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올림픽 마라토너들

1964년 10월 21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출발한 남자 마라톤. 선두를 달리는 55번의 무함마드 유세프. (Photo by Keystone/Hulton Archive/Getty Images)
1964년 10월 21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출발한 남자 마라톤. 선두를 달리는 55번의 무함마드 유세프. (Photo by Keystone/Hulton Archive/Getty Images)

1964년 10월에 열렸던 도쿄에서의 첫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도쿄 2020은 56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나왔던 역사적인 순간들을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1964 도쿄 올림픽 육상에서 일본이 유일하게 메달을 따냈던 종목, 마라톤에 대해 살펴봅니다.

마라톤의 기원은 기원전 490년의 마라톤 전투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테네군이 페르시아군을 무찔렀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40km를 달렸던 전령을 기리는 의미로 1896년 제1회 아테네 근대 올림픽부터 40km 마라톤 종목이 치러졌습니다.

과거 올림픽들에서 마라톤은 일본이 강세를 보인 종목 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당수의 일본 마라토너들이 올림픽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죠.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남자 세 명과 – 나카무라 쇼고, 핫토리 유마, 오사코 스구루 – 여자 세 명 – 마에다 호나미, 스즈키 아유코, 이치야마 마오 – 의 선수들이 일본 대표로 출전할 예정이며, 이 선수들에게도 큰 기대가 걸려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은 올림픽 마라톤에서 어떤 역사를 써내려 왔을까요?

일본의 마라톤 데뷔

일본이 참가한 첫 올림픽이었던 1912 스톡홀름 올림픽에 참가한 일본 선수단은 두 명이었고, 그 중 한 명은 당시 20세였던 마라토너, 카나구리 시조였습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 많은 기대를 받았던 카나구리는 레이스 중반에 쓰러지며 근처 농가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완주를 하지 못한 것이 너무 창피한 나머지 카나구리는 경기 임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일본으로 돌아갔고, 지역 사람들에게는 ‘사라진 일본 마라토너’라고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1967년, 카나구리는 스웨덴 올림픽 위원회의 초청으로 1912 스톡홀름 올림픽 55주년 행사에 참가했고, 1912년 당시 끝내지 못한 레이스를 마무리지을 수 있었습니다.

출발한지 반세기 후에 결승선을 통과한 카나구리는 54년 8개월 6일 5시간 32분 20.3초라는 기록으로 마침내 레이스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1964 도쿄 올림픽

1964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은 남자 마라톤에서 쓰부라야 고키치가 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육상 종목의 전후 최초 메달을 기록했습니다.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마지막 한 바퀴를 돌 때까지 쓰부라야는 2위로 달렸지만, 미국의 바실 히틀리에게 마지막 순간에 따라잡히며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이 동메달은 1964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의 유일한 육상 종목 메달이었습니다.

쓰부라야와 함께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마라토너, 키미하라 겐지는 도쿄에서 8위를 기록했지만, 4년 후 1968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2시간 23분 31초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내며 명예 회복에 성공합니다.

두 번의 올림픽에서 연속으로 메달을 따낸 일본은 마라톤의 떠오르는 강자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도쿄 1964: 마라톤

그 이후

1980년대가 되자 일본 마라토너들은 국제 대회에서 꾸준한 기록을 내게 되었습니다.

시게루 소와 타케시 소 형제들은 1984 로스 앤젤레스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 출전했고, 타케시는 4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4년 후 서울 올림픽에서는 나카야마 타케미치가 4위를 기록합니다.

세코 토시히코는 일본과 해외의 메이저 대회에서 자주 시상대 정상에 올랐고, 비록 1984, 1988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15번의 대회 참가와 10번의 우승을 거두며 일본 최고의 마라토너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습니다.

1970년대와 80년대 일본 마라토너들은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모리시타 코이치의 은메달로 24년간의 가뭄은 해소될 수 있었습니다.

모리시타는 시게루 소, 타케시 소 형제의 지도를 받아온 선수로 30km 지점부터 대한민국의 황영조와 금메달을 놓고 접전을 벌였으나 마지막 언덕에서 뒤쳐지며 금메달을 놓쳤습니다.

