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모토 토모카즈: 후회 없는 올림픽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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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렸던 탁구 세계선수권에서 당시 세계 랭킹 4위였던 하리모토는 랭킹 157위 안재현에게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며 “정말 원통한 패배였습니다.” 라고 말했었죠.

이어진 ITTF 월드 투어 불가리아 오픈에서 하리모토는 아픈 기억을 딛고 중국의 떠오르는 스타 자오 쯔하오를 꺾으며 우승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올해 1월에 열렸던 전일본 탁구 선수권에서 고교생이자 JOC 엘리트 아카데미에서 하리모토의 라이벌로 자리잡아왔던 우다 유키야에게 또다시 패하게 됩니다.

하리모토: “1위 이외의 자리는 모두 패배입니다. 갑자기 자신감을 잃었어요.”

그러나, 2월에 열린 ITTF 월드 투어 헝가리 오픈 결승에서 우다를 다시 꺾은 하리모토는 2020 투어 시즌의 첫 승리를 기록합니다.

“작년에 겪었던 실망감이 저를 계속 따라다녔고, 계속해서 복수만 생각해왔습니다.”

이처럼, 하리모토에게 패배는 언제나 더 강해지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하리모토 토모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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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모토는 탁구 전문가들로부터 100년에 한 번 나올 재능이라는 평가를 받은 탁구 신동이었고, 그 재능의 뿌리는 가족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프로 탁구 선수였고 아버지 하리모토 유는 현재 일본 주니어 대표팀 코치, 어머니 장 링은 세계 선수권에서 중국 대표팀으로 뛰었던 선수였으니까요. 두 사람은 하리모토가 두 살 때부터 탁구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했습니다.

그리고 하리모토가 가진 재능은 곧바로 드러났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전일본 선수권(밤비부) 우승을 차지했고, 초등학교 6년 동안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밤비 (2학년 이하), 컵스(4학년 이하), 호프(6학년 이하) 세 연령 구분을 통틀어 6년 연속 우승을 거둡니다. 더하여 그 이후부터는 탁구계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의 엄청난 발전을 이뤄냅니다.

2016년, 13살 163일의 나이로 JOC 엘리트 아카데미에 들어간 하리모토는 세계 주니어 탁구 선수권 단식 최연소 챔피언 자리에 올랐고, 단체전과 단식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하리모토의 무패 행진은 계속되었습니다. ITTF 월드 투어 체코 오픈에서는 최연소 단식 우승 기록을 세웠고, 이전까지 이토 미마가 보유했던 최연소 우승 기록을 넘어서게 됩니다.

15세 172일에는 ITTF 월드 투어 그랜드 파이널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두고, 일본 선수로서는 역대 최고인 세계 랭킹 3위에 올라갑니다.

그러나, 이 기세가 도쿄 2020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하리모토는 2019년 1월에 열렸던 전일본 탁구 선수권에서 대회 2연패 달성에 실패합니다.

그리고 모든 디펜딩 챔피언이 겪었던 것처럼 자신의 탁구 스타일이 경쟁자들에게 분석되기 시작했고,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하는데 실패한 하리모토는 2019년 4월의 세계 선수권에서 16강 탈락이라는 실망스런 성적을 거둡니다.

(c)ITTF

“제가 하는 빠른 템포의 플레이에 상대 선수들이 점점 더 적응하기 시작했고, 저를 꺾을 전술들을 들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변하지 않았어요. 그 결과로 패배를 자주 겪게 되었습니다.”

이길 수가 없는 상황. 이 경험으로 하리모토는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자신감을 잃기 직전까지 몰리게 됩니다.

“이기기 위해서는 주특기인 백핸드 이상의 뭔가가 필요했습니다.”

결국 하리모토는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주기 위해 포핸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백핸드에 너무 의존하는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요.

“하체 훈련도 시작했고, 풋워크와 다리의 움직임에 대한 연습량을 늘렸습니다. 그리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 컨디셔닝에도 집중했어요.”

이미 ‘연습 중독’이라 불리던 하리모토는 포핸드 강화를 위해 전보다 더 열심히 훈련에 집중했고, 그 결과 백핸드보다 약하다고 평가되던 포핸드의 스피드와 힘이 향상되기 시작했습니다.

(c)ITTF

도쿄 2020의 탁구 종목이 열리게 될 도쿄 체육관에서 탁구 단체전 월드컵이 열렸던 2019년 11월. 하리모토의 변화는 눈에 띌 정도가 되었고,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플레이에는 과감한 포핸드 공격이 자주 활용되었습니다.

