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라빌레니, 모터스포츠의 야망은 잠시 접어두고…

베를린, 독일 – 8월 12일: 24회 유럽 육상 챔피언십 6일차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프랑스의 르노 라빌레니. (Photo by Matthias Hangst/Getty Images)
베를린, 독일 – 8월 12일: 24회 유럽 육상 챔피언십 6일차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프랑스의 르노 라빌레니. (Photo by Matthias Hangst/Getty Images)

올림픽 챔피언 르노 라빌레니는 장대높이뛰기에서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남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끝낸 뒤에는 모터사이클로 다카르 랠리를 달려보고 싶다고 하네요.

장대높이뛰기 선수, 르노 라빌레니는 육상에서는 거의 모든 것을 다 이뤄낸 선수입니다.

그리고 이제 33세의 나이로 육상 이후의 인생에 눈을 돌릴 시기가 되었죠. 하지만 라빌레니는 아직 육상에서 못 이룬 목표가 남아 있다고 밝혔습니다.

라빌레니는 2012 런던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고, 4년 후에는 개최국 브라질의 티아고 브라즈에게 밀려나긴 했지만 은메달을 수상했습니다.

더하여 2014년에는 20년 묵은 세르게이 부브카의 세계 기록을 부브카의 고향, 도네츠크에서 6.16m를 넘으며 깨뜨렸습니다.

이 기록은 올해 2월, 새로운 장대높이뛰기 슈퍼스타 몬도 두플란티스가 폴란드의 토룬에서 6.17m, 글래스고에서 6.18m를 차례로 넘으며 깨뜨리기 전까지 거의 6년간 유지되었습니다.

이런 화려한 커리어 속에서도 라빌레니가 유일하게 따내지 못한 우승 메달은 세계선수권입니다. 작년 도하 세계선수권에서는 5.70m를 세 번 실패하며 결선에도 오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경험했었죠.

작년의 부진을 떨치고 정상 컨디션으로 복귀한 라빌레니는 클레르몽페랑 대회에서 두플란티스와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올랐고, 프랑스 인도어 챔피언십 우승에 힘입어 3월에는 유럽 이달의 선수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도쿄 2020이 1년 연기되었고, 육상 세계선수권도 2022년으로 옮겨진 현재, 라빌레니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금 더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라이벌 선수들과는 다르게 라빌레니의 훈련은 이동제한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죠.

훈련에 필요한 모든 것이 뒷마당에 마련되어 있고, 작년 도하 세계선수권 장대높이뛰기에서 6위를 기록했던 동생 발렌틴이 해설까지 맡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라빌레니는 부담감이 큰 메이저 대회에서는 두플란티스 같은 신예들과 여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전술적으로는 아직 경쟁할 수 있습니다.

저는 부담감 속에서 정확한 타이밍에 필요한 점프를 해낼 수 있어요.

몬도와 함께

몬도 두플란티스는 현재 장대높이뛰기의 정상에 올라 있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라빌레니에게 두플란티스의 이런 성장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었죠.

사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가까운 친구로 지내왔습니다.

라빌레니: “몬도는 2013년부터 알아왔습니다. 미국 네바다에서 있었던 대회에서 만났어요. 약 1000명의 장대높이뛰기 선수들이 참가했던 대회였습니다. 당시 몬도는 겨우 13살이었지만 이미 3.80m를 뛰었어요.”

“우리는 곧바로 통했습니다. 아주 착한 친구였고, 계속 연락을 하고 지냈어요. 그리고 저는 몬도가 어떤 기록을 내는지 쭉 지켜봤습니다. 2017년 겨울, 몬도가 처음으로 5.80을 넘었을 때 저는 어떤 장대를 썼는지 묻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눴고 좀 더 가까워졌어요. 며칠간 클레몽페랑에 와서 훈련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단순히 장대높이뛰기 선수로서의 관계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인간적인 관계니까요.”

“매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 종목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에 대해서요.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었고, 진정한 소통입니다.”

2018년, 몬도의 성장을 봤을 때 정상 등극은 시간 문제일 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두플란티스가 자신의 세계 기록을 넘어섰을 때 라빌레니는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요?

“제 기록이 깨져도 좋았다는 말은 안하겠습니다. 그건 좀 바보같으니까요. 하지만 두플란티스가 해낸 것은 기뻤습니다. 좋은 친구니까요. 저는 이 기록이 어떤 의미인지, 어느 정도의 노력이 들어갔는지 잘 압니다.”

미국 출신의 스웨덴인, 두플란티스는 이미 유럽 챔피언에 등극했고 장대높이뛰기를 새로운 경지까지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올림픽도 당연히 두플란티스의 무대가 될까요?

라빌레니는 확신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6개월 전의 도하 세계선수권을 한 번 돌아봅시다. 참가 선수 중 몬도, 표트르 리섹, 샘 켄드릭스는 그 시즌에서 6m를 두 번 넘었고, 이것 때문에 사람들은 6m를 넘어야 포디움에 설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5.97m 두 명(켄드릭스와 두플란티스)에 5.87m의 리섹이 3위였습니다. 예상 밖이었죠. 이게 챔피언십입니다. 부담감이 다르고, 경기를 대하는 방식도 달라요.”

