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런던 마라톤, 킵초게와 베켈레가 펼칠 ‘세기의 대결’

2019 런던 마라톤 남자 엘리트 경주에서 우승한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Photo by Naomi Baker/Getty Images)
2019 런던 마라톤 남자 엘리트 경주에서 우승한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Photo by Naomi Baker/Getty Images)

올해 최고의 레이스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2020 런던 마라톤이 이번 주말,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펼쳐질 예정입니다. 이번 대회에는 도쿄 2020 출전권 역시 걸려 있습니다.

제40회 런던 마라톤이 10월 4일 일요일에 열립니다. 평소라면 4만여명의 선수들이 런던의 거리를 달리겠지만, 올해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대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COVID-19 팬데믹의 영향으로 런던 마라톤은 4월에서 10월로 연기되었고, 경기 장소도 마라톤 코스가 아닌 세인트 제임스 파크로 옮겨졌습니다. 여기서 초청된 엘리트 선수들이 2.1km의 폐쇄된 원형 서킷을 19.6바퀴 돌게 됩니다.

응원하는 관중들도 없을 것이며, 대회를 앞둔 선수들의 훈련 모습도 이번에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선수들은 지난 며칠 동안 안전한 '바이오스피어' 내부에서 대회를 준비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악조건들 속에서도 이번 레이스는 올해 들어 가장 큰 관심과 기대가 쏠려 있는 마라톤 대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를 한 번 살펴볼까요?

킵초게 vs 베켈레

런던 마라톤의 남자 엘리트 경주를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는 당연히 케냐의 현 마라톤 세계 기록 보유자 엘리우드 킵초게와 에티오피아의 장거리 전설 케네니사 베켈레의 대결 때문입니다.

킵초게는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초의 런던 마라톤 5회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1년 전 비엔나에서 비공식 기록 1시간 59분 40.2초를 기록하며 마라톤에서 두시간의 벽을 돌파한 유일한 인물로 기록되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습니다.

2019년 9월 29일, 올림픽 3회 우승자이자 현 10,000m 세계 기록 보유자, 베켈레는 마라톤에서도 엄청난 실력을 보여줬고, 2019 베를린 마라톤에서 2시간 01분 41초로 결승선에 들어오며 킵초게의 공식 세계 기록에 단 2초가 못 미치는 기록을 냈기 때문입니다.

이번 런던 마라톤에서는 바로 이 두 사람이 펼치는 전술과 의지, 기술의 엄청난 대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킵초게는 이번 주말의 레이스에 대해 “최초의 런던 마라톤 5회 참가, 5회 우승을 이루며 역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최고의 기록을 낼 것이라 믿으며, 런던 마라톤 5회 우승은 저에게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레이스 코스 밖에서의 두 사람은 베켈레의 말에 따르면 “오랜 라이벌이자 친구” 사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베켈레는 일요일 아침, 레이스의 시작과 함께 킵초게를 견제할 생각입니다.

베켈레: “시작부터 끝까지 레이스를 컨트롤 하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선두를 유지하고 싶어요.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느냐는 상관없습니다. 여기서 우승한다면 저에게는 정말 큰 선물이 될 거예요.”

View this post on Instagram

Hi London!

A post shared by Kenenisa Bekele (@kenenisabekele_42) on

역대 최고의 라인업?

킵초게와 베켈레가 가장 눈길을 끄는 이름이 되겠지만, 남자 엘리트 경주에 뛰는 것은 이 두 사람만은 아닙니다. 이번 대회에 초청받은 총 45명의 선수 중 5명은 개인 최고 기록이 2시간 4분 미만이고, 8명은 2시간 5분, 11명은 2시간 6분 미만입니다.

이미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이번 대회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올림픽 4회 우승자, 모 패라와 케냐의 빅터 추모를 포함한 8명의 엘리트 페이스메이커들이 첫 30km에서 길을 이끈다는 점입니다.

페이스메이커들이 얼마나 빨리 달려 주면 좋겠는가에 대해 킵초게와 베켈레 모두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 않았지만, 첫 30km 동안은 아주 빠른 속도의 진행이 예상됩니다.

베켈레: “페이스는 정말 빠를 것입니다. 페이스가 느려지는 건 본 적이 없어요. 특히 런던 마라톤에서는.”

일부 선수들에게 일요일의 경주는 올림픽 꿈을 이룰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세계육상연맹은 9월 1일부터 다시 올림픽 출전 자격 시스템을 가동했고, 이번 대회에서 남자 기준기록 2시간 11분 30초, 여자 기준 기록 2시간 29분 30초 이내로 들어오면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남자 엘리트 경주는 한국시간으로 10월 4일 일요일 오후 6시 15분에 시작합니다.

