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럭비, 코리아 챔피언십으로 시동 걸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2018 아시안게임 남자 7인제 럭비 동메달전, 대한민국 대 스리랑카의 경기. 2018년 9월 1일. (Photo by Robertus Pudyanto/Getty Images)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2018 아시안게임 남자 7인제 럭비 동메달전, 대한민국 대 스리랑카의 경기. 2018년 9월 1일. (Photo by Robertus Pudyanto/Getty Images)

도쿄 2020은 한국 럭비 역사에 기념비적인 올림픽이 될 것입니다. 한국 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에 진출해 전세계 선수들과 겨루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올림픽 본선 진출에 더해, 국내 럭비 리그가 이번 시즌부터 겨울리그로 전환되면서 변화에 대한 기대도 한층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화요일(11월 3일), 한국 럭비의 새 출발을 알리는 2020 코리아 럭비 챔피언십 준결승전이 펼쳐졌습니다.

‘신사들이 하는 불량한 스포츠(a thug’s game played by gentlemen)’ 럭비. 럭비의 고향인 영국에서 럭비는 ‘불량배들이 하는 신사적인 스포츠(a gentlemen’s game played by thugs)’인 축구와 함께 높은 인기와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축구와 비교했을 때 같은 뿌리에서 나온 스포츠임에도 럭비의 대중적인 인지도는 크게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도 럭비는 이미 1920년대부터 보급이 이루어진 종목이지만, 역사에 비해 저변이 그리 넓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2020년 현재, 국내 럭비 리그 일반부는 3개의 실업팀(현대글로비스, 포스코건설, 한국전력)에 상무까지 총 4개 팀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학부 팀도 채 10개가 되지 않습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2018 아시안게임 남자 7인제 럭비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대표팀. (Photo by Robertus Pudyanto/Getty Images)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2018 아시안게임 남자 7인제 럭비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대표팀. (Photo by Robertus Pudyanto/Getty Images)
2018 Getty Images

이처럼 어려운 환경을 뚫고, 지난 2019년 한국 럭비 역사상 전대미문의 기록이 쓰였습니다. 남자 7인제 럭비 대표팀이 도쿄 2020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극적으로 우승하며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해 11월에 펼쳐진 아시아 지역예선에서는 총 9개국이 단 한 장의 본선 진출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아시아에서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일본이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자동 진출하면서 지역예선에 불참했지만, 한국 대표팀이 새 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홍콩, 중국과 같은 라이벌들을 꺾어야만 했습니다.

스리랑카, 아프가니스탄과 함께 C조에 편성된 한국 대표팀은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고, 8강전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말레이시아에 승리하고 준결승에 올랐습니다. 준결승전에서는 중국을 만나 서든데스까지 이어지는 접전을 펼쳤으나 장정민의 트라이에 힘입어 결승전으로 향했습니다.

바로 몇 시간 뒤 이어진 결승전에서 마주하게 된 상대는 예상대로 홍콩이었습니다. 홍콩은 아시아 지역의 강호다운 모습으로 조별 예선부터 준결승까지 모든 상대를 큰 점수차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고, 한국과의 결승전에서도 먼저 7점을 따내며 앞서나갔습니다.

그러나 사상 최초의 올림픽 본선 진출을 향한 한국 대표팀의 의지는 쉽게 꺾이지 않았습니다. 후반전 종료를 채 2분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 대표팀 주장 박완용의 트라이에 이어 이성배의 컨버전 킥도 성공을 거두며 한국이 7:7 동점 상황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준결승에 이어 결승에서도 서든데스를 맞이한 한국 대표팀은 쏟아지는 홍콩의 공격을 견뎌냈고, 마침내 장용흥이 번개 같은 질주로 트라이에 성공하면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12:7 승). 두 번의 서든데스, 그리고 두 번의 역전승 끝에 한국 럭비의 새로운 역사가 기록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는 가운데, 기념비적인 승리를 일군 한국 럭비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의 활약상을 볼 수 있는 무대가 곧 펼쳐질 예정입니다. 올해부터 국내 럭비 리그가 기존의 봄가을 시즌제에서 겨울 시즌으로 전환됨에 따라, 2020-21 코리아 럭비 리그가 12월 개막을 앞두고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진행 방식에서도 토너먼트가 아닌 리그제를 도입해 일반부 4개 팀이 내년 3월까지 3라운드에 걸쳐 우승을 두고 경쟁을 펼치게 됩니다. 한국 럭비 대표팀의 올림픽 본선 진출에 더해 국내 리그도 색다른 변화를 예고함에 따라 보다 많은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시즌 개막에 앞서, 이번 겨울 한국 럭비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2020 코리아 럭비 챔피언십(15인제)도 한창 진행 중입니다. 인천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11월 3일(준결승), 10일(결승)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대회는 올해 처음으로 치러지는 일반부 대회로, 한국 럭비 대표팀의 주요 선수들을 오랜만에 다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점쳐졌습니다.

특히, 박완용·장정민·이성배를 비롯해 국가대표가 7명이나 포진해 있는 한국전력은 포스코건설의 기권으로 인해 부전승으로 결승 진출을 미리 확정한 만큼 결승전에서 한층 활력 넘치는 경기를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준결승전에서 상무를 꺾은 현대글로비스와 한국전력의 결승전 단판 승부는 다가오는 10일 오후 2시에 시작되며, COVID-19 예방 수칙에 따라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각종 포털사이트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