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복귀 김연경, 더욱 기다려지는 여자 배구

2016년 5월 21일, 일본 도쿄: 도쿄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배구 올림픽 예선 한국 대 타이 경기에서. 경기를 앞두고 팀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김연경. (Photo by Koki Nagahama/Getty Images)
2016년 5월 21일, 일본 도쿄: 도쿄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배구 올림픽 예선 한국 대 타이 경기에서. 경기를 앞두고 팀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김연경. (Photo by Koki Nagahama/Getty Images)

지난 주말 막을 내린 KOVO컵 프로배구대회는 한국 배구 팬들에게 반가운 대회였습니다. 2019-20시즌이 조기 종료된 이후 오랜만에 펼쳐진 경기였을 뿐만 아니라, 다음 시즌 일정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가뭄의 단비와 같이 찾아온 배구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KOVO컵이 반갑게 느껴진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선수로 찬사를 받고 있는 김연경이 11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와 복귀를 신고했던 것입니다. 

지난 5일, 8월 22일부터 2주에 걸쳐 펼쳐진 2020 KOVO컵 프로배구대회가 여자부 GS칼텍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여자부에 앞서 진행된 남자부에서는 한국전력이 승리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올해 3월 COVID-19의 확산으로 2019-20시즌 정규리그 조기 종료라는 초유의 결정 이후 포스트시즌도 진행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KOVO컵을 통해 한국 배구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켤 수 있었습니다.

KOVO컵은 통상 정규리그 개막을 한 달 남짓 앞두고 치러지는 까닭에, 평상시와 같았더라면 2020-21시즌 개막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대회였겠지만 아직 정규리그 일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배구를 즐길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한국 팬들에게 이번 KOVO컵이 더욱 반가웠던 이유는 다름아닌 김연경에게 있었습니다. 그 동안 일본, 터키, 중국 리그에서 활약하며 각국 정규리그 우승 및 MVP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쓴 김연경이 11년 만에 옛 소속팀으로 복귀함에 따라 국내 무대에서 김연경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흥국생명은 KOVO컵 결승전에서 GS칼텍스에게 무릎을 꿇었지만, 김연경이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 팬들을 들썩거리게 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여자 배구가 이토록 뜨거운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국가대표팀이 세대교체기를 겪으며 약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리그도 침체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연경은 고등학생이었던 2005년부터 꾸준히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스스로의 이름을 알리는 수준을 넘어 한국 여자 배구의 위상까지 끌어올린 1등 공신이 되었습니다.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8월 8일: 득점을 성공시키고 기뻐하는 김연경.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배구 A조 대한민국 대 러시아의 경기에서. (Photo by Cameron Spencer/Getty Images)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8월 8일: 득점을 성공시키고 기뻐하는 김연경.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배구 A조 대한민국 대 러시아의 경기에서. (Photo by Cameron Spencer/Getty Images)
2016 Getty Images

김연경과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국내외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런던 2012였습니다. 한국 대표팀이 40년 만에 올림픽에서 4강까지 올라갔을 뿐만 아니라, 그 중심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김연경이 대회 MVP와 득점왕에 등극했던 것입니다. 사실 김연경은 런던 2012에 앞서 소속팀 페네르바흐체를 이끌고 창단 이후 최초의 CEV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뤄내면서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CEV 챔피언스리그 MVP를 차지해 온 유럽의 주목을 모은 바 있었습니다. 

런던 2012을 통해 명실공히 전세계적인 스타로 자리잡은 김연경은 올림픽 이후로도 눈부신 활약을 이어갔습니다. 2012~14년 2시즌 연속 터키 리그 공격상 및 득점상을 거머쥐었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표팀을 이끌고 한국에 20년 만의 금메달을 선사했습니다. 또한 리우 2016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경기를 펼치며 올림픽 한 경기에서 30점 이상의 득점을 기록한 횟수를 총 3차례로 늘렸습니다. 여자 배구에서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가모바와 김연경 이외에는 이와 같은 기록을 낸 선수가 없다는 점에서도 그 위상을 알 수 있습니다.

리우 2016 이후로도 중국, 터키 리그에서 꾸준히 소속팀을 1위로 이끌며 한껏 날개를 펼쳤던 김연경이 국내 복귀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COVID-19였습니다. 올해 초 COVID-19가 전세계를 덮치면서 터키 리그에도 차질이 생겼고, 마침 2019-20 시즌을 끝으로 엑자시바시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상황에서 김연경이 일정이 불투명한 해외 리그 대신 국내 리그에서 뛰면서 도쿄 2020을 준비하는 쪽을 선택한 것입니다.

김연경이 도쿄 2020을 마지막으로 올림픽에 작별을 고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한국 대표팀에서 김연경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입니다. 청소년 국가대표를 거쳐 2005년에는 고등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인 대표팀에 선발되었고, 그 후 약 15년간 올림픽 2회, 아시안게임 3회를 비롯해 수많은 대회에 참가하며 대표팀의 주축으로서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주었습니다. 남다른 존재감으로 인해 김연경은 상대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는 동시에 대표팀 내에서도 언제나 기대를 한몸에 모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담스러운 위치일 법한데도 김연경은 항상 의연하게 역할을 다해주고 있습니다.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도 김연경은 “한 단계 한 단계 과정을 밟아 나간 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드러냈습니다. 또한 오랜만에 복귀한 국내 리그에서 그 단계의 첫 단추를 꿰게 될 만큼 다가올 시즌에 대한 포부도 밝혔습니다.

“올 시즌 팀의 정규리그 및 챔피언 결정전 통합우승을 이뤄내고 싶습니다 … 긴 시즌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한 선수에 의존하기보다는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하면서 좋은 배구, 재밌는 배구를 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