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도쿄에서의 목표는 경기력과 성적 두 가지를 모두 얻는 것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 8월 23일: 아시안게임 태권도 남자 -68kg급에서 이란의 아미르모함마드 바크시칼호리를 상대하는 이대훈. (Photo by Lintao Zhang/Getty Images)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 8월 23일: 아시안게임 태권도 남자 -68kg급에서 이란의 아미르모함마드 바크시칼호리를 상대하는 이대훈. (Photo by Lintao Zhang/Getty Images)

세계 랭킹 1위이자 11년차 국가대표, 이대훈은 태권도라는 종목 자체를 대표하는 선수로, 최근 세계태권도연맹에서 새롭게 시작한 캠페인에서도 한국 대표로 참여하며 상징적인 선수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입증했습니다. 도쿄 2020은 이대훈 선수와 함께 COVID-19 속에서의 훈련과 올림픽에 대한 생각, 그리고 세계태권도연맹의 캠페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대훈. 2010년부터 벌써 11년째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올림픽 2연속 메달, 세계선수권 3회 우승, 아시안게임 3연패, 그랑프리 파이널 5연패, 아시아선수권 2회 우승 등 눈부신 기록을 이어오고 있는 선수입니다. 또한 수년간 -68kg급 세계 랭킹 최정상을 지키며 명실공히 전세계 최고의 선수로서 위용을 뽐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세계태권도연맹(WT)이 새로 선보인 ‘Let’s Get Active with PJ Masks’ 캠페인에서도 이대훈은 한국 대표로서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이 태권도를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멋진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일찌감치 도쿄 2020 출전권을 확보하면서 세 번째 올림픽에 참가하게 된 이대훈이지만, 현재로서는 COVID-19와 대회 연기라는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도쿄 2020에서는 이대훈 선수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힘든 시기 속에서의 훈련과 올림픽에 대한 기억과 목표, 그리고 WT 캠페인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습니다.

도쿄 2020: 원래대로라면 도쿄 올림픽이 벌써 끝났어야 하는데, 대회 연기 이후 그동안 어떻게 컨디션을 유지하셨나요?

이대훈: (도쿄 2020이) 연기됐을 당시에 몸 상태를 끌어올리던 중이었고, 컨디션이 굉장히 좋은 상태였기 때문에 유지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올림픽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시합이 없다 보니까 동기부여를 하는 데 아무래도 힘든 부분이 있고 컨디션이 조금은 떨어지기는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스스로 컨디션이 좋았을 당시의 운동 강도를 체크한 다음에 그 운동을 하루라도 계속 연속해 나가려고 하면서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도쿄 2020: COVID-19 때문에 훈련이 쉽지 않았을 텐데 특히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나요?

이대훈: COVID-19로 올림픽이 연기되고 나서 선수촌에서 퇴촌해 각자 팀에 복귀해서 훈련했습니다. 제 경우에는 대전시청 소속이라서 대전시청에서 훈련을 하는데, 선수가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라 평상시 훈련하던 대로 무리없이 훈련을 할 수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스파링 파트너가 아무래도 제한적이다 보니 그런 점에서 조금은 효율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또 지금 COVID-19가 다시 심해지면서 운동을 집에서만 하고 있는데, 훈련 기구를 집에 가지고 와서 그래도 소속팀에서 훈련하는 것처럼 비슷하게 할 수 있게끔 하고 있습니다.

도쿄 2020: 말씀하신 대로 최근 국내에서 COVID-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고 있는데, 앞으로 훈련 계획에 변화가 생길까요?

이대훈: 집에서 하는 훈련 루틴은 근력 운동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소속팀에서 가져온) 기구로 스쿼트도 하고, 집에 턱걸이 바가 있어서 턱걸이를 하거나 팔굽혀펴기 같은 운동으로 근력이 빠지는 부분을 방지하고 있어요. 또 팀에서 가져온 기구를 쓰면 유산소 운동도 같이 되는 것 같아서 심폐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도쿄 2020: 아버지께서 사범님이셔서 자연스럽게 태권도를 시작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선수가 되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나, 태권도의 매력은 어떤 것이었나요?