코스게이, 타이틀 방어를 목표로

작년 여자 엘리트 경주에서 케냐의 브리지드 코스게이는 2005년 폴라 래드클리프의 2시간 17분 42초와 2017년에 나온 현 세계 신기록, 매리 케이타니의 2시간 17분 01초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빠른 기록을 내며 런던 마라톤 여자부 최연소 우승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의 대회에서 코스게이는 같은 케냐의 비비안 체루이요트, 2018 런던 마라톤 우승자이자 현 세계 챔피언 루스 체픈게티 같은 선수들이 포함된 필드에서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합니다.

발렌시아 마라톤 우승자인 로자 데레제가 에티오피아를 이끌 것이고, 미국도 올해 초 자신의 첫 마라톤 출전에서 도쿄행을 확정지은 몰리 세이델을 내보냅니다.

목요일 공식 기자 회견에서 코스게이는 일요일의 레이스에 대해 “내년 올림픽 대표팀에 뽑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라는 말을 하며 도쿄 2020 케냐 대표팀 합류라는 앞으로의 목표까지 밝혔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세계 신기록에 도전할 수 있겠느냐의 질문에 코스게이는 “시카고 같지는 않겠지만(작년, 여자 신기록을 수립했던 혼성 경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고 답했습니다.

여자 엘리트 경주는 한국시간으로 10월 4일 일요일 오후 3시 15분에 시작됩니다.

2019 런던 마라톤 여자 엘리트 휠체어 경주에서 우승한 스위스의 마누엘라 셰르. (Photo by Naomi Baker/Getty Images)
2019 런던 마라톤 여자 엘리트 휠체어 경주에서 우승한 스위스의 마누엘라 셰르. (Photo by Naomi Baker/Getty Images)
2019 Getty Images

런던 2020 휠체어 경주

런던 마라톤 휠체어 엘리트 경주에서 마누엘라 셰르는 2019년의 기록들을 이어가려 합니다.

셰르는 9연속 세계 마라톤 메이저 대회 우승을 거둬왔지만, COVID-19로 인해 3월의 도쿄 마라톤은 출전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4월, 세계 마라톤 메이저 와의 인터뷰에서 셰르는 “아무런 경주 없이 수 개월을 보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에요. 저는 보통 훈련을 위해 동기 부여가 필요하고, 경쟁심이 필요합니다. 특히 패럴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된 상황에는 더 그렇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훈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8월에 셰르는 스위스의 노트윌에 있는 트랙에서 1,500m T54 세계 기록을 깨뜨린 것입니다.

셰르의 주 경쟁자는 런던 마라톤 2회 우승자 셸리 우즈가 될 것이로 예상되며 우즈는 아들의 출산 이후 4년만 참가하는 런던 마라톤입니다.

현 챔피언, 다니엘 로만축이 대회 불참을 결정했기 때문에, 남자부의 경쟁은 2회 우승자 마르셀 허그와 홈 어드밴티지를 가진 데이빗 위어 두 사람의 경쟁으로 좁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41세인 위어는 이번 대회가 자신의 21번째 런던 마라톤 출전이며 통산 9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의 오랜 라이벌 ‘은색 탄환’ 허그는 패럴림픽 마라톤 현 챔피언이며 800m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던 선수입니다.

휠체어 경주는 한국시간 10월 4일 일요일 저녁 9시 15분에 시작합니다.

2020년4월 26일로 예정되었던 런던 마라톤의 결승선이었던 ‘더 몰’. 런던 마라톤은 COVID-19 확산으로 10월 4일로 연기되었다. (Photo by Alex Davidson/Getty Images)
2020년4월 26일로 예정되었던 런던 마라톤의 결승선이었던 ‘더 몰’. 런던 마라톤은 COVID-19 확산으로 10월 4일로 연기되었다. (Photo by Alex Davidson/Getty Images)
2020 Getty Images

코스의 영향은 어느 정도?

올해 대회에서 선수들은 런던 마라톤 최초로 세인트 제임스 파크의 원형 코스를 달립니다. 이런 코스의 변화로 레이스가 얼마나 빨라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세계 신기록이 세워지는 장면을 볼 수 있을까요?

평지로만 이뤄진 이번 코스는 이론상으로는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런던 시내 코스에서 언덕과 울퉁불퉁한 길을 달릴 필요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원형 코스는 선수들이 더 많은 곡선 주로와 커브를 통과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이로 인해 페이스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레이스 디렉터, 휴 브레이셔는 비만 오지 않는다면 이 코스가 빠른 시간 기록을 낼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비가 안오기만을 빌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게 될 멋진 레이스, 놀랄 정도로 빠른 경주가 펼쳐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공식 기자 회견에서 베켈레는 좀 더 신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커브에서 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긴 코스며 어느 시점에서는 커브 때문에 속도를 좀 잃게 될 수도 있어요.”

반면에 킵초게는 이번 도전을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코스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좋은 경쟁을 펼칠 것이며, 일요일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