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더스 안톤센으로 산다는 것

덴마크의 앤더스 안톤센, 2019 인도네시아 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Photo by Robertus Pudyanto/Getty Images)
덴마크의 앤더스 안톤센, 2019 인도네시아 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Photo by Robertus Pudyanto/Getty Images)

덴마크의 배드민턴 선수, 앤더스 안톤센이 도쿄 2020을 통해 자신의 인생과 배드민턴,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단식 결승에는 여느때처럼 리총웨이와 린단이 금메달을 놓고 맞붙었습니다.

전 세계가 TV 앞에서 그 경기를 지켜봤고, 배드민턴 유망주들은 자신이 우상으로 삼고 있는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 하나를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덴마크 제2의 도시 오르후스에서는 11살된 앤더스 안톤센이 그 결승전은 보지 않고 뒷마당에서 셔틀콕을 치며 자신의 동작을 완성시키는데만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2년 후, 세계 배드민턴계서도 최고 중의 최고에 속하게 된 23세의 안톤센은 여전히 다른 선수들의 경기들보다 자신의 경기를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안톤센, 도쿄 2020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제 자신입니다. 제가 뛰었던 경기를 다시보는 것을 즐기고, 여기서 배워요. 보는 자체로도 즐겁지만 내가 한 좋은 플레이가 나올 때는 정말 큰 기쁨을 느낍니다. 저는 이걸 정말 좋아합니다.”

덴마크 배드민턴의 빛나는 역사를 살펴보면 폴 에릭 회이어 라르센, 피터 게이드, 얀 요르겐센, 카밀라 마르틴, 토마스 스투어 라우리드센, 레네 쾨펜 같은 전설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지배하는 종목에서(아시아 국가들이 지금까지106개의 배드민턴 올림픽 메달 중 92개를 차지) 덴마크는 비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한 나라입니다.

내년 올림픽에서 안톤센의 목표는 폴 에릭 회이어 라르센이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이뤄낸 성과, 남자 단식 금메달이 될 것입니다.

배드민턴 집안에 태어나다

안톤센은 배드민턴이 일상인 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배드민턴 클럽에서 일하고, 이 일을 지난 25년 정도나 해왔습니다. 본인도 배드민턴을 쳤지만 대표 수준은 아니었어요. 참, 아버지한테 물어보면 선수급으로 쳤다고 하겠지만 절대 아니에요! 어쨌든, 그 배드민턴 클럽은 지금까지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안톤센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오르후스 배드민턴 클럽은 가족들이 사는 집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당연히 안톤센은 방과 후에 그곳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형도 배드민턴을 쳤습니다. 따라서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학교가 끝나면 클럽으로 갔습니다. 하루 종일 거기서 배드민턴을 치거나 그냥 놀았어요.”

“그렇게 배드민턴 클럽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고, 배드민턴도 많이 쳤습니다. 만약 아버지가 거기서 일하지 않았다면 다른 곳에 갔겠죠. 어머니도 클럽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었기에 배드민턴 집안에 태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성장 환경 덕분에 스포츠는 안톤센에게 삶의 일부가 되었고, 어린 시절부터 대회나 그 어떤 상황에서도 겁내지 않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오르후스에서 월드 투어까지

십대의 안톤센에게 프로 선수가 된다는 것은 단계를 자연스럽게 밟아 가는 일이었고, 이미 16살 때 부모님에게 프로가 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방과 후에 했던 한 점심 식사에서 안톤센의 인생이 정해졌습니다. 자신이 공부에는 흥미가 없고 배드민턴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에 갔고, 3일을 다녔습니다. 그리고는 학교를 나와 아버지가 있는 클럽으로 갔어요. 더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이 아니고, 내가 쫓는 꿈이 아니다. 학교는 나를 위한 곳이 아니다. 라고.”

그리고 그 순간부터 안톤센은 리총웨이, 린단, 천룽 같은 수많은 강자들로 가득한 세계 배드민턴계로 뛰어들게 됩니다. 다음 몇 년 동안 안톤센은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서서히 알려갔고, 2015 유럽 주니어 선수권과 아이리시 오픈, 벨기에 인터내셔널 우승을 거두는 활약으로 2015 유럽 올해의 영플레이어상까지 수상합니다.