이대훈: 5살이라는 굉장히 어린 나이부터 운동을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체력적인 면에서 또래 선수들보다는 조금 더 많은 향상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시합을 나갔는데 나이 많은 형들까지 이기면서 1등을 했어요. 그러면서 주변에서도 태권도 선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고 말씀해 주셨고, 저도 그 어린 나이에 잘하는 형들에게 이기고 1등을 하니까 승리에 대한 기분이 굉장히 좋았던 것 같아요.

도쿄 2020: 벌써 10년 넘게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계신데, 오랫동안 국내 최정상을 지킬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대훈: (올해로) 11년째인데 COVID-19 때문에 선발전 없이도 12년이 될 것 같아요. 처음에는 몸이 안 좋을 때 운동을 쉬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었는데, 그때 지도자 선생님들께서 괜찮다고 말씀해 주셔서 저도 참고 운동을 하는 습관이 잡혔습니다. 또 참고 운동을 잘 하다 보니까 주변 동료들도 “대훈이는 열심히 한다”는 시선으로 봐줬고, 그래서 조금 더 잘 참을 수 있기도 했습니다. 주변 환경 덕분에 운동을 열심히 했던 게 쌓여서 오랫동안 국가대표로 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도쿄 2020: 각종 국제 대회에서 눈부신 기록을 가지고 계신데 선수 생활 중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이대훈: 매 대회마다 굉장히 기뻤지만, 아무래도 평생 기억에 남을 듯한 순간은 맨 처음 국가대표가 돼서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대회에서 1등을 했을 때 같아요(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63kg급 금메달). 고등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가 된 것이라 특별하기도 했고, 그때는 그 아시안게임이 4년에 한 번 열리는 큰 대회라는 사실 자체를 몰랐기도 해서 그렇게 큰 대회에서 우승을 했던 게 아마 평생 기억에 남지 않을까 생각돼요.

도쿄 2020: 그렇다면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혹은 특히 상대하기 어려웠던 선수가 있었나요?

이대훈: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아무래도 (2012년 런던) 올림픽 결승전에서 지고 은메달을 땄을 때죠. 그때 조금만 더 분석을 하고, 조금만 더 차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일 까다로웠던 상대는 2016년 (리우) 올림픽 8강에서 만났던 선수(요르단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인데, 그 선수가 8강에서 저를 이기고 1등을 했죠. 올림픽이라서 그랬는지 아무래도 부담감도 많았을 테고, 조금은 어려운 경기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2012 런던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시상식. 금메달은 스페인의 호세 곤살레스 보니야, 은메달은 대한민국의 이대훈, 동메달은 콜롬비아의 오스카 무노스 오비에도와 러시아의 알렉세이 데니센코. (Photo by Hannah Peters/Getty Images)
2012 런던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시상식. 금메달은 스페인의 호세 곤살레스 보니야, 은메달은 대한민국의 이대훈, 동메달은 콜롬비아의 오스카 무노스 오비에도와 러시아의 알렉세이 데니센코. (Photo by Hannah Peters/Getty Images)
2012 Getty Images

도쿄 2020: 올림픽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올림픽에 대한 첫 기억이 어떻게 남아 있나요?

이대훈: 처음 올림픽을 접한 기억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하시던 체육관에서 TV로 다같이 경기를 지켜봤던 기억이 맨 처음으로 나요. 그때 당시에는 제가 올림픽에 나간다는 상상조차 감히 못했죠. 그리고 집에서도 (경기를) 봤는데 문대성 선배님께서 뒤후리기(뒤후려차기)로 KO승을 거두실 때 제가 잠깐 화장실에 가 있던 바람에 그 장면을 생방송으로 못 봤던 기억도 나요.

도쿄 2020: 이미 도쿄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상태인데, 세 번째 올림픽을 앞둔 기분이 어떤가요?