“일반 경기는 주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평소 기록보다 더 높이 뛰는 것이 목표죠. 그러나 챔피언십에서는 기록이 그렇게까지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최종 순위죠.”

“도쿄에서는 5.90m를 넘어야 메달을 바라볼 수 있을 겁니다. 요즘 어느 대회에서나 다 그러니까요. 하지만 포디움에 서기 위해 반드시 6m를 넘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절대적인 수치는 없습니다. 기회를 모두 성공시키며 완벽한 대회를 치르고, 이를 통해 경쟁자들에게 부담감을 심어놓는 선수가 금메달에 더 가까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LONDON, ENGLAND - AUGUST 10:  Renaud Lavillenie of France competes during the Men's Pole Vault Final on Day 14 of the London 2012 Olympic Games at Olympic Stadium on August 10, 2012 in London, England.  (Photo by Michael Steele/Getty Images)
LONDON, ENGLAND - AUGUST 10: Renaud Lavillenie of France competes during the Men's Pole Vault Final on Day 14 of the London 2012 Olympic Games at Olympic Stadium on August 10, 2012 in London, England. (Photo by Michael Steele/Getty Images)
2012 Getty Images

더 많은 성공을 목표로?

라빌레니는 장대높이뛰기 커리어의 끝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홈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까지 계속 뛸 수는 있겠지만요.

도쿄 2020의 연기에 대해서 라빌레니는 메달 도전이 가능하다고 볼까요 아니면 ‘에어 라빌레니’의 전성기는 이미 지났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라빌레니: “이미 최고의 모습들은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높이 뛸 수 있고, 아직 높은 레벨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 자신에게 놀라고 있어요. 그러나 도하에서의 퍼포먼스는 정말 크게 실망했었고, 만회하고 싶은 일이었습니다.”

“아마 예전같이 높이 뛰지는 못하겠지만 전술적으로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부담감 속에서 정확한 타이밍에 필요한 점프를 해낼 수 있어요.”

챔피언십에서는 부담감이 다릅니다. 따라서 점프도 달라지죠. 다르게 점프하고 목표도 다릅니다.

따라서 챔피언십에서는 상황을 좀 뒤흔들어 놓을 수 있어요. 최소한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또한, 라빌레니는 두플란티스가 자신의 세계 기록을 넘어섰다고 해서 장대높이뛰기에 대한 의욕이 줄어든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커리어 내내 의욕이 모자랐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경쟁이 치열하든 아니든, 내가 잘하든 못하든 동기부여에는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몬도는 지난해에 큰 발전을 했지만, 다른 3, 4명의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 사이에서는 서로 많이 존중하고, 이런 멋진 순간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즐깁니다. 이렇게 좋은 분위기 속에서 웃으며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습니다. 제가 즐기는 것을 할 수 있고, 정말 감사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요.”

은퇴는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라빌레니는 육상 이후에 뭘 해야 할지 이미 계획이 서 있습니다.

필드에서 트랙으로 종목을 바꿀 예정이죠. 레이스 트랙. 모터스포츠에 대한 사랑을 만끽하기 위해.

2013년, 라빌레니는 르망 24시 모터사이클 경주에서 25위를 기록했고, 레이스를 중도 포기해야만 했지만 그 다음해에도 출전했습니다.

“저는 아드레날린과 속도감, 언제나 내 한계까지 가는 것이 좋습니다. 모터사이클에서의 이런 느낌은 대단해요. 그리고 몸이 바이크에서 거의 떨어진 상태로 고속으로 코너를 돌 때. 그냥 엄청납니다. 이 맛을 알게 되면 잊을 수 없어요.”

“장대높이뛰기도 신체와 정신을 모두 쏟아야 하는 종목입니다. 위험 또한 있죠. 장대가 부러지는 일도 있습니다. 저한테는 이미 일상적인 일이 되었지만요. 기본적으로 제 자신이 그냥 소파에 앉아 조용히 지낼 수 있는 타입이 아니에요.”

저는 자극과 아드레날린이 있고,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갈 수 있는 활동을 좋아합니다.

모터사이클은 이런 조건들 중 상당수를 만족시키죠

“장대높이뛰기 선수 생활을 마치고 나면 모터사이클 챔피언십에서 한 시즌을 보내는 것이 꿈입니다. 그게 속도가 될지 내구 레이스가 될지는 아직 불확실해요. 아직 안 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빨라지기 위해 훈련을 해야겠죠.”

“우승을 목표로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럴 능력은 없으니까요.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할 겁니다. 그러나 좋은 환경 속에서 시도하고 싶기 때문에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아직은 트랙이나 길에서 그냥 타는 게 좋아요. 계획이 세워진 것은 아니니까.”

“운좋게 모터사이클 세계에서도 좋은 인맥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장대높이뛰기 커리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겁니다. 최소한 한 시즌은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이요.”

이 인맥들 중 하나는 그의 친구이자 다카르 랠리 5회 우승자, 시릴 데스프레스입니다. 당연히 라빌레니는 사막의 레이스 역시 생각하고 있죠.

이미 르망 24시를 자동차로 달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이죠.

그 다음에는 다카르 랠리를 나갈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모터스포츠가 좋은 점은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육상에서는 35-38세 정도가 되면 커리어를 마쳐야 합니다. 하지만 모터스포츠에서 35-38세는 실력이 붙기 시작하는 나이죠.”

올림픽 채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