그 다음 3년간 안톤센은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을 상대하게 됩니다. 니시모토 켄타부터 초우 티엔 첸까지. 안톤센에게 이것은 어린 시절의 꿈이 현실로 이뤄진 것과도 같았습니다.

2019 말레이시아 오픈에서 중국의 황 유시앙을 꺾은 덴마크의 앤더스 안톤센(Photo by Stanley Chou/Getty Images)
2019 말레이시아 오픈에서 중국의 황 유시앙을 꺾은 덴마크의 앤더스 안톤센(Photo by Stanley Chou/Getty Images)
2019 Getty Images

현재 세계 랭킹 3위에 올라 있는 안톤센은 도쿄 2020을 통해 올림픽 무대에 데뷔하게 되며, 상대가 누가 되든 상관없이 금메달 획득이라는 분명한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에도 말했고,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저는 금메달을 목표로 합니다.”

“이 자리에 앉아서 '저는 8강까지 올라가고 싶고, 그렇게 되면 만족할 것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좀 이상할 것 같습니다. 저는 최정상에 오르고 싶어요. 올림픽 금메달을 안 따고 싶은 사람은 없잖아요? 스포츠 전체에서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성과입니다. 제가 유력한 우승 후보가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목표를 이루려면 올림픽에서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줘야만 해요.”

올림픽에서 안톤센의 앞길을 막아설 선수 중 한 명은 현 세계 랭킹 2위, 초우 티엔 첸이며 안톤센은 덴마크 오픈에서 초우 티엔 첸을 꺾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초우 티엔 첸은 상대 전적에서 안톤센을 앞서며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졌던 9번의 맞대결 중 7번을 승리했습니다.

덴마크 오픈, 락다운, 그리고 어린 시절의 추억

COVID-19 팬데믹 이후 덴마크에서 처음 열린 국제 대회였던 덴마크 오픈은 안톤센에게는 기다릴 가치가 충분했던 대회였습니다. 오덴세에서 열린 이 슈퍼 750 대회에서 라스무스 젬케와 초우티엔첸을 상대로 정말 멋진 스트로크 플레이들을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준결승에서 초우티엔첸을 꺾은 안톤센은 같은 덴마크 선수인 라스무스 젬케와 결승전을 벌였습니다. 사실 젬케는 어릴 때부터 안톤센의 친구였고, 전 세계가 2008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을 보고 있을 때 안톤센과 함께 뒷마당에서 배드민턴을 쳤던 바로 그 아이였습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는 일방적인 경기가 될 수도 있었던 그 결승전에서 젬케는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엄청난 이변을 만들 뻔했습니다. 이런 경기 양상은 아마도 두 사람이 함께한 어린 시절 때문에(젬케가 안톤센보다 몇 달 더 빨리 태어난) 젬케가 인생 최대의 경기에서도 안톤센을 상대로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경기할 수 있어서 나온 결과일 것입니다.

안톤센은 그 결승전을 특유의 화법으로 설명합니다. “그런 경기에서 친한 친구를 상대하게 되면 경기에 임하는 감정은 상당히 달라집니다.”

“이미 결승전에 진출한 것으로 흥분이 최고조에 달해 있어요. 그런데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선수와 결승전을 치른다. 그러면 좀 더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네, 그 경기에서는 정말 많은 감정들이 느껴졌어요. 경기가 끝나갈 무렵에 우리 두 사람 모두 상당히 지쳐 있었습니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감정들은 몸에도 뭔가 영향을 주니까요. 우리는 배드민턴을 시작했을 때부터 계속해서 함께 쳐왔습니다.”

“첫 게임에서 너무 수비적인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약간은 의도적으로 수비에 치중했어요. 그렇게 하려고 한 건 맞는데 너무 수비적으로 가버렸다고 할까... 첫 게임 중간부터 변화를 줬고 약간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했습니다. 그게 상당히 잘 들어맞았다고 봐요.”

결과적으로 안톤센은 친구를 18-21, 21-19, 21-12로 꺾었고 2019년 이후 처음인 BWF 월드 투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락다운 상황을 견뎌내고 이를 이뤄낸 안톤센에게는 행복보다는 안도의 감정이 더 컸지만, 지금껏 경험한 적 없는 이 상황은 안톤센에게 한 가지 중요한 가르침을 남겼습니다.

