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티스틱 스위밍, 도쿄에서 피어오를 수 있도록

일본, 도쿄 – 4월 27일: 아티스틱 스위밍 재팬 오픈에서. 팀 테크니컬 루틴 파이널 중인 한국 대표팀. (Photo by Matt Roberts/Getty Images)
일본, 도쿄 – 4월 27일: 아티스틱 스위밍 재팬 오픈에서. 팀 테크니컬 루틴 파이널 중인 한국 대표팀. (Photo by Matt Roberts/Getty Images)

물살을 가르고 펼쳐지는 예술, 아티스틱 스위밍. 물 위에서 피어오르는 우아한 연기의 바탕에는 고난도 기술을 수행하고 물속에서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체력이 필수적인 종목입니다. 최근 선발전을 마친 한국 대표팀도 도쿄 2020에서 아티스틱 스위밍의 아름다우면서도 강인한 매력을 선보일 수 있도록 훈련에 매진할 예정입니다.

아티스틱 스위밍, 이름 그대로 ‘예술적인 수영’입니다. 원래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지만, 2017년 국제수영연맹(FINA)의 결정에 따라 공식 명칭이 아티스틱 스위밍으로 바뀌었습니다. 선수들의 동작이 맞춰지는(싱크로나이즈드) 것을 넘어서는 예술성을 강조하기 위한 변화였습니다.

아티스틱 스위밍 선수들은 반주에 맞춰 물 안팎을 쉴 틈 없이 넘나들며 손과 발, 온몸을 활용해 아름다운 안무를 구사하는 동시에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까지 선보이며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경기를 펼쳐냅니다. 하지만 아티스틱 스위밍은 결코 아름답기만 한 스포츠가 아닙니다. 수영 실력은 물론이고, 점프 리프트와 같이 아크로바틱하고 화려한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위한 근력과 유연성, 오랫동안 물속에 있으면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폐활량 등 강인한 체력을 필요로 하는 종목인 것입니다.

이처럼 아티스틱 스위밍은 우아함과 강인함을 모두 요구하는 종목으로서, 심사위원들도 선수들의 예술성과 기술력을 모두 평가합니다. 예술성의 경우 안무, 음악 해석력, 그리고 표정 연기 등 종합적인 표현력을 고려하여 채점이 이루어지며 기술력의 경우 정해진 규정 요소를 얼마나 정확하게 구사했는지(테크니컬 루틴), 얼마나 어려운 동작을 선보였는지(프리 루틴) 등을 판단합니다. 선수들은 이러한 평가 요소들에 맞춰 아름답게, 또 한편으로는 정확하게 연기하기 위해 혼자 혹은 다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 물살을 가르게 됩니다.

아티스틱 스위밍에는 혼자 출전하는 솔로, 두 명이 짝을 이루는 듀엣, 8명이 단체 연기를 펼치는 팀 등 크게 3개 부문이 있지만 현재 올림픽에서는 듀엣과 팀의 두 부문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1984를 통해 아티스틱 스위밍이 올림픽 무대에 데뷔한 뒤, 바르셀로나 1992까지는 솔로와 듀엣 경기가 치러졌지만 애틀랜타 1996에서는 솔로, 듀엣 없이 팀 경기만 진행되었습니다. 그 이후 올림픽에서는 솔로 경기가 치러지지 않았고, 듀엣은 시드니 2000부터 다시 종목으로 포함되어 팀 경기와 함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2015년부터 혼성 듀엣이 포함된 세계수영선수권대회와 달리 올림픽에서는 아티스틱 스위밍이 도입된 이후로 계속해서 여자부 경기만 진행되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 3월 3일: FINA 올림픽 아티스틱 스위밍 예선 토너먼트 1라운드 듀엣 프리 루틴중인 한국의 이리영-엄지완 조. (Photo by Buda Mendes/Getty Images)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 3월 3일: FINA 올림픽 아티스틱 스위밍 예선 토너먼트 1라운드 듀엣 프리 루틴중인 한국의 이리영-엄지완 조. (Photo by Buda Mendes/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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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경기와 달리 듀엣과 팀 경기에서는 선수들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과거 명칭이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었던 데에서도 분명하게 알 수 있듯이, 2명 혹은 8명의 선수들은 물 속에서든 밖에서든 마치 한몸처럼 동작을 맞춰 연기를 펼쳐야 합니다. 더욱이 듀엣과 팀 종목만 진행되는 올림픽 아티스틱 스위밍에서 성과를 낼 수 있으려면 선수들이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훈련하며 합을 맞추고 팀워크를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티스틱 스위밍이 대중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얻지 못하고 있는 까닭에 선수 자체가 극히 적고,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올림픽 본선 출전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심지어 8명이 한 조를 이루어야 하는 팀 종목의 경우에는 지난 2017년 무려 13년 만에 처음으로 대표팀이 구성되었을 정도였습니다. 과거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최정윤, 최유진, 장윤경, 김민정 등이 솔로 및 듀엣 종목에서 아시안게임 메달을 차지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2000년대부터 서서히 주요 선수들이 현역에서 물러나고 적절한 수준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며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은 침체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대한민국, 광주 – 2019 광주 FINA 세계선수권에서 팀 테크니컬 예선 라운드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 2019년 7월 14일. (Photo by Quinn Rooney/Getty Images)
대한민국, 광주 – 2019 광주 FINA 세계선수권에서 팀 테크니컬 예선 라운드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 2019년 7월 14일. (Photo by Quinn Rooney/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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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한국 대표팀에게는 그렇지 않아도 높은 올림픽의 벽이 더욱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경험이 있지만, 올림픽에서는 본선 진출조차 힘겨웠습니다. 예선 9위로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던 애틀랜타 1996 이후 시드니 2000에서는 장윤경-유나미 조가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 사상 최초로 결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그 뒤로 한국 대표팀은 올림픽과 별다른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런던 2012에서 12년 만에 듀엣 종목 결선에 올랐던 박현선-박현하 자매를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낳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 대표팀도 힘들었던 시기를 넘어 도쿄 2020에서 피어오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 솔로, 듀엣 종목에만 참가해왔던 한국 대표팀이지만 이제는 팀 종목에도 출전할 수 있는 규모가 되었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통해 모든 종목에서 실전 경험을 쌓았습니다. 또한 2017년부터 아티스틱 스위밍 대표팀을 이끌어온 김효미 감독의 유임이 최근 결정됨에 따라 그간 다져온 팀워크도 흔들림 없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 대표팀은 그동안의 아쉬움을 씻고 올림픽 본선 무대에 서기 위한 첫 단추로서 지난 주말 2021년 국가대표 선발전도 치렀습니다. 10월 31일, 11월 1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기술평가와 수영능력 측정 및 체력측정 결과 총 9명의 국가대표가 선발되었으며, 이들은 다가오는 11월 10일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도쿄 2020을 향한 준비를 시작하게 됩니다. 도쿄 올림픽 아티스틱 스위밍 최종예선은 내년 3월 4일부터 7일까지 도쿄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중학생 때부터 꾸준히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명실공히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의 간판 선수가 된 이리영도 최근 네이버 칼럼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에 대한 남다른 각오를 밝혔습니다. 8년 전,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 사상 두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올림픽 결선 무대에 섰던 박현선-박현하 코치처럼 소중한 기억을 남기고 싶다는 것입니다.

“[올림픽 본선이 가장 소중하게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저도 큰 동기부여가 생겼어요.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올림픽 본선 무대에 서 보는 게 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