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 모처럼의 한국선수권과 앞으로의 목표

뉴욕, 2020년 8월 31일: US 오픈 남자 단식 1차전에 출전한 권순우. (Photo by Matthew Stockman/Getty Images)
뉴욕, 2020년 8월 31일: US 오픈 남자 단식 1차전에 출전한 권순우. (Photo by Matthew Stockman/Getty Images)

제75회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가 지난 11월 6일부터 15일까지 펼쳐졌습니다. 한국 최고의 선수들이 실력을 겨룬 가운데, 역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선수는 권순우였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권순우는 개인 최고 랭킹 경신, 메이저 대회 본선 첫 승 등의 성과를 거둔 2020시즌을 마무리하고 모처럼 국내 무대에 섰으며, 정영원과 짝을 이룬 혼합복식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주, 11월 6일부터 15일까지 제75회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가 충청남도 천안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됐습니다. 한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이번 대회에서는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남녀 단식과 복식, 혼합복식 등 5개 부문에서 실력을 겨루었으며, COVID-19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 경기로 운영되었지만 유튜브와 포털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되었습니다.

남자 단식에서는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이덕희와 지난해 한국선수권대회 우승자 홍성찬이, 여자 단식에서는 국내 랭킹 1, 2위에 올라 있는 한나래와 장수정이 1위 후보로 꼽힌 가운데, 특히 많은 주목을 받은 선수는 권순우였습니다.

권순우는 이번 대회 단식에는 출전하지 않았지만 남자 복식과 혼합복식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5년 만에 한국선수권 무대에 복귀했습니다. 2020시즌 개인 커리어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룬 권순우가 오랜만에 한국선수권에 출전한 만큼, 쟁쟁한 선수들이 여럿 모인 이번 대회에서도 권순우의 경기에 큰 관심이 모였습니다.

남자복식에서 이태우와 조를 이룬 권순우는 6번 시드를 배정받고 32강으로 직행했습니다. 권순우-이태우 조는 32강부터 8강까지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승리하며 준결승까지 진출했습니다.

권순우-이태우 조가 준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국내 남자 복식 랭킹 9위, 7위로 상위에 올라 있는 신산희-홍성찬 조였습니다. 권순우-이태우 조는 1세트에서 신산희-홍성찬 조에게 7-5 승리를 거두며 앞서 나갔지만 뒤따른 2세트에서는 4-6으로 패배하며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번 한국선수권에서 단식과 달리 복식은 2세트 이후 타이브레이크를 진행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결승 진출팀을 판가름할 마지막 세트가 곧바로 이어졌고, 신산희-홍성찬 조가 10포인트 매치 타이브레이크에서 10-6으로 승리하며 권순우-이태우 조의 결승행을 좌절시켰습니다. 신산희-홍성찬 조는 결승에서도 또 한 번 타이브레이크 승부를 펼친 끝에 남지성-임용규 조를 꺾고(3-6, 6-3, 10-7) 남자 복식 정상에 올랐습니다.

남자 복식에서는 4강에 만족해야 했던 권순우지만 정영원과 호흡을 맞춘 혼합복식에서는 우승을 차지하며 오랜만의 한국선수권을 마무리했습니다.

2번 시드를 배정받은 권순우-정영원 조는 32강부터 8강까지 큰 어려움 없이 승리를 거두고 준결승에 올랐고, 준결승에서는 타이브레이크 끝에 한진성-정소희 조를 제치고(6-3, 4-6, 10-6)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결승전에서 만난 권순우-정영원 조와 임용규-최지희 조는 1세트부터 팽팽한 승부를 펼치며 3-3 동점을 이루었지만, 이번 대회 남자 단식 준결승 및 남자 복식 결승을 소화한 임용규가 부상으로 기권하며 권순우-정영원 조가 혼합복식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권순우는 지난 9월 말 프랑스오픈 이후 귀국해 자가격리 기간을 거친 까닭에 연습 기간도 충분하지 못했을뿐더러, 그동안 정영원과 합을 맞춰 경기에 나선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우승이 한층 흥미로운 결과로 다가왔습니다.

권순우도 혼합복식 결승전 이후 기자회견에서 “[정영원에게] 장난스럽게 같이 하자고 했고 이렇게 우승까지 해서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한편 이번 한국선수권 결과 이덕희와 한나래가 각각 남녀 단식 최강자로 등극했으며, 여자 복식에서는 김나리-홍승연 조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권순우는 현재 한국 테니스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선수로서 내년 도쿄 2020 출전 가능성에도 높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본격적인 프로 경력을 쌓고 있는 권순우는 퓨처스 대회와 챌린저 대회에서 꾸준히 준수한 성적을 내며 랭킹 포인트를 쌓았고, 2017년에는 ATP 남자 단식 랭킹 200위 진입과 함께 메이저 대회 예선에도 처음으로 출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2년 뒤에는 요코하마 챌린저를 통해 커리어 사상 첫 챌린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세계 랭킹에서도 개인 최고 기록을 연거푸 경신하고 마침내 100위의 벽까지 허물며 한국 테니스의 기대주로 확실하게 자리잡았습니다. 한국 남자 선수 가운데 ATP 남자 단식 랭킹 100위에 진입한 선수는 이형택과 정현에 이어 권순우가 세 번째였습니다.

2020시즌에도 권순우는 좋은 흐름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습니다. 2월에는 4주 연속으로 투어 대회에서 8강 진출에 성공했고, 2월 마지막 대회(아카풀코 오픈) 이후 발표된 랭킹에서는 69위까지 뛰어오르며 커리어 하이 랭킹을 기록했습니다.

COVID-19 여파로 시즌이 중단되면서 연속 8강 진출 기록을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시즌 재개 이후에는 US오픈에 출전해 메이저 대회 본선 첫 승을 기록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권순우는 US오픈 이후 로마 마스터스와 프랑스오픈에도 참가했지만 시즌 초에 비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남기지 못하며 작년 연말 세계 랭킹(88위)보다 약간 떨어진 순위(95위)에서 2020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해외 일정을 마무리한 뒤 귀국해 참가한 한국선수권을 끝으로 이번 시즌 일정을 모두 소화한 권순우는 잠깐의 휴식을 가진 후 다시 출국해 새로운 1년을 준비할 계획입니다.

권순우는 다가오는 26일 미국으로 출국해 약 한 달간 훈련한 후 호주로 건너가 내년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2021년 1월 20일 ~ 2월 2일)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또한 권순우는 이미 도쿄 2020 출전 기준인 데이비스컵 3회 출전 요건을 충족시킨 만큼, 앞으로 몇 개월에 걸쳐 랭킹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다면 올림픽 출전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습니다.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 본선에 출전하는 총 64명 중 와일드카드 8명을 제외한 56명에게는 세계 랭킹을 토대로 본선 진출권이 부여되지만, 데이비스컵 출전 요건 및 NOC별 최대 출전 가능 선수 등을 고려하면 80위권 이내의 선수들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권순우도 이번 한국선수권 기간 중 기자회견을 통해 “최고 랭킹보다 10단계 정도 올리는 것이 2021시즌 목표”라며 “메이저 대회 3회전 진출과 올림픽 출전도 해보고 싶다”며 내년을 향한 각오를 밝혔습니다.

이형택(시드니 2000, 아테네 2004, 베이징 2008) 이후 아직까지 한국에서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은 선수가 없는 가운데, 다가오는 2021시즌 권순우가 개인 최고 랭킹 기록 경신과 함께 도쿄행 티켓까지 획득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