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기생충, 싸이 그리고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

리우 데 자네이루, 브라질 – 8월 12일: 여자 핸드볼 B조 프랑스 대 대한민국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는 유은희 (Photo by Lars Baron/Getty Images)
리우 데 자네이루, 브라질 – 8월 12일: 여자 핸드볼 B조 프랑스 대 대한민국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는 유은희 (Photo by Lars Baron/Getty Images)

도쿄 2020 본선 진출로 올림픽 10회 연속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운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2004년의 영웅들이 걸었던 길에서 용기를 얻고 있습니다. 올림픽 채널이 준비한 유은희 선수 독점 인터뷰와 함께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에 대해 알아보시죠.

BTS는 세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보이그룹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K-Pop의 제왕,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30개국에서 차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한류’는 문화의 글로벌 무대에서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K-스포츠의 ‘한류’ 역시 스포츠계에서 빛을 발하고 있죠.

토트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 김연아의 뒤를 이어 피겨 스케이팅 정상을 노리는 유영, 그리고 메이저 리그에서 활약하는 최지만, 추신수.

하지만 K-스포츠 한류에는 이들 보다 먼저 세계 무대에서 성공의 역사를 써온 원조.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있습니다.

여자 핸드볼은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에서 대한민국이 최고의 성적을 거둔 종목이기도 한데요, 그러나 1988 서울 올림픽과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2004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여자 핸드볼은 정작 본국에서 성적만큼의 인정을 받지 못해왔습니다.

여자 핸드볼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결국 극장을 통해서였죠.

하지만 그 영화를 통해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이 이룩한 수많은 영광의 순간 중 최소한 한 장면만은 모두에게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2004년, 올림픽 레전드 오성옥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금메달전까지 진출했고, 덴마크와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게 됩니다. 노장들로 구성된 대표팀의 이 영웅적인 활약 이야기는 이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로 제작되고, 흥행에도 성공하죠.

이 영화는 디즈니의 마법에 걸린 사랑(Enchanted), 조니 뎁과 헬레나 본햄-카터가 주연한 팀 버튼의 스위니 토드, 그리고 ‘고질라가 블레어 위치를 만났다’는 카피를 내세운 클로버필드 등의 영화를 누르고 3주간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핸드볼이라는 스포츠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여성의 역할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비판하는 메시지도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 기혼의 중년 여성, ‘아줌마’ 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요.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 최고들과 경쟁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고 평가받던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도전 이야기는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고, 핸드볼이라는 종목도 한국 사람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일부 해외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판 위기의 주부들’이라고 부르기도 했었죠.

이제, 2021년에 열릴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의 신세대 스타들은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달성해냈습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다른 그 어떤 핸드볼 팀 - 남녀를 통틀어 - 도 이뤄내지 못했던 업적이죠.

한국 대표팀의 스타 라이트백, 유은희는 올림픽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메달을 따내고 싶습니다. 런던이나 리우에서는 메달이 없었으니까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도쿄 2020의 대한민국 핸드볼 팀

유은희가 핸드볼에서 이루고 싶은 두 가지 꿈은 유럽 진출과 올림픽 메달이라고 합니다.

그 중 절반은 이미 현실이 되었습니다. 현재 프랑스의 핸드볼 팀, 파리 92에서 '더 퀸'이란 별명으로 불리며 뛰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올림픽 무대에서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스페인과의 연장 승부 끝에 아깝게 동메달을 놓쳤던, 그 대표팀의 일원이었습니다.

따라서 나머지 절반의 꿈을 도쿄 2020에서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죠.

한국의 유은희,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키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9세의 유은희는 IHF에 올림픽에 대한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중학생 때 2004 아테네 올림픽을 봤고, 한국 선수들과 대표팀이 뛰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선배들의 활약을 계속 이어가고 싶었어요.”

대한민국은 2019 세계선수권에서 꿈과는 조금 먼 11위를 기록했지만, 유은희는 대회 우승국 네덜란드의 최다 득점자이자 대회 득점 1위 로이스 아빙의 71점 다음으로 많은 69득점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이 대회에 대해 “많은 선수들이 경험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괜찮은 대회를 치렀습니다.”라고 평했죠.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에는 계속해서 재능있는 선수들이 합류하고 있으며 유은희는 이 중에서도 2018년 주니어 세계선수권 MVP 송혜수와 24세의 강은희를 지켜봐야 할 선수로 지목합니다.

송혜수는 주니어 U-20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스타 플레이어 엘레나 미하일리첸코가 이끄는 러시아 대표팀을 상대로 동메달 획득을 도왔던 선수이기도 합니다..

주니어 세계선수권 당시 강재원 감독은 핸드볼 월드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 세대는 대표팀 미래에 큰 기대를 걸게 해 줍니다.” 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네덜란드가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던 2019 세계 선수권에서 11위에 머물렀지만, 이것만으로 한국 여자 핸드볼이 국제 무대에서 밀려났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올림픽 무대에서 언제나 최상의 경기를 보여줘 왔던 팀이며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은 아무나, 그냥 이룰 수 있는 업적이 아니니까요. 1984 로스앤젤레스부터 2012 런던까지 모든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항상 메달전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금메달 두 개, 은메달 세 개, 동메달 한 개를 따냈고, 4위에는 네 번 올라가는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대한민국 핸드볼의 역사

대한민국은 올림픽 양궁과 국기인 태권도에서 세계 정상의 자리를 유지해오고 있지만, 여자 핸드볼 역시 세계 정상급 성적을 내왔고,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종목입니다.

여자 핸드볼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열린 11번의 올림픽 중 8번에서 한국 여자 대표팀은 메달전까지 올라갔습니다.

