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시드니 올림픽을 지배했던 불굴의 사자들

2000 시드니 올림픽 남자 축구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스페인을 5-3으로 꺾고 기뻐하는 카메룬의 로렌,. Robert Cianflone/ALLSPORT
2000 시드니 올림픽 남자 축구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스페인을 5-3으로 꺾고 기뻐하는 카메룬의 로렌,. Robert Cianflone/ALLSPORT

올림픽의 역사속에는 ‘인크레더블 팀’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성과를 낸 팀들이 존재합니다. 도쿄 2020을 통해 올림픽을 빛냈던 잊을 수 없는 팀과 스타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만나보세요. 시리즈의 이번 시간에는 시드니 2000에서 금메달을 따낸 카메룬의 남자 축구 대표팀을 살펴봅니다.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생각으로 시드니에 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험을 하기 위해 갔어요.”

-카메룬의 스트라이커 패트릭 서포, ESPN과의 인터뷰에서.

전설의 시작

결과를 알고 되돌아보면 많은 것이 보입니다.

2000년 시드니에서 역사를 만든 카메룬 대표팀을 돌이켜보면, 그들이 사실상 아프리카의 가장 위대한 축구팀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골키퍼 카를로스 카메니의 선방이나 2003-2004 시즌 프리미어 리그 무패 우승을 달성한 ‘무적’ 아스날의 핵심 멤버 로렌의 활약은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쉽게 눈에 띄니까요. 그리고 아마 아프리카의 가장 위대한 선수라고도 부를 수 있는 세 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자, 사무엘 에투의 놀라운 경력만으로도 이 팀이 얼마나 특별한 팀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00년은 이런 성과들이 아직 일어나기 전이었고, 그 당시 카메룬 대표팀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장래성' 뿐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인 1990 월드컵에서 로저 밀러가 이끄는 카메룬은 마라도나가 이끄는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에 승리하는 이변을 일으켰고, 8강까지 진출했습니다.

그다음에는 시드니보다 4년 앞선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제이제이 오초아와 은완코 카누가 이끄는 나이지리아의 슈퍼 이글스가 아프리카 최초로 올림픽 축구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하지만 카메룬의 사자들은 올림픽이 열리는 해인 2000년 2월 13일에 펼쳐진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로 나이지리아를 꺾고 아프리카 최고의 팀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당시 카메룬은 2골 차로 앞서 나갔으나, 동점을 허용하고 승부차기로 향했고, 결국 리고베르 송이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승부차기를 성공하며 우승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몇 달 후 시드니에서 있을 올림픽 무대에서의 모험에서도 이 경기가 거의 똑같이 반복될 것이란 사실을 그 당시에 알았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2000 시드니 올림픽 남자 축구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카메룬 대표팀의 피에르 워메. Gary M Prior/Allsport
2000 시드니 올림픽 남자 축구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카메룬 대표팀의 피에르 워메. Gary M Prior/Allsport

최대의 승리

“카메룬 선수들은 공격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 전술은 우리가 공격할 때면 다른 팀은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이죠.” "– 카메룬 감독 장 폴 아코노, LA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결승전으로 향하는 카메룬의 첫 번째 큰 장애물은 브라질과의 8강전이었습니다. 37,332명의 관중이 두 팀의 경기를 보기 위해 축구장으로 사용된 브리즈번 크리켓 그라운드에 입장했고, 카메룬은 미래의 첼시 스타 알렉스와 인터밀란과 유벤투스에서 주연을 맡았던 수비수 루시오, 그리고 축구계를 빛낸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인 호나우지뉴를 포함한 브라질 선수단에 맞섰습니다. 

전반 25분 패트릭 음보마가 25m 프리킥을 성공하며 카메룬이 앞서 나갔습니다. 그러나 종료 직전 카메룬의 제레미와 아론 은귐바트가 레드카드를 받으며 경기는 혼란에 빠졌고, 호나우지뉴가 94분에 놀라운 프리킥으로 경기의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것으로 승부는 결정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연장전이 시작되자 카메룬은 공격을 계속했습니다. 결국 연장 후반 113분 모데스테 음바미가 18 야드 밖에서 골문 모서리에 골을 적중하며 골든골 승리를 확정했습니다.

