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들루프: 위대한 펜싱 선수들의 섬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에페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프랑스의 야니크 보렐, 고티에 그뤼미에, 다니엘 제랑, 장-미셸 루스니. (Photo by Tom Pennington/Getty Images)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에페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프랑스의 야니크 보렐, 고티에 그뤼미에, 다니엘 제랑, 장-미셸 루스니. (Photo by Tom Pennington/Getty Images)

1996 애틀랜타 올림픽 2관왕 로라 플레셀 이후 카리브해의 작은 섬, 과들루프에서는 계속해서 프랑스 대표팀 펜싱 선수들을 배출해 내고 있습니다. 과들루프가 펜싱의 섬이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도쿄 2020은 헝가리에서 시작된 과들루프 펜싱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살펴봤습니다. 

2016 리우 올림픽. 프랑스 펜싱 대표팀의 에페와 플러레 종목 선수들 8명은 모두 금메달이나 은메달을 하나씩 목에 걸고 브라질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중 네 명이 과들루프 출신 선수들이었습니다.

놀라운 일이죠. 하지만 도쿄 2020에서도 똑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아주 높습니다.

내년 올림픽에 참가하는 프랑스 펜싱 대표팀에는 여섯 명의 과들루프 출신 펜싱 선수들이 이름을 올리려 하고 있습니다. 이사오라 티뷔, 아니타 블라즈, 앙조 르포르, 야니크 보렐, 코랠린 비탈리, 다니엘 제랑. 이 선수들은 25년 전인 1996 애틀랜타에서 과들루프 출신 펜싱 선수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던 로라 플레셀 이후 찾아온 펜싱의 황금 세대로 여겨집니다.

애틀랜타에서 플레셀이 이뤄낸 업적은 올림픽에서도 펜싱 종목을 통해 가장 많은 메달(118개)을 따내온 프랑스의 전통을 이어간 일이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구 40만이 안되는 과들루프가 가진 펜싱에 대한 열정과 엄청난 성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랑스의 전통이 아닌, 헝가리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펜싱을 사랑하는 헝가리 난민

1956년에 있었던 헝가리 혁명 이후 수천명의 사람들이 서유럽을 향해 탈출했습니다.

그리고 헝가리를 빠져나온 사람들 중에는 부다페스트 출신의 펜싱 애호가, 18세의 로베르트 가라도 있었습니다.

가라는 독일에 도착해 난민 캠프에 머무르다가 프랑스로 넘어갔고, 스트라스부르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공학 학위와 함께 펜싱도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82세인 가라는 도쿄 2020과의 독점 인터뷰를 통해 “스트라스부르에서 펜싱 지도자 학위를 받았습니다. 언젠가는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 생각했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스트라스부르에서 가라는 과들루프 출신의 의사, 로셀리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1963년에 결혼해 두 명의 자녀가 태어났고, 과들루프로의 이주를 결정하게 됩니다.

카리브해 지역의 기후는 펜싱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 당시만 해도 펜싱은 과들루프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스포츠였습니다. 하지만 가라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왼쪽부터) 로베르트 가라, 2016 리우 올림픽 에페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야니크 보렐과 아내 안니아. 과들루프 푸앵타피트르 국제공항에서.
(왼쪽부터) 로베르트 가라, 2016 리우 올림픽 에페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야니크 보렐과 아내 안니아. 과들루프 푸앵타피트르 국제공항에서.
Courtesy of Robert Gara

검보다는 마체테

가라는 “과들루프는 가면 안돼. 너무 더워서 안될거야” 라는 말을 계속 들어야 했습니다.

가라: “펜싱은 백인의 스포츠이기 때문에 과들루프에는 맞지 않는다는 말을 계속해서 들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펜싱 선수 복장을 한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란 이야기도요.”

“실제로 사탕수수를 베기 위한 마체테 사용법이나 가르쳐달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1970년대 과들루프에는 펜싱 클럽이 하나 있었지만, 가라는 농담조로 그 클럽은 “체중 감량을 원하는 항공 승무원들”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말합니다.

과들루프에 펜싱을 전하는 일은 이렇게 시작부터 엄청난 도전이었습니다.

1971: 펜싱 시설과 챔피언의 탄생

가라는 결국 시장인 헨리 방고우를 설득해 과들루프의 펜싱을 위한 예산 책정에 성공합니다. 단,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었죠.

“1970년에 푸앵타피트르의 전 시장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오래된 병원에 있는 방 하나를 내주고 장비도 얼마간 주겠네. 하지만 무료로 가르쳐야 해.’ 라고요. 네, 20년동안 그렇게 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1971년. 플레셀이 태어났습니다.

프랑스의 로라 플레셀, 2012 런던 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32강 경기에서. (Photo by Hannah Peters/Getty Images)
프랑스의 로라 플레셀, 2012 런던 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32강 경기에서. (Photo by Hannah Peters/Getty Images)
2012 Getty Images

“잘 하면 해외로 나갈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과들루프 펜싱이 걸어온 길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과들루프 펜싱 리그’는 1976년에 설립되었습니다.

