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첫 컵대회로 긴 잠 깨운다 

2019 FIFA 월드컵 아르헨티나전. 슛을 하는 이정현.
2019 FIFA 월드컵 아르헨티나전. 슛을 하는 이정현.

9월 20일부터 27일까지 한국 프로농구사상 최초의 컵대회가 열립니다. 2020-21시즌 정규리그 개막이 다음 달 초로 예정된 가운데, 이번 컵대회는 KBL 팀들이 오랜만에 서로를 상대로 실력을 겨룰 좋은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더욱이 남자 농구 대표팀이 아직 도쿄 2020 본선 진출을 확정하지 못한 만큼, 이번 시즌 KBL에서 펼쳐질 주요 선수들의 활약이 내년 올림픽 예선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처음 열리는 컵 대회

지난 3월 KBL 정규리그가 조기 종료되면서 한국 농구가 긴 잠에 빠졌습니다. COVID-19의 영향으로 여자 농구를 비롯해 각종 종목이 기존 일정보다 이른 시점에 시즌을 마감함에 따라 KBL도 시즌 조기 종료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던 것입니다.

각 구단과 선수들은 개별적으로 조심스럽게 훈련하며 컨디션을 이어왔고 8월에는 서머매치를 통해 일부 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졌지만, COVID-19의 재확산으로 대회가 취소되면서 올해 비시즌 기간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게 흘러갔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말, 한껏 웅크리고 있던 KBL이 마침내 기지개를 켤 전망입니다. 한국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컵대회가 열리면서 팬들은 오랜 기다림을 끝낼 수 있게 됐고, 각 구단과 선수들에게도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기회가 생겼습니다.

9월 20일부터 27일까지 군산에서 펼쳐질 제1회 KBL 컵대회에는 지난 시즌 공동 1위를 기록한 원주 DB와 서울 SK를 비롯한 KBL 전 구단이 참가하며, 상무도 가세해 총 11개팀이 경쟁을 펼칩니다.

개막일부터 25일까지는 11개 팀이 4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고, 26일에 4강전이 곧바로 이어진 뒤 27일 결승전에서 최종 우승자가 가려집니다. 또한 이번 대회는 COVID-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 경기 무관중으로 진행됩니다.

지켜봐야 할 선수는?

다음 달 9일부터는 2020-21시즌 KBL 정규리그도 시작되는 만큼, 각 팀의 주요 선수들이 이번 컵대회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여겨볼 만한 선수로는 부산 KT의 허훈과 원주 DB의 김종규를 꼽을 수 있습니다.

허훈은 지난 시즌 소속팀의 부진 속에서도 어시스트 1위, 9연속 3점슛 성공 및 KBL 최초의 20득점-20어시스트라는 기록을 남기며 2019-20시즌 국내 선수 MVP에 등극했습니다.

허훈과 국내 선수 MVP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김종규는 소속팀과 국가대표팀 일정이 연달아 이어지는 가운데에도 리그 전 경기에 출전해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었고, 리바운드 1위에 오르며 소속팀이 공동 1위를 기록하는 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더욱이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이 아직 도쿄 2020 본선 진출을 확정짓지 못해 내년 6월 올림픽 최종예선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시즌 두 선수의 활약에 더욱 초점이 맞춰집니다.

허훈은 대학생이던 2016년 성인 대표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후 꾸준히 국가대표로 선발되었음에도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올 초 FIBA 아시아컵 예선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으로 국가대표팀에만 가면 약해지는 경향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엄청난 기량을 뽐내며 국내 선수 MVP에까지 오른 만큼, 국가대표팀에서도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올림픽 본선 진출에 기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한편 김종규는 부상으로 불참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제외하고는 2011년부터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동했으며,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이 12년만에 금메달을 차지하는 데에도 큰 공을 세웠습니다.

비록 2019 FIBA 농구 월드컵에서는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쳤지만, 올해 초 국가대항전 일정이 전면 중단되기 전에는 다시 듬직한 모습으로 대표팀 부주장다운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올림픽 본선을 향해

내년 6월 29일부터 7월 4일까지 펼쳐질 도쿄 2020 남자 농구 최종예선에서는 남아 있는 4장의 본선 진출 티켓을 둘러싸고 24개국이 격돌합니다.

6개 나라가 한 조로 편성되어 총 4개 조가 캐나다 빅토리아,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리투아니아 카우나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등 4개 도시에서 각각 예선을 치러 우승을 차지한 4개국이 올림픽 본선으로 향하게 됩니다.

한국 대표팀은 리투아니아 카우나스 예선 A조에 속해 리투아니아, 베네수엘라와 조별리그를 치를 예정입니다. A조에서 2위 이내에 들 경우 준결승에 진출해 B조(폴란드, 슬로베니아, 앙골라)에서 올라온 2팀 중 한 팀을 만나고, 준결승에서도 승리한다면 결승전에서 도쿄 2020 본선 출전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습니다.

한국 대표팀이 24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김종규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표팀에 뽑힌다면 꼭 (예선을 통과하고) 싶다”며 굳은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작년 농구월드컵 때 부진한 모습을 보여서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도쿄올림픽으로 가는 최종 예선에 뽑힌다면 제 역할을 하고 싶은 생각을 합니다. 꼭 올림픽 본선에서 뛰어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