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골든골로 얻은 금메달

2000년 9월 28일. 시드니 올림픽 여자 축구 결승전에서 승리한 노르웨이 대표팀. (Mandatory Credit: Shaun Botterill /Allsport)
2000년 9월 28일. 시드니 올림픽 여자 축구 결승전에서 승리한 노르웨이 대표팀. (Mandatory Credit: Shaun Botterill /Allsport)

감동과 드라마, 그리고 아름다운 순간들로 가득 차 있는 올림픽 결승전의 역사. 여러분들의 기억에 가장 인상깊었던 그 결승전 경기들을 이제 매주 영상으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주는 2000 시드니 올림픽의 여자 축구 결승전을 만나보시죠.

경기 정보

  • 여자축구 결승, 2000 시드니 올림픽
  • 노르웨이 vs 미국
  • 2000년 9월 28일,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 호주, 시드니.

배경

미국과 노르웨이는1980년대와 1990년대 여자 축구의 양대 산맥이었습니다. 노르웨이는 1995 FIFA 여자 월드컵 우승국이자 1987, 1993 유러피언 챔피언십 우승을 거둔 나라였고, 미국은 1991, 1999 FIFA 여자 월드컵 우승과 홈경기로 치러진 1996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었습니다.

따라서 두 팀은 당연히 메이저 대회에서 여러 번 맞붙었습니다. 특히 노르웨이는 1995 월드컵 준결승에서 한 골 차이(1-0)로 미국을 꺾었고, 미국은 1년 후 애틀랜타 올림픽 준결승에서 연장 결승골을 통해 월드컵 패배의 복수를 합니다.

시드니에서 두 팀은 같은 조에 속하게 되었고, 미국이 비교적 손쉽게 2-0 승리를 가져갑니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미국전을 제외한 조별 리그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며 녹아웃 스테이지로 진출합니다.

준결승에서 독일을 만난 노르웨이는 고전 끝에 1대0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놀랄 정도로 견고한 수비력을 보여줬습니다. 한편, 미국은 준결승에서 여자 축구의 전설 미아 햄의 골에 힘입어 브라질을 꺾고 결승에 올라갑니다. (참고로 그 당시 브라질 대표팀은 FIFA 올해의 여자 선수에 6번 선정된 마르타 비에이라 다 시우바가 등장하기 전의 브라질이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

시작된 미국과 노르웨이의 결승전. 경기 시작 5분만에 미국의 티페니 밀브렛이 골을 넣어버렸고,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을 채운 2만 관중은 미국의 손쉬운 올림픽 2연패를 예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노르웨이의 투지가 어느 정도인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전반 종료 직전에 그로 에스페세스가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고, 78분에는 라그닐드 구드브란드센이 미국 수비의 혼란을 틈타 역전골을 넣었습니다. 금메달은 거의 노르웨이의 손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하지만 미국도 포기하지 않았고, 추가시간 2분에 햄의 크로스를 받은 밀브렛이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어 냅니다.

금메달 직전까지 갔던 노르웨이 벤치는 침묵에 잠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노르웨이의 스타 수비수, 그로 에스페세스는 그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화가 치밀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우리가 이길거야. 미국이 또 이기게 놔 둘 수는 없어.’ 이번은 우리 차례였고, 질 수 없었습니다.”

에스페세스의 말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팀 동료 모두가 금메달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연장전 12분. 헤게 리세가 페널티 지역 안으로 보낸 크로스를 미국의 조이 포셋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고, 흘러나온 공을 대그니 멜그렌이 슛으로 연결하며 득점, 경기는 곧바로 종료됩니다.

연장전에 먼저 득점하는 팀이 승리하는 골든골 규정으로 노르웨이가 득점과 동시에 올림픽 챔피언이 된 것입니다.

그 이후

미국의 에이프릴 하인릭스 감독은 경기 직후 노르웨이 대표팀과 골든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며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습니다.

“저는 골든골 규정에 200퍼센트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경기의 승부를 결정하는 간단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과거 우리도 이런 방식으로 이겼던 경기들이 있었고, 승리를 얻어내는 아주 좋은 방법이기도 해요. 노르웨이는 이길 자격이 있는 팀이며 노르웨이기 가진 여자 축구의 오랜 전통은 저도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패배는 미국 대표팀에게 일종의 자극제가 되었고, 이후 올림픽 무대에서 미국이 독주하는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애비 웜백, 줄리 파우디, 호프 솔로 같은 선수들이 포함된 미국 대표팀은 2004, 2008, 2012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고, 2016 리우 올림픽 8강에서 패할때까지 우승과 연승 기록을 이어갔습니다.

그와는 정 반대로, 시드니에서의 금메달은 노르웨이 여자 축구 하락세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노르웨이 여자 축구 대표팀은 2007 여자 월드컵에서 준결승까지 올라가는 성과를 냈지만, 그 준결승 진출이 지난 20년 동안 노르웨이 여자 축구가 경험한 유일한 영광의 순간이었습니다.

여자 축구 결승, 시드니 2000
5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