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의 무서운 십대, 안세영의 질주

2018년 5월 20일, BWF 토마스 & 유버 컵 1일차. 경기중인 대한민국의 안세영 (Photo by Robertus Pudyanto/Getty Images)
2018년 5월 20일, BWF 토마스 & 유버 컵 1일차. 경기중인 대한민국의 안세영 (Photo by Robertus Pudyanto/Getty Images)

2019년 BWF 신인상을 수상한 안세영은 아직 십대지만 세계 랭킹 상위권 선수로 급성장했습니다. 

어떤 종목이든 “최고의 유망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대단한 영예입니다. 하지만 이미 여자 배드민턴의 탑 10에 올라가 있는 안세영에게 신인상은 계속해서 늘어가는 트로피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여자 배드민턴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를 꾸준히 배출해 온 나라는 아닙니다. 중국, 일본, 타이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대한민국이 금메달을 따냈던 것은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의 방수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여자 세계 랭킹 20위 안에 세 명의 선수를 두고 있으며, 그 중 가장 높은 순위인 9위에 올라 있는 선수는 18세의 안세영입니다.

급성장

광주 출신의 안세영은 돌풍을 일으키며 현재 배드민턴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 중 한 명으로 성장했습니다. 2017년에 중학생 최초로 성인 대표팀에 합류하게 된 안세영은 이제 3년째 대표팀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미 대표팀의 간판으로 떠올랐습니다.

대표팀에 합류한 2017년에 안세영은 세계 주니어 선수권 동메달을 획득한 대표팀의 일원이었고, 2018년에는 대표팀과 함께 유버 컵(배드민턴 여자 단체 선수권)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하지만 안세영이 진정한 돌풍을 일으켰던 것은 2019년이었습니다.

2019년의 안세영 돌풍은 다음해인 2020년 초, 포브스의 30세 이하 30인,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이름이 올라갈 정도였습니다.

거인 사냥꾼

2019년 5월, BWF 슈퍼 300 이벤트인 뉴질랜드 오픈 결승전에 진출했을 당시 안세영은 세계 랭킹 78위였습니다. 그리고 BWF 월드 투어에서 처음 경험하는 결승전이었죠. 상대는? 바로 중국의 2012 런던 올림픽 챔피언, 리 슈에리였습니다.

그러나, 안세영은 대단한 상대에게 전혀 주눅들지 않는 모습이었고, 리 슈에리를 상대로 21-19, 21-15로 두세트를 연달아 따내며 승리했습니다. 엄청난 기세로 만들어낸 이 첫 번째 우승으로 안세영은 랭킹에서도 28계단을 뛰어올라 50위에 자리잡게 됩니다. 17세의 나이로요.

그 다음에는 훨씬 더 큰 상대를 쓰러뜨립니다. 세계 혼성 단체 선수권인 수디르만 컵에서 대한민국은 같은 조의 중화 타이베이와 경기를 치르게 되었고, 중화 타이베이가 단체전 스코어 1-0으로 앞선 가운데 안세영은 2단식에 출전, 세계 랭킹 1위 타이추잉과 대결하게 됩니다. 그리고 타이추잉에게 한 세트를 내주며 밀리는 듯했지만 안세영은 결국 경기를 뒤집으며 승리를 가져왔고, 전체 스코어에서 대한민국은 중화 타이베이를 3-2로 꺾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2019년 캐나다 오픈과 아키타 마스터스 슈퍼 100 대회 우승에 이어 슈퍼 750 대회인 프랑스 오픈에서도 결승에 진출합니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중 가장 큰 대회인 프랑스 오픈의 결승전. 올림픽 챔피언 카롤리나 마린을 상대해야 했던 안세영은 1세트를 내주게 되지만, 다시 한 번 역전을 이뤄냈고, 3세트에서는 21-5의 일방적인 점수차를 내며 승리를 확정했습니다.

또한, 프랑스 오픈 한 주 전에 열렸던 덴마크 오픈에서 안세영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P.V. 신두도 꺾었습니다.

자신의 우상을 넘어서다

안세영의 다섯 번째 월드 투어 우승은 고향인 광주에서 지난 11월에 열린 코리아 마스터스 슈퍼 300 대회였고, 여기서 안세영은 대표팀에 들어왔을 때부터 롤모델이었던 성지현을 처음으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성지현은 런던과 리우 두 번의 올림픽에 참가했던 베테랑 선수로, 안세영은 처음에는 그런 대단한 선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긴장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빠른 상승세와 함께 한국 최고의 선수로 자리잡은 안세영은 그 과정에서 부담감을 이겨내는 법을 배워야만 했고, 다행히 성지현이 옆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성지현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리아 오픈 슈퍼 500 경기에서 안세영을 꺾은 뒤 이런 말을 해줬다고 밝혔습니다.

“즐겁게 경기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즐겨.”

아마도 안세영은 이 조언을 가슴 깊이 새기고 성지현과의 결승전에 임했고, 우상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