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턴 판 데르 베이던: 백혈병 환자에서 올림픽 영광까지

네덜란드의 마르텐 판 데르 베이던. 2008 베이징 올림픽 10km 마라톤 수영 시상식에서. (Photo by Cameron Spencer/Getty Images)
네덜란드의 마르텐 판 데르 베이던. 2008 베이징 올림픽 10km 마라톤 수영 시상식에서. (Photo by Cameron Spencer/Getty Images)

올림픽 역사는 수많은 챔피언과 신기록, 그리고 멋진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기묘한 일이나 재미있는 일화, 감동적인 이야기와 슬픈 기억도 놀라울 정도로 많이 존재하지요. 저희는 매주 과거의 올림픽 이야기를 발굴해 내는 시간을 통해 여러분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 드리려 합니다. 이번 주는 베이징 2008에서 마라톤 수영의 올림픽 첫 금메달을 획득한 네덜란드 수영의 전설, 마르턴 판 데르 베이던의 이야기입니다.

배경

IOC의 시리즈, In Their Own Words 에서 마르턴 판 데르 베이던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수영을 선택한 이유는 누나가 수영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누나보다 내가 더 잘한다는 사실은 금방 드러났어요.”

네덜란드의 마르턴 판 데르 베이던은 어린 시절부터 수영에 재능을 보였고, 17살때부터 네덜란드 전국 대회 장거리 종목에서 여러 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또한, 2000년에는 호놀룰루에서 열린 오픈 워터 세계선수권에서 5km, 10km 두 종목 모두 10위 안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최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던 바로 그 때, 재앙이 닥쳐옵니다.

2001년,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으며 수영 선수로서의 커리어 자체가 흔들리게 된 것입니다.

시상대 정상에서 환호하던 챔피언에서 병실에 누워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과 싸워나가는 환자로. 그의 인생은 하루아침에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판 데르 베이던은 그 힘든 시기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2001년에 백혈병 진단을 받은 후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생각도, 수영에 대한 생각도 멈춰버렸습니다. 그저 다음 날에 대해서만 생각했어요. 내일은 이 엄청난 고통이 조금 덜해지기만을 바라면서.”

자신의 병세에 대해 현실적이었던 판 데르 베이던은 미래를 운명에 맡길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운이 좋다면 완전히 회복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백혈병이 재발하고 죽게 되겠죠.”

결국 수 차례의 화학 요법에 더해 줄기세포 이식을 받는 것으로 판 데르 베이던은 백혈병을 극복했고, 본인은 이것을 “첫 금메달” 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 판 데르 베이던은 진짜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삼았고, 5년간의 노력 끝에 2008년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오픈워터 세계선수권에서 25km 금메달 5km 동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출전을 위한 준비를 마치게 됩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10km 마라톤 수영 시상식. (왼쪽부터) 은메달에 영국의 데이빗 데이비스, 금메달에 네덜란드의 마르턴 판 데르 베이던, 동메달에 독일의 토마스 루르츠. (Photo by Cameron Spencer/Getty Images)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10km 마라톤 수영 시상식. (왼쪽부터) 은메달에 영국의 데이빗 데이비스, 금메달에 네덜란드의 마르턴 판 데르 베이던, 동메달에 독일의 토마스 루르츠. (Photo by Cameron Spencer/Getty Images)
2008 Getty Images

결전의 날

2008 베이징 올림픽은 마라톤 수영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대회였습니다.

그리고 마르턴 판 데르 베이던은 올림픽 무대에 멋지게 등장합니다. 2.05m의 신장에 대머리, 그리고 백혈병으로 인해 머리에 남아 있는 흉터는 모두의 눈을 사로잡을 수 밖에 없는 모습이었으니까요.

올림픽 최초의 마라톤 수영 경기에서 판 데르 베이던은 시작부터 끝까지 영국의 데이빗 데이비스, 독일의 토마스 루르츠와 경쟁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판 데르 베이던은 조바심 내지 않았습니다. 올림픽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죠. 그는 자신이 가장 빠른 선수가 아니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승리를 위한 유일한 전략은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 뿐이었습니다.

마지막 500m를 남겨 둔 상황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던 데이빗 데이비스가 파이널 보드를 가장 먼저 터치할 것으로 보였지만, 갑자기 등장한 판 데르 베이던이 경주에서 처음으로 온 힘을 다 쏟으며 결승선을 향해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m를 남긴 지점. 선두 경쟁을 펼치던 데이비스와 루르츠의 뒤에서 나타난 판 데르 베이던은 두 사람을 모두 제치고 마지막 순간에 1시간 51분 51.6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고, 마라톤 수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네덜란드 수영의 전설이자 올림픽 금메달 3관왕, 그리고 베이징 2008 전에 판 데르 베이던과 함께 훈련했었던 피터르 판 덴 호헨반트는 네덜란드 TV 중계석을 나와 판 데르 베이던에게 뜨거운 축하 인사를 전하며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판 데르 베이던은 자신이 인생에서 두 번의 비현실적인 순간을 경험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최악의 순간은 백혈병 진단을 받았을 때였고, 최고는 당연히 베이징에서 시상대 정상에 섰던 순간이었죠.

남자 10km 수영 마라톤 | 베이징 2008 | 최고의 올림픽 순간
02:14:31

베이징 2008 올림픽 남자 10km 수영 마라톤에서 네덜란드의 마르텐 반 데 바이덴이 금, 영국의 데이비드 데이비스가 은, 독일의 토마스 루츠가 동메달을 땄습니다.

그 이후

판 데르 베이던은 2008 네덜란드 올해의 수영 선수상 시상식에서 은퇴를 발표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수영에 쏟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은퇴 이후에도 판 데르 베이던은 암 연구를 위한 기금 모금을 위해 계속해서 장거리 수영을 이어갔습니다.

2017년에 마르텐 판 데르 베이던 재단을 설립한 뒤에도 암 연구를 위한 기금 모금 활동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암을 극복해 내고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네덜란드 전사의 전설적인 이야기 역시 계속해서 모두의 기억 속에 남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