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요트, 올림픽을 향해 순항 중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 8월 19일: 2016 리우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인터내셔널 세일링 레가타의 RS:X급에 출전한 대한민국의 조원우(Photo by Buda Mendes/Getty Images)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 8월 19일: 2016 리우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인터내셔널 세일링 레가타의 RS:X급에 출전한 대한민국의 조원우(Photo by Buda Mendes/Getty Images)

사람과 배, 물, 바람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스포츠, 요트. 시시각각 변하는 물과 바람이라는 변수는 물론, 다른 선수들과의 전략 경쟁이 흥미진진한 종목입니다. 국내에서는 대중적인 스포츠라고 하기 어려운 까닭에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한국 요트는 아시아에서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으며 조원우, 하지민 등 이미 도쿄 2020 본선 진출을 확정한 선수들도 있습니다. 이제 한국 요트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실력을 펼치고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는 데까지 순항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요트는 사람과 배가 물과 바람이라는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스포츠입니다. 한국에서는 레저로서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요트는 사람과 자연이 만나 승부를 펼치는 스포츠로서 유서가 깊은 종목입니다. 1851년 시작된 아메리카스컵은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요트 대회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종목을 통틀어 가장 오래된 우승컵이라는 명예를 누리고 있으며, 최초의 근대 올림픽이었던 아테네 1896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올림픽에서만 12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올림픽의 오랜 역사 속에서 요트는 기상 상황으로 인해 경기가 열리지 못했던 아테네 1896과 정식 종목에서 제외되었던 세인트루이스 1904 등 2차례를 제외하고 매 대회 경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요트가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자연 환경이라는 외부 변수와 다른 선수들을 제치기 위한 경쟁, 그리고 스포츠맨십이 한데 어우러진다는 데 있습니다. 선수들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파도와 바람을 읽고 정확하게 대처하는 한편, 넓디넓은 물 위의 코스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빨리 결승점에 도달하기 위해 최적의 항로를 찾아내야 합니다. 또한 선수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함께 레이스를 펼치는 동료로서 위험에 빠진 다른 선수에게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즉 요트는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이 승부를 벌이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는 매력을 가진 스포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인 만큼 요트 경기에서는 여러 번의 레이스를 통해 최종 승자가 가려집니다.

올림픽에서는 세부 종목별로 10~12회의 레이스를 펼쳐 합산한 종합 점수를 토대로 마지막 메달 레이스에 참가할 선수들을 추려냅니다. 기록 경기가 아닌 까닭에 각 레이스마다 먼저 도착하는 선수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 방식으로 점수가 계산되는데, 레이스별로 1위에게는 1점이 주어지고 순위가 낮아질수록 점수도 1점씩 늘어나게 됩니다.

각 선수마다 점수 합산 시 가장 순위가 낮았던 레이스의 점수는 제외되고, 그 합계 점수가 가장 낮은 10명이 최종 순위를 판가름할 메달 레이스에 출전합니다. 앞선 레이스들과 달리 단판 승부로 치러지는 메달 레이스에서는 1위에게 2점이 부여되고 순위에 따른 점수 차이도 두 배로 늘어나 최하위인 10위는 20점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메달 레이스에 참가한 10명의 선수들 중 앞선 레이스에서의 합산 점수에 메달 레이스에서의 점수를 더한 결과가 가장 낮은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하게 됩니다.

요트는 역사도 길고 매력도 풍부한 스포츠지만 국내에서는 대중적으로 저변이 그리 넓지 않습니다.

서구권 국가들에 비해 역사가 짧은 후발 주자인 데다가, 종목의 특성상 신체 조건에서도 동양인들이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크게 주목을 받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 요트는 적어도 아시아에서만큼은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1986 서울 아시안게임 남자 레이저급에서 한국 요트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1990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2연패를 달성한 박길철을 시작으로, 남자 470급에서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의 기록을 남긴 김대영-정성안 조(1998 방콕, 2002 부산, 2006 카타르), 남자 레이저급에서 역시 아시안게임 3연패의 업적을 달성한 하지민(2010 광저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까지 한국 요트는 최근 20여년 간 아시아에서 좋은 성과를 내왔습니다.

그동안 아시아에서의 위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세계 무대에서는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도쿄 2020에서는 한국 요트 대표팀의 순항에 한층 기대가 높습니다. 그 중에서도 남자 RS:X급의 조원우가 메달 기대주로서 특히 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조원우는 작년 RS:X 세계요트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메달 레이스에 진출했고, 최종 순위 9위를 기록하며 한국은 물론 전체 아시아 선수 중에서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또한 지난해 세계선수권 직전에 치러진 월드컵시리즈 1라운드에서는 4위에 올랐는데, 이를 통해 도쿄 2020 요트 경기가 열릴 에노시마 요트 하버에서 좋은 기억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한국 요트 대표팀의 김형태 감독 역시 최근 한스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RS:X의 조원우 선수에게 올림픽 메달 기대를 걸고 있다”며 조원우에 대한 특별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조원우가 떠오르는 기대주라면, 남자 레이저급의 하지민은 오랫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해온 베테랑입니다. 하지민은 이미 여러 차례 아시아 무대를 제패한 경험이 있고, 한국 최초로 4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대기록 작성을 앞두고 있습니다. 또한 하지민이 4년 전 리우에서 거둔 13위의 성적은 그동안 한국이 올림픽에서 기록한 최고 성적이기도 합니다(시드니 2000 여자 미스트랄급 주순안과 동률).

두 선수 모두 이미 도쿄 2020 본선 진출을 확정한 상태입니다. 조원우는 2019년 RS:X 세계요트선수권대회 9위, 하지민은 2018년 세계요트선수권대회 레이저급 22위로 일찌감치 도쿄행 티켓을 확보했습니다. 두 선수 외에는 남자 470급의 박건우-조성민 조가 지난해 아시아요트선수권 470급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내년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습니다. 이제 한국 요트 대표팀은 이들 세 종목에 더해 다른 종목에서도 도쿄 2020에 출전할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8월 선발전을 통해 남자 49er급(김경덕-류해석, 신상민-채봉진, 유망주 김정호-이승현)과 여자 레이저 레이디얼급(김다정, 김지아, 정혜원) 종목의 국가대표를 선정했고, 이 선수들이 내년 아시아요트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한국 요트 대표팀은 도쿄 2020 출전권을 추가할 수 있게 됩니다.

도쿄 2020 요트 종목은 남자 5종목(470급, 49er급, 핀급, 레이저급, RS:X급), 여자 4종목(470급, 49er FX급, 레이저 레이디얼급, RS:X급)과 혼성 1종목(나크라 17급)까지 10개의 세부종목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한국은 조원우의 남자 RS:X급 등 5개 세부종목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과연 한국 요트 대표팀이 사상 최초로 올림픽 메달 레이스에 진출하면서 역대 최고 성적을 경신하고 더 나아가 메달까지 획득할 수 있을지, 도쿄에서 한국 대표팀의 순항에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