 신고했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도 개인 에페 동메달을 획득하며 여전한 기량을 뽐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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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휠체어펜싱의 역사를 새로 쓰다 - 김선미 선수 ⠀ 국내 여자 휠체어펜싱 선수 중 최초로 패럴림픽에 출전 👍 2010년부터 국내 대회는 물론 국제 대회까지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데요 🥳 ⠀ 좋아하는 운동을 그만둘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열정과 노력으로 달려온 김선미 선수 👏 ⠀ 구슬땀 흘리며 노력한만큼 멋진 결실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 ⠀ 김선미 선수의 자세한 이야기는 KPC SPORTS 3월 호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 ▶ 장애인체육의 모든 것 @kpcsports ⠀ #대한장애인체육회 #장애인체육 #장애인스포츠 #KPC #김선미 #휠체어펜싱 #역사 #노력 #열정 #광고모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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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서 휠체어펜싱을 전업으로 하는 선수를 찾아보기 힘든 국내 환경에서 김선미는 대들보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휠체어펜싱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주변에 여자 선수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주로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고, 오히려 그 덕분에 김선미는 힘과 속도, 섬세함까지 두루 갖춘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 여자 휠체어펜싱의 저변이 좁다는 데에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선미는 과거 전국장애인체육진흥회와의 인터뷰에서도 “앞으로 더 많은 여자 펜싱선수들이 팀에 합류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이제 김선미의 다음 목표는 도쿄 2020에 출전해 메달을 손에 넣는 것입니다. 김선미의 목표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바로 남편과 함께 메달을 따 ‘부부 동반 패럴림픽 메달’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노린다는 데 있습니다. 남편 박천희 선수 역시 한국 남자 휠체어펜싱의 독보적인 선수로, 김선미가 6관왕에 올랐던 2019년 전국장애인체전에서 박천희도 5관왕을 차지하며 부창부수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COVID-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이천훈련원 재개방 일정이 거듭 미뤄지는 가운데, 김선미와 박천희는 개인 트레이닝 및 비대면 훈련을 진행하며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직접 검을 맞대며 훈련할 때에 비해 분명히 한계가 있지만, 도쿄 2020까지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입니다. 올해 예정대로 패럴림픽이 개최됐다면, 지난해 말 손목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던 김선미로서는 랭킹포인트를 확보하는 데 부담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김선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실 손목 뼈가 붙자마자 올림픽 준비를 해야 해 절망하기도 했다”며 솔직한 심경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어찌 보면 1년이라는 시간이 힘들지만 제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2월, 김선미는 손목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참가한 에게르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도쿄 2020에 한걸음 더 다가갔습니다.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김선미는 내년 패럴림픽 출전을 넘어 부부 동반 메달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