사자들은 브라질은 넘어 계속해서 전진합니다.

4강전에서 칠레에 2-1로 역전승을 거둔 카메룬은 결승전에서 스페인을 만났고, 시드니 올림픽에서 경험한 경기 중 가장 험난한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시드니 올림픽 경기장에 입장한 104,000명의 관중은 녹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사비와 카를레스 푸욜 같은 선수들과 대결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스페인 대표팀은 올림픽 챔피언이란 타이틀을 향한 힘찬 출발을 보여줬습니다.

역사는 조용히 지켜보며 때를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불과 7개월 전, 카메룬은 나이지리아에 2-0으로 앞서다 동점골을 내주고 승부차기에서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카메룬이 먼저 두 골 뒤쳐진 입장이 됩니다. 게다가 그 중 첫 골은 78초 만에 허용한 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불굴의 사자들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카메룬은 사무엘 에투를 앞세워 후반전의 분위기를 바꿔놓았고, 후반 53분에 나온 아마야의 자책골 이후 5분 뒤에는 에투가 득점을 올리며 경기는 2-2 동점이 되었습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승부차기가 시작되는 상황. 카메룬과 올림픽 영광 사이에는 다섯 번의 볼터치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음보마, 에투, 제레미, 로렌, 웨메. 이 다섯 명의 킥은 모두 성공했고, 이들은 카메룬에게 최초의 올림픽 축구 금메달을 안겨준 영웅이 되었습니다.

결국 스페인과 카메룬의 승패를 결정지은 것은 골대를 맞고 튀어나온 스페인의 키커, 아마야의 공 하나 뿐이었습니다. 가장 근소한 차이로 메달을 내준 스페인에겐 정말 잔인했던 이 여정의 끝은 카메룬에게는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 카메룬 축구 최대의 승리로 남아 있습니다.

ESP v CMR - 남자 축구 | 시드니 2000 다시보기
02:55:53

금메달 결정전

핵심 선수들

올림픽 축구는 기본적으로 23세 미만 선수들만 참가할 수 있으며 국가별 최대 3명까지만 연령 제한 없는 와일드카드로 참가할 수 있습니다 . 따라서 올림픽 축구의 선수 명단을 보면 앞으로 수 년 동안 세계 축구를 밝힐 별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카를로스 카메니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참가했을 때 겨우 16살이었지만 브라질과의 8강전에서 맹활약하며 영웅이 되었습니다. 당시 바르셀로나 B에서 뛰고 있던 패트릭 음보마는 총 4골을 터뜨려 카메룬 최다 득점자가 되었고, 이후 57경기 33골이란 뛰어난 대표팀 커리어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스타로 떠오른 것은 스페인전 후반에 동점골을 기록한 에투였습니다.

결과를 알고 있는 지금와서 보면, 스페인의 최종 수비라인을 돌파해 골키퍼를 뚫고 넣은 그 골은 아프리카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성장하는 커리어의 청사진을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이후

카메룬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2002년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에서 우승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 15년 동안 다른 주요 국제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고, 15년이 지난 뒤 2017년 결승전에서 이집트를 2-1로 꺾고 다시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그러나, 시드니 2000을 빛냈던 카메룬 선수들은 유럽 최고의 구단들에서 대단한 커리어를 쌓아갔습니다.

현재 37세인 카메니는 에스파뇰과 말라가에서 뛰었으며, 2019년까지 터키의 페네르바체를 대표했습니다. 레프트백 피에르 우메는 2006년 인테르 밀란에서 세리에 A 우승을 차지했으며, 그전에는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습니다. 골잡이 영웅 패트릭 음보마는 파리 생제르맹과 파르마에서 활약한 뒤, 감바 오사카, 도쿄 베르디, 비셀 고베 등 일본에서 뛰었습니다.

그리고 에투가 있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3회, 아프리카 대륙컵 2회, 스페인 라리가 우승 3회, 아프리카 올해의 선수상 4회, 올림픽 금메달. 시드니의 스타, 에투는 축구화를 신었던 아프리카의 운동 선수 중 지금까지도 가장 영향력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