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릭 데레날라기의 피지행, 장벽을 깨기 위한 움직임

2019 아라푸라 게임 남자 오픈 원반던지기 휠체어 종목에 참가한 피지의 데렉 데레날라기.
2019 아라푸라 게임 남자 오픈 원반던지기 휠체어 종목에 참가한 피지의 데렉 데레날라기.

'패럴림픽에서 피지 유니폼을 입고 피지 국기를 보게 된다면 굉장한 영광이 될 것입니다. 마무리를 짓기에 아주 좋은 길이 되고, 피지에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영국의 패럴림피언 데릭 데레날라기가 고향 피지로 국적을 바꾸었습니다. 태평양의 섬나라에 퍼져 있는 장애에 대한 터부를 깨뜨리기 위해서입니다.

데레날라기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군 복무를 하던 중 무릎 위쪽으로 양다리를 모두 잃었지만, 그동안 살면서 누려온 특권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급조폭발물(IED) 폭파로 수술대에 올라 사망선고까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데레날라기는 선진국에서 생활하며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2012년에는 영국 대표로 네덜란드 스탓스카날에서 펼쳐진 유럽 장애인 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해 금메달의 영예까지 안았습니다.

풍부한 경험을 통해 봤을 때, 데레날라기는 고향 피지에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는 데 지금보다 좋은 시기는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부상을 입은 뒤 아내와 함께 피지로 돌아갔을 때, 장애인들이 2등급 시민으로 분류된다는 것이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장애인들 모두 차별을 당하고 있어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국에서 살며 데레날라기는 패럴림픽이 영국에 가져다준 사회적인 변화를 직접 목격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피지 국민들에게도 그와 같은 문화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피지 사람들은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호주나 영국 사람들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죠.”

아태장애개발센터(APCD)에 따르면 피지에서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장애 발생률이 10% 높지만, 장애인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입니다.

“피지에서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일반 학교에 입학하지 못합니다.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 학교에 따로 떨어져 있게 되고, 바로 거기에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장애아동들은 성장하면서 스스로를 아웃카스트처럼 생각하고, 다른 아이들에게서 떨어져 나온 존재처럼 보게 됩니다. 취직을 한다든가, 미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피지에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습니다. 장애가 어떤 일들을 이루는 데 벽이나 한계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바라요.”

영국 대표팀 소속으로 2012 런던 패럴림픽 남지 원반던지기 F57/58 결선에 출전한 데렉 데레날라기. (Photo by Julian Finney/Getty Images)
영국 대표팀 소속으로 2012 런던 패럴림픽 남지 원반던지기 F57/58 결선에 출전한 데렉 데레날라기. (Photo by Julian Finney/Getty Images)
2012 Getty Images

이유 있는 싸움

데레날라기에게 국적 변경 자체는 쉬운 결정이었지만, 다른 쪽에서 난관을 맞았습니다. ‘이유 있는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선수로서 받던 재정적인 지원을 포기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영국에서는 선수가 재정 지원을 받으면 기본적으로 직업을 갖는 것입니다. 장애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살핌을 받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요.”

“하지만 피지나 태평양 지역에서는 아주 큰 문제가 있습니다. 엄청난 차이가 있죠.”

데레날라기는 그 차이가 단지 장애에 대한 문화적인 인식뿐만 아니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최고의 수준에서 경쟁할 기회를 얻는 데 있어서 태평양 지역이 선진국들에 비해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도 극명하게 드러낸다고 보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어디든 가서 경쟁할 수 있습니다. 저만 살펴주는 것이 아니라 제 아내와 제 커리어까지 살펴주죠. 지낼 곳, 여행 경비, 모든 것들을요.”

“훈련, 물리치료, 식단, 모든 것들에 신경을 씁니다. 영국 대표로 출전하는 선수는 경기에 나가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최선의 능력을 다하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태평양 지역 선수와 비교한다면 너무 많은 것들이 가해지는데, 옳지 않은 일입니다. 태평양 지역 선수들은 경기뿐만 아니라 항공료, 숙소, 음식까지 걱정해야 해요. 선수에게 스트레스를 더하는 요소예요.”

공동체의 힘

지금까지 운동을 하면서 받아온 지지와 응원에 더욱 크게 감사하는 마음에서, 데레날라기는 피지 대표로서 처음 출전했던 2019년 호주 다윈에서의 아라푸라 게임을 떠올렸습니다.

고국의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는 데에서 우러나오는 자부심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음에도, 데레날라기는 피지가 대표팀 선수들에게 유니폼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결국 유니폼을 입게 되기는 했지만 순전히 운이 좋았던 덕분이었습니다. 다윈에 피지인 공동체가 있는데, 우리에게 유니폼을 사주기 위해 수니아라는 분께서 많이 애써주셨습니다.”

“우리가 입을 수 있게 조끼를 사주시고, 다윈에 있는 프린팅 업체를 통해 프린팅도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많이 애써주시는 분이 계셔서 엄청난 힘이 됐습니다. 덕분에 우리도 웃을 수 있었고, 팀에 큰 용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데레날라기에게 재정적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참여와 프로그램의 정립입니다.

“태평양 지역 선수들도 지역을 대표해 세계적인 엘리트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프로그램이 선수들의 뒤를 받쳐준다면 말이죠.”

“하지만 적절한 프로그램과 코치, 재정적 지원이 없다면 과거와 똑같을 것입니다.”

현재 데레날라기는 피지를 대표해 내년 도쿄 2020에 출전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패럴림픽에서 피지 유니폼을 입고 피지 국기를 보게 된다면 굉장한 영광이 될 것입니다. 마무리를 짓기에 아주 좋은 길이 되고, 피지에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리우 2016 패럴림픽 당시 피지 대표팀은 2명뿐이었지만, 도쿄에서는 더 많은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출처: Paralympic.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