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그라시에: 금메달을 향한 뜻밖의 여정

2019 유럽 육상 U23 선수권 10,000m 우승 후 기뻐하는 프랑스의 지미 그라시에(Photo by Oliver Hardt/Getty Images for European Athletics)
2019 유럽 육상 U23 선수권 10,000m 우승 후 기뻐하는 프랑스의 지미 그라시에(Photo by Oliver Hardt/Getty Images for European Athletics)

23살의 나이로 이미 프랑스 장거리 러닝의 미래를 대표하는 선수가 된 지미 그라시에는 원래 육상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축구에서 육상으로의 종목 변경과 한 번도 뛰지 않은 종목에 도전하려는 그의 목표를 도쿄 2020이 들어봤습니다.

지난 해, 스웨덴 예블레에서 열린 유럽 육상 U23 선수권 5,000m 경주에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지미 그라시에는 유럽 U23 장거리 트랙 경주의 새로운 왕으로 등극했습니다.

그라시에는 5,000m 금메달뿐만 아니라 이틀 전에 열렸던 10,000m 경주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하며 트랙에서도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자기가 우승 후보 중 한 명이라는 것은 그라시에 본인도 알고 있었지만, 크로스컨트리에서 유럽 유스 대회 연속 우승을 거둬온 것과는 다르게 트랙에서의 그라시에는 큰 대회 우승 경험이 한 번도 없었기에 이번 우승은 그에게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지미 그라시에: “5,000m 경주의 출발을 앞두고 부담감이 정말 컸습니다. 모두가 저에게 집중했으니까요.”

“그래서 경주에 대해서는 잊고 다른 선수들이 페이스를 만들어 가도록 놔뒀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느냐를 보려고요. 그러다가 마지막 100m를 공략한 것이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 성공으로 그라시에의 인생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축구의 꿈을 포기하다

도쿄 2020에서 프랑스 장거리 육상의 가장 큰 희망이란 새로운 수식어가 붙기 전의 그라시에는 육상 트랙이 아닌 다른 곳에서 달리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북구에 위치한 불로뉴쉬르메르의 축구장이 그라시에의 주 활동 무대였죠. 이곳은 프랑크 리베리가 자라났던 도시였기에, 운동 능력과 공 다루는 기술을 모두 타고난 그라시에는 당연히 리베리의 뒤를 따르고 싶어 했습니다.

“축구는 제가 가장 사랑했고, 정말 많이 즐겼던 운동입니다.”

그러나, 그 당시 그라시에가 보인 재능은 축구 코치들 뿐만 아니라 다수의 육상 코치들 눈에도 띄었습니다.

“축구 선수에게는 절대 볼 수 없는 종류의 기술을 가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지역 학교 육상 대회에도 참가했고, 육상 선수들을 다 이겨버리고 있었으니까요.”

2014년, 16살이 된 그라시에는 여전히 축구와 함께 지역 내 크로스 컨트리 대회 출전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선택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의 꿈인 프로 축구 선수를 향한 노력을 계속하느냐, 아니면 많은 코치들의 조언을 따라 육상으로 종목을 바꾸느냐의 선택.

1년 후 그라시에는 과테말라에서 열리는 세계 학생 축구 대회에 출전하는 프랑스 대표팀으로 선발되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열리는 주니어 크로스컨트리 세계 선수권 출전 자격도 확보했죠. 결국 둘 다 출전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단 몇 달 후, 그라시에는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마지막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17살 때 축구를 그만뒀습니다. 코치들이 육상에서는 제가 프랑스 대표팀에 들어가고 올림피언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해줬기 때문에요.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계속 해왔던 말이 있습니다. 도로와 크로스컨트리 주자는 트랙에서 힘을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말이었어요.

프랑스의 지미 그라시에. 유럽 크로스컨트리 선수권 남자 U23 결승전에서. (Photo by Oliver Hardt/Getty Images for European Athletics)
프랑스의 지미 그라시에. 유럽 크로스컨트리 선수권 남자 U23 결승전에서. (Photo by Oliver Hardt/Getty Images for European Athletics)
2019 Getty Images

편견을 넘어서다

그 이후부터 그라시에는 계속해서 달려왔습니다. 특히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종목, 크로스 컨트리에서는 2017년에 첫 우승을 차지하며 U23 크로스컨트리 유럽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유럽 챔피언의 왕좌를 3년 연속으로 지켜 나갑니다.