월드컵 첫 경기에서 일본 대표팀은 잉글랜드에게 패했지만, 하리모토는 두 번의 단식 경기를 모두 승리로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와 승부를 결정짓는 경기에서도 하리모토가 투입되었죠. 조 2위로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한 일본은 8강에서 독일을 만났고, 하리모토는 두 번의 단식 경기에서 독일 선수들을 모두 꺾었습니다. 준결승에서는 중국에게 패했지만, 강력한 중국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치는 동시에 상대를 압도하는 포핸드 공격을 자주 보여줬습니다.

지금까지 약점으로 여겨지던 포핸드가 서서히 하리모토의 장점 중 하나로 변하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ITTF 남자 월드컵 준결승에서 하리모토는 세계 챔피언이자 3연속 우승을 기록 중이던 중국의 마롱을 상대로 리드를 유지해갔고, 포핸드로 올린 결정적인 득점들에 힘입어 마침내 챔피언을 꺾게 됩니다.

그리고 2020년 1월 6일, 도쿄 올림픽 일본 탁구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었습니다.

“2019년은 힘든 한 해였습니다. 2018년 같은 상승세를 되찾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올림픽 대표팀에 뽑혀서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릴적부터 가져온 꿈이었어요.”

하리모토는 도쿄 2020에 대해 생각하다 마음속에 있던 한 가지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올림픽에서는 자신의 주특기인 백핸드를 최대한 활용하는 스타일로 싸워보겠다는 생각이요.

“올림픽에서는 백핸드가 저를 이끌어 줄 것입니다. 이기든 지든, 백핸드로 싸울 수 있다면 후회는 안 남을 것 같아요. 예전처럼 빠른 백핸드 샷을 통한 공격을 활용할 수 있다면 만족할 것 같습니다.”

“올림픽에서는 단체전이 열리기 전에 단식부터 진행됩니다. 따라서 먼저 단식 경기에 완전히 집중해 첫 메달을 따내고 싶습니다. 만약 이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면 단체전에서도 좋은 경기를 펼치고 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

하지만 하리모토는 중국 선수들이라는 벽을 넘어서야 합니다. 중국은 2004 아테네 올림픽만 빼고 1996 애틀랜타부터 2016 리우까지 모든 올림픽에서 남자 단식 금메달을 차지했고,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인 단체전 종목 금메달 역시 중국이 독식해왔습니다.

“도쿄 2020을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마룽과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승에 올라가서는 결국 패했고, 그 때문에 도쿄 2020에서는 더욱 결승전 승리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한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는 4게임을 따내야 하고, 저는 보통 두 번째나 세 번째게임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합니다. 하지만 승리를 눈앞에 두면 조금 여유를 부려요. 따라서 네 번째 게임 끝까지 공격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체전에 대해 하리모토는 “단체전이 단식보다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 명의 선수가 힘을 합치고, 감독과 후보 선수들까지 함께 끝까지 싸워갈 수 있기를 바래요. 첫 번째 복식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면 상대는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이어지는 단식 경기들에서 유리해질 수 있어요. 성공의 열쇠는 상대에게 초반부터 얼마나 큰 부담감을 심어주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봅니다.” 라고 확신을 가진 답을 내놓았습니다.

(c)ITTF

하리모토는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올림픽 출전을 꿈꿔왔습니다. 그리고 도쿄 2020 대회가 2021년으로 연기되었지만 하리모토를 포함해 일본 대표로 선발된 여섯 명의 선수들은 일본 탁구 협회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그대로 유지됩니다.

“모든 선수들의 목표는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앞으로 다가올 올림픽들에도 출전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따라서, 도쿄 2020에서는 후회 없는 제 방식으로 플레이하고 싶으며, 그것을 통해 미래를 위한 길을 닦아 놓고 싶습니다.”

17세인 하리모토는 훈련이 없는 날이면 여느 십대들처럼 극장이나 가라오케를 가고, 특히 오피셜 히게 단디즘, 히게 단으로 알려딘 밴드의 노래를 즐겨 부른다고 합니다. 올림픽에서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알게 될 올림픽 데뷔까지는 아직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니까요.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은 저에게 일생에 한 번뿐인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관중들도 환호할 만한 멋진 경기를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자신감에 차 있고 대회가 정말 기대됩니다. 내가 내 자신에게 거는 기대에 걸맞은 성적을 내고, 즐겁게 경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모두가 저에게 큰 기대를 걸고, 저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서 멋진 색의 메달들을 목에 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에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