1984 LA(은메달), 1988 서울(금메달), 1992 바르셀로나(금메달), 1996 애틀랜타 (은메달), 2000 시드니(4위), 2004 아테네(은메달), 2008 베이징(동메달), 2012 런던(4위).

유은희는 올림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2012 런던 올림픽 8강에서 러시아를 꺾은 경기라고 말합니다.

네, 아쉽게도 2016 리우 올림픽은 10위라는 실망스런 결과를 얻었지만,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도쿄 2020에서 다시 한 번 황금빛 기회를 노립니다.

런던, 잉글랜드 – 8월 3일: 2012 런던 올림픽 여자 핸드볼 B조 대한민국 대 프랑스 경기에서. 한국의 11번 유은희. (Photo by Jeff Gross/Getty Images)
런던, 잉글랜드 – 8월 3일: 2012 런던 올림픽 여자 핸드볼 B조 대한민국 대 프랑스 경기에서. 한국의 11번 유은희. (Photo by Jeff Gross/Getty Images)
2012 Getty Images

그러나, 국제 무대에서의 많은 성공들에도 불구하고 유은희는 핸드볼이 아직도 한국 국내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한국의 핸드볼 리그는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축구, 농구, 야구에는 못 미치는 인기에요. 하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도 결과를 만들어내는 동료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국내에서 핸드볼의 인기를 어떻게 올릴지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한국에서는 핸드볼을 보통 9-10살 때부터 시작합니다. 더 어릴 때부터 공과 가까이한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어떻게 더 어릴 때부터 핸드볼을 접하게 만들까요?

“핸드볼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보면 그 속도와 투지를 느낄 수 있어요. 경기장에서 한 번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리그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데도 꾸준히 국제 무대에 등장하고, 실력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한국의 핸드볼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게 분명합니다.

난징, 중국 – 8월 25일: 2014 난징 하계 유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금메달전에서 러시아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대한민국 대표팀 (Photo by Suhaimi Abdullah/Getty Images)
난징, 중국 – 8월 25일: 2014 난징 하계 유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금메달전에서 러시아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대한민국 대표팀 (Photo by Suhaimi Abdullah/Getty Images)
2014 Getty Images

대한민국의 핸드볼 스타일

한국의 핸드볼 선수들과 감독들은 그들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습니다. 신장의 불리함을 속도와 기술, 속공, 중거리에서의 정확한 슛 능력, 그리고 수비 조직력을 통해 극복해 냈죠.

키 162cm의 레프트백, 송혜수의 바운스 슛 같은 획기적인 기술들도 “코리안 스타일” 에 속합니다. 

바운스 슛은 터득하기 정말 힘든 기술 중 하나로, 정중앙으로 공격해 들어가서 수비가 두터운 센터 포지션에서 공을 던지고, 공은 골키퍼 바로 앞에서 바운드되고, 스핀됩니다. 이를 통해 상대를 속이는 기술이죠.

2018년 슬로바키아에서 열린 U-18 월드컵에서 송혜수는 이 기술만으로 한 경기에 네 골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에게 바운스 슛은 그저 여러 기술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대회 당시 핸드볼 월드 뉴스에 “우리 팀에서는 특별한 기술도 아닙니다. 저는 그냥 코리안 스타일이라고 부르겠어요.” 라고 말했었죠. 

“키가 크지 않기 때문에, 골을 넣을 다른 방법들을 찾아내야만 합니다.”

역대 최고의 한국 핸드볼 선수들

그 '코리안 스타일'의 플레이를 통해 지금까지 네 명의 한국 선수들이 IHF 세계 핸드볼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여자부에서는 김현미(1989)와 임오경(1996)이 그리고 남자부에서는 강재원(1989)과 윤경신(2001)이 각각 올해의 선수로 뽑혔죠.

그리고 한국 핸드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올림픽 5회 출전에 빛나는 오성옥 선수입니다.

한국 여자 선수로서는 최초로 올림픽 5회 출전을 기록한 오성옥 선수는 1992 바르셀로나 금메달, 1996 애틀랜타와 2004 아테네 은메달 그리고 2008 베이징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또한 한국 여자 핸드볼의 선구자 격인 오성옥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오스트리아의 히포 팀에서 뛰며 유럽 진출도 이뤄냈습니다.

유은희는 거의 10년만에 그 뒤를 이어 유럽에 진출한 선수로 2019-20 시즌에 프랑스 리그의 파리 92에 입단했습니다.

올림픽 데뷔: 핸드볼 레전드, 메달과 함께한 시작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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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유산

유은희는 서울 슈가글라이더스 소속으로 2018/19 핸드볼 코리아 리그 MVP를 차지한 뒤 프랑스로 향했지만, 새 구단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유럽의 경기는 한국과 비교해 더 거칠고 빠릅니다. 프랑스에서는 훈련도 실제 경기를 하는 것 같이 진행돼요.”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리그 적응을 마친 유은희는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골을 많이 넣는 일 입니다.

그리고 인생의 골도 확실히 세워져 있습니다.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부상 없이 활동을 이어가는 것으로 올림픽에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파리 92와 챔피언스 리그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도쿄 2020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1년 연기된 현재, 유은희는 부산으로 돌아와 훈련을 이어가고 있으며 올림픽이라는 궁극의 무대에서 선배들이 이뤄온 역사를 이어가겠다는 목표에 더욱 집중하고 있습니다.

도쿄가 K-스포츠의 다음 장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의 새로운 세대들은 그들만의 유산을 남기려 하고 있습니다.

기사제공: 픽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