또한 도로 경주 역시 즐겼고, 2018년에는 프랑스에서 매년 열리는 10km 경주, 코리다 데 우유에서 28분 13초의 기록을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크로스컨트리 시즌이 끝나자 마자 시작되는 트랙 시즌에서도 그라시에는 용감하게 도전해 왔지만 계속해서 기대에 못 미치는 기록을 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실망감이 길어질수록 비난의 목소리도 늘어갔습니다. 그리고 도로나 크로스컨트리 주자가 트랙에서는 잘 못 뛴다는 편견이 서서히 그라시에의 마음을 짓누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계속 해왔던 말이 있습니다. 도로와 크로스컨트리 주자는 트랙에서 힘을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말. 트랙 시즌을 시작할 때마다 뱃속이 꼬이는 것 같았습니다. 크로스 컨트리에서는 정말 잘 뛰었지만 트랙에서는 좋은 기록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요. 그걸 지워야만 했습니다.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지니까요.”

아르노 디니엘 코치와의 수많은 면담에 더해 노력과 의지의 힘으로, 그라시에는 결국 그 벽을 넘어서게 됩니다. 앞서 말했던 2019년 7월, 예블레에서요.

“자신감을 되찾았습니다. 크로스 컨트리와 도로 주자들이 어떻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 대회 이후로 설 자리를 잃었죠. 잘 뛰면 어디서든 잘 할 수 있습니다.”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성적도 좋아야 했습니다.

따라서 학교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힘든 환경에서 이뤄낸 성공

공업지대인 불로뉴쉬르메르 출신인 그라시에는 스포츠를 하려면 학교에서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좋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났고 성적도 나빴습니다. 스포츠로 그 곳을 빠져나오지 못하면 다른 선택은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서 일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성적도 좋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따라서 학교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저는 스포츠로 성공하고 싶었으니까요.”

2년간 그라시에는 훈련과 학업, 그리고 프랑스 은행에서의 인턴 생활을 병행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협상과 고객관리 전공으로 2년제 학위(BTS)를 받으며 그의 인생은 또다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맞게 됩니다.

BTS를 따낸 그라시에는 육상 커리어로의 복귀와 훈련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한 단계 더 강도높은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1주일에 90-100km를 달리던 것이 140km까지 늘어나게 되었죠.

장애물 경기와 올림픽의 꿈

올림픽에 대한 계획은 거의 굳혀져 있었습니다. 5,000m에서 13분 23초의 개인 최고 기록을 보유한 그라시에는 올림픽 출전 자격 기준인 13분 13초 50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작년 2월에 유럽 도로 기록을 13분 18초로 깨뜨기도 했으니까요.

“만약 올림픽이 올해에 열렸다면 출전 자격을 확보했을 겁니다. 이번 시즌에 13분 10초나 13분 5초를 충분히 찍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나, 이제 그라시에는 도쿄에서 완전히 다른 종목에 도전하려 합니다. 3,000m 장애물 경기. 아직 대회에는 한 번도 출전한 적이 없는 종목입니다.

“올림픽 출전 확정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목이라고 생각합니다. 훈련하고 발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저는 아주 강해질 수 있습니다.”

장애물 경기의 경험 부족에 대한 그라시에의 답은 분명합니다. “저는 모든 것을 증명해 내야 하지만 잃을 것도 전혀 없습니다. 이 종목을 쉽게 보면 안되고 열심히 훈련해야 한다는 사실은 당연히 알아요.”

장애물 경기에서의 가능성을 왜 높이 보는지의 이유 역시 명확합니다.

“페이스의 변화, 장애물, 치열한 자리싸움, 빠르고 긴 레이스. 제가 거의 최고에 올라 있는 크로스컨트리와 아주 비슷해요.”

금빛 트랙

올해 초, 그라시에는 미국 애리조나주의 플래그스태프로 넘어가 올림픽 참가 자격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훈련과 함께 대학 대회들에 참가했습니다.

그러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해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 그라시에는 현재 파리 외곽에 위치한 INSEP(National Institute of Sport, Expertise and Performance)에서 동료 선수 엠마 우디우, 마에바 다누아와 함께 장애물 경기 선수로서 필요한 기술 습득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 3,000m 장애물 그룹 훈련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5,000m 종목을 그만둔 것은 아니지만, 만약 두 종목 다 올림픽 출전 기준을 통과한다면 그라시에는 장애물 경주를 택할 것이라고 합니다.

더하여 작년에 파리 2024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그라시에는 자신이 도로 경주에서 아주 강하기 때문에 마라톤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트랙 경주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블레 이후로 한 단계를 통과할 수 있었고, 이제는 내가 어디서 최고가 될 수 있을지, 그리고 올림픽 챔피언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종목이 뭔지 살펴볼 것입니다.”

하지만 1년의 훈련 기간이 더 생긴 현재, 그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도쿄에서의 결승에 나가고 싶습니다. 그 자리에 서기만 한다면 뭐든지 일어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