하지만 모리시타는 1968 멕시코시티 올림픽의 키미하라 이후 처음으로 마라톤 메달을 따낸 일본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 마라톤.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일본의 미즈키 노구치.(Photo by Scott Barbour/Getty Images)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 마라톤.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일본의 미즈키 노구치.(Photo by Scott Barbour/Getty Images)
2004 Getty Images

올림픽 여자 마라톤의 시작

여자 마라톤이 올림픽 정식 종목에 포함된 것은 1984 로스 엔젤레스 대회부터였습니다.

여자 마라톤의 초창기에는 마스다 아케미가 유망주로 큰 기대를 모았고, 미야하라 미사코는 1988 서울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현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4년 후인 1992 바르셀로나에서 아리모리 유코가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됩니다. 아리모리는 독립 국가 연합의 발렌티나 예고로바와 치열한 접전 끝에 예고로바에 8초 뒤쳐진 2시간 32분 49초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냈고, 일본 역대 최초의 여자 마라톤 메달리스트가 됩니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일본 여자 마라톤은 황금기를 맞습니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아리모리는 동메달을 따냈고, 일본 여자 육상 선수 최초로 올림픽 2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2000 시드니에서는 다카하시 나오코가 2시간 23분 14초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육상에서 일본 여자 선수 최초의 금메달리스트가 됩니다.

영광은 2004 아테네까지 이어집니다. 노구치 미즈키가 케냐의 캐서린 은데레바의 추격을 끝까지 따돌리며 일본의 2연속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만들어 냈고, 이것으로 일본 여자 마라톤 선수들은 4연속 올림픽 메달을 기록했습니다.

일본의 오사코 스구루.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5,000m에서. (Photo by Cameron Spencer/Getty Images)
일본의 오사코 스구루.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5,000m에서. (Photo by Cameron Spencer/Getty Images)
2016 Getty Images

도쿄 2020을 향해

한때 마라톤 강국의 자리까지 올라갔던 일본은 최근의 올림픽에서는 마라톤 메달을 따내지 못해왔습니다.

가장 최근에 따낸 일본의 마라톤 메달은 2004 아테네에서 나온 노구치의 금메달이었고, 남자 마라토너의 올림픽 메달은 그보다 훨씬 더 전인 1992 바르셀로나의 모리시타가 따낸 은메달이었습니다. 이런 실망스러운 추세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 중 하나는 최근 수년간 장거리 종목 메달을 거의 독점해 오고 있는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들의 등장입니다.

일본 마라토너들의 고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도쿄 2020 대회를 위한 선수 선발 과정 역시 개편되었습니다.

남녀 각각 세 장씩 주어진 마라톤 출전권 중 두 장은 2019년 9월 일본에서 열린 예선 레이스의 1, 2위에게 돌아갔습니다. 남자부에서는 나카무라 쇼고와 핫토리 유마, 여자부에서는 마에다 호나미와 스즈키 아유코가 각각 출전을 확정했죠.

남은 한 장의 출전권은 국내 대회 3회 기록을 바탕으로 결정되었고, 오사코 스구루와 이치야마 마오가 남녀 대표팀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오사코 스구루는 2018년 10월에 일본 신기록을 세웠고, 2020년 3월에는 예선 레이스에서 2시간 5분 29초를 기록하며 자신의 일본 신기록을 한 번 더 단축했습니다.

한편, 2020년 3월에 열린 여자 마라톤에서 이치야마는 2시간 20분 29초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이 기록은 일본 여자 마라톤 선수 중 역대 네 번째로 빠른 기록이자 노구치가 보유했던 일본 국내 대회 최고기록, 2시간 21분 18초를 넘어서는 기록이었습니다.

도쿄 2020에 출전하는 일본 마라토너들에게 걸린 기대는 큽니다. 삿포로에서 열리는 마라톤에서 어떤 대단한 이야기들이 펼쳐지게 될까요? 열정과 드라마로 가득한 42.195km의 레이스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