이대훈: 우선 올림픽이라는 대회는 한 번이든 두 번이든, 몇 번이 되더라도 국가를 대표해서 나가는 큰 대회다 보니 긴장이 되는 건 늘 마찬가지예요. 또 저랑 열심히 경쟁했던 선수들을 대표해서 나가는 대회이기 때문에 더 책임감이 막중하다는 생각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COVID-19 때문에 올림픽이 연기됐고, 평상시처럼 개최가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 때문에 걱정이 되는 마음도 있어요. 정상적으로 잘 개최돼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에서 다시 한 번 멋지게 경기를 하면 더 감동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상황이 빨리 좋아져서 전세계 모든 분들이 건강해지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도쿄 2020: 런던 2012, 리우 2016에서의 경험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대훈: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다고 했을 때는 우선 단체복을 저도 드디어 받을 수 있고, 그 단체복을 입고 훌륭한 선수들과 같이 비행기를 타고 올림픽에 간다는 사실이 제일 좋았고 가장 먼저 실감이 났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당시에 체중을 워낙 많이 감량하다 보니까 올림픽 문화라든가 분위기를 느낄 수는 없었던 것 같아요. 체중 감량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래도 올림픽 자체가 축제처럼 모든 선수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요. 경기도 중요하지만 경기 외적으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끔 선수촌도 굉장히 잘 되어 있죠. 처음 (올림픽에) 나갔을 때는 (분위기를) 못 즐기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좀 남으면서 그 뒤로 리우 올림픽이라든가, 이번에 나갈 도쿄 올림픽에서도 물론 경기가 중요하지만 세계적인 축제의 분위기를 느끼고 오고 싶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벨기에의 자우드 아찹과 대한민국의 이대훈. 2016 리우 올림픽 태권도 남자 -68kg급 동메달전에서. (Photo by Richard Heathcote/Getty Images)
벨기에의 자우드 아찹과 대한민국의 이대훈. 2016 리우 올림픽 태권도 남자 -68kg급 동메달전에서. (Photo by Richard Heathcote/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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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2020: 도쿄 2020에서의 목표나, 올림픽에 임하는 각오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대훈: 우선 런던 올림픽 같은 경우에는 물론 금메달이 목표였지만 은메달을 땄는데, 경기력 측면에서는 제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그 다음 리우 올림픽에서는 경기력은 런던 때보다 조금 좋아졌지만 메달이 동메달이었죠.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는 경기력과 성적 두 가지를 모두 얻겠다는, 멋진 경기력으로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도쿄 2020: 도쿄에서 만나게 될 여러 선수들 중에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시는 선수가 있나요?

이대훈: 누가 까다롭지 않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작년, 재작년에 경기를 뛰어봤을 때는 이란의 (미르하셈) 호세이니 선수가 경계 대상 1호예요. 그 다음으로는 중국의 자오슈아이 선수도 신장이 워낙 좋고 실점율도 낮아서 올림픽에서 만나면 좀 어려울 것 같고요. 그 외에도 리우 올림픽에서 저를 이겼던 요르단의 아부가우시 선수도 많이 신경을 써야 되겠고, 영국의 (브래들리) 신든 선수도 젊고 힘이 워낙 좋은 선수여서 주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위 랭커들은 그날의 컨디션에 의해 경기 결과가 정해지기 때문에, 계속 분석하고 컨디션 조절에도 신경을 많이 써서 최상의 컨디션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도쿄 2020: 내년에 올림픽이 끝나면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이대훈: 우선은 빨리 COVID-19 상황이 좋아져서 다시 예전처럼 생활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커요. COVID-19 때문에 해외 여행도 못 가고, 국내에서도 편안하게 행동할 수 없는 시간이 너무 길게 유지되다 보니까 일단은 얼른 좋아져서 예전 생활을 조금이라도 더 찾았으면 합니다. 올림픽이 끝나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면 좋겠고요.

도쿄 2020: 마지막으로, WT의 ‘Let’s Get Active with PJ Masks’ 캠페인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어떤 캠페인인지, 또 태권도를 통해서 어린이들에게 다가간다는 것이 이대훈 선수께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요.

이대훈: 이번 캠페인은 해외에서 굉장히 인기가 있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아이들이 태권도를 조금 더 친밀하게,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좋은 캠페인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어렸을 때 TV로 애니메이션을 많이 봤는데,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은 시간에 맞춰서 TV를 틀 정도로 좋아했어요. 어린이들은 만화를 굉장히 좋아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만화에 태권도가 가미가 되고,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태권도를 한다’고 하면 아이들이 태권도를 조금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태권도를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요. PJ Masks 캠페인을 통해서 태권도가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조금 더 친밀한 스포츠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