“당연히 힘들었습니다. 그 시기 동안 대단한 깨달음을 얻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해야만 한다는 사실 하나는 알게 되었어요. 내일이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니까. 큰 부상이 올 수도 있고, 또다시 락다운이 찾아올 수도 있어요. 뭐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음악, 맥그리거 그리고 ‘더 AA 쇼’

안톤센은 카메라와 이미 친숙합니다. 배드민턴 코트 밖에서도 더 AA쇼 라는 유튜브 쇼와 인스타그램 페이지, 그리고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기 때문입니다.

안톤센이 배드민턴 이후의 커리어를 음악에서 찾게 될까요? 자신이 작곡한 노래들을 아직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안톤센은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랩퍼는 드레이크입니다. 하지만 드레이크 말고도 더 위켄드의 음악도 정말 많이 듣습니다. 랩퍼는 아니고 싱어에 더 가까운 인물이지만요.”

유튜브 ‘더 AA쇼’에 초대하고 싶은 음악계와 스포츠계 인사가 있느냐의 질문에 안톤센은 망설임 없이 드레이크, 린단 그리고 코너 맥그리거를 꼽았습니다.

안톤센이 비 배드민턴 선수들 중 가장 좋아하는 스타들 중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맥그리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두사람이 보여주는 ‘엄청난 자신감’ 때문에 좋아하게 된 것일까요?

“네, 아마도요. 코너 맥그리거는 정말 카리스마적이고 재미있으며 말도 안될 정도로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존재이며 사실 그를 보고 아주 많은 의욕을 얻게 됩니다. 그의 얼굴과 기자 회견만 봐도 재미있어요. 네, 정말 재미있고 영리한 발언들을 합니다.”

앤더스 안톤센, 도쿄 2020으로 가는 길

자신감, 올림픽, 그리고 도쿄 2020

안톤센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진행했던 팬들과의 대화에서 왜 항상 '자신감이 과하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자신감 과다라는 재능도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라는 답을 했습니다.

안톤센은 벅찬 상대 앞에서도 주눅드는 일이 없으며, 그런 힘든 상황은 충분히 즐길 가치가 있다고 느낍니다.

“자신감은 제가 정말 어렸을 때부터 저에게 꼬리표처럼 따라왔습니다. 배드민턴에서 저는 제가 가진 능력에 대해 항상 큰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왜 그런지는 설명하기 힘들어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내가 배드민턴을 잘 치고, 항상 그래왔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배드민턴 실력에 대해 자신감을 가진다는 것은 저에게는 상당히 논리적인 결과입니다.”

“물론 코트에 들어설 때 긴장감은 여전히 느낍니다. 하지만 저는 감정을 다스리는데 정말 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감정을 원하지 않고, 긴장감을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긴장에 대한 저의 접근법은 남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저는 그런 느낌이 좋아요. 이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임을 나타내주는 증거니까.”

내년 올림픽에서 긴장감을 느껴도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내년은 안톤센의 올림픽 데뷔 무대이자 초우티엔첸, 같은 덴마크의 빅터 악셀슨, 세계 랭킹 1위 모모타 켄토 그리고 디펜딩 챔피언인 천룽 같은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올림픽에 출전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안톤센이 가장 좋아하는 올림픽 배드민턴 경기는 자신이 뛴 경기가 아닌, 시청한 경기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은 경기는 2012[런던 올림픽]의 린단 대 리총웨이 경기입니다. 놀라운 경기였어요. 두 사람 중 누군가를 응원하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아주 접전이었습니다. 정말 말도 안될 정도로요.”

도쿄 2020에서 안톤센은 금메달을 목표로 할 뿐만 아니라, 일본 문화와 요리의 애호가로서 본고장의 스시도 맛보고 싶어 합니다.

“[도쿄는] 멋진 도시입니다. 당연히 음식도 좋아요. 저는 스시를 정말 좋아합니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예요. 일본에서 먹으면 그냥 맛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사람들의 행동에서도 다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들 정말 정중해요. 일본을 다시 방문할 날을 정말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톤센은 도쿄에서 덴마크의 배드민턴 역사를 다시 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시, 드레이크와의 인터뷰, 그리고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된다는 것에 더해 올림픽 금메달도 안톤센의 위시리스트 꼭대기에 올라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