6개국어를 구사하는 가라는 프랑스 해외영토에 속하는 과들루프를 중앙아메리카와 카리브해 펜싱 연맹의 대회들에 모두 출전시키겠다는 열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의 계획은 실제로 이뤄집니다.

“매년 우리는 중앙아메리카 선수권에 출전해왔습니다.”

“과거에는 성인이나 유소년 선수들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아마추어 선수들을 성인 대회에 내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드디어 국제 무대로 나가게 된 겁니다.”

“1990년에 저는 주니어 팬 아메리칸 선수권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매년 중앙, 남, 북 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로 초청되어 대회를 치릅니다.”

과들루프의 모두가 펜싱을 할 수 있는 환경에 더해 다른 나라로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지자, 섬 내에서 펜싱은 점점 인기를 얻기 시작합니다.

2016 리우에서 프랑스 에페 단체전의 키 플레이어이자 2018 세계 선수권 개인전 우승을 거뒀던 야니크 보렐은 이런 다른 나라로의 원정이 자신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보렐 : “잘 하면 해외로 나갈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과들루프 최고가 되고 중앙아메리카와 팬 아메리카 대회들에서 우리 섬을 대표하고 싶었습니다. 브라질, 콜롬비아, 미국 등지에서 대회에 나가고 싶었어요.”

“로베르트 가라는 대단한 인맥을 통해 우리가 이 대회들에 출전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프랑스 국적이기 때문에 원래는 참가가 금지된 대회들이죠.”

“하지만 가라는 과들루프의 위치를 근거로 대회 참가의 정당성을 이끌어내곤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 대표팀에 들어가고, 차기 챔피언이 되는 일을 꿈꿉니다.

저도 그 황금 세대의 일원입니다. 수많은 챔피언을 배출한 세대.

로라 플레셀과 불붙은 펜싱의 인기

과들루프에서 펜싱은 서서히 인기를 높여갔고, 1990년에는 섬에 있는 12개의 학교에서 펜싱을 가르치며 젊은 재능들을 발굴해냈습니다.

유럽, 세계 및 올림픽 챔피언인 야니크 보렐 역시 “저도 학교에서 펜싱을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로요.

그러던 1996년, 플레셀이 애틀랜타 올림픽 개인전과 에페 단체전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따냈고, 거의 하룻밤 사이에 펜싱은 과들루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2,500여명의 과들루프 사람들이 플레셀을 환영하기 위해 공항을 지켰고, 플레셀 덕분에 새로운 세대들 모두가 올림픽이 도전할 수 있는 목표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렐: “로라 플레셀의 애틀랜타 2관왕 등극으로 과들루프 펜싱은 더욱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에서 펜싱이 발전하는데 정말 많은 역할을 해줬어요.”

“저도 플레셀의 사인을 받았던 것이 기억납니다. 정말 인상적인 일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 대표팀에 들어가고, 챔피언이 되는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그 황금 세대의 일원입니다. 수많은 챔피언들을 배출한 그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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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day is Women Sports Day in France ! Apparently for some, women and sports haven’t always gone together. We will agree to say that there are still progress to make. But today we celebrate !!! I am proud to be a woman and an athlete and be able to do what I love. I hope one day all the girls and women in the world can do what they love freely and fully. In the meanwhile, I want to talk to you about these French women athletes that inspire me a lot and I want to celebrate them ⚡️⚡️ Just swipe and check them out. They are awesome😘😘 . 🇫🇷 Aujourd’hui est la journée internationale du sport féminin. Apparemment l’association des femmes et du sport n’a pas toujours été évidente et on sera d’accord pour dire qu’il y a encore des progrès à faire. Alors aujourd’hui on célèbre ! Je suis fière d’être une femme et une athlète et de pouvoir faire ce que j’aime. J’espère qu’un jour toutes les filles et les femmes pourront faire ce qu’elles aiment librement et pleinement. En attendant je voulais vous parler de ces athlètes féminines françaises qui m’inspirent beaucoup, toutes à leur manière. Je voulais les mettre à l’honneur aujourd’hui. En fait, ce post pour dire qu’elles déchirent ! ⚡️⚡️ #journeeinternationaledusportfeminin #womensports 📸 @martincolom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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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들루프 펜싱의 황금 세대는 다음의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야니크 보렐: 1988년생. 2016 리우 올림픽 에페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2018 세계선수권 개인전 우승.
  • 장-폴 토니-엘리시: 1990년생. 2016 리우 올림픽 플러레 단체전 은메달리스트.
  • 이사오라 티뷔: 1991년생. 2018 세계선수권 플러레 개인전 은메달리스트.
  • 앙조 르포르: 1991년생. 2016 리우 올림픽 플러레 단체전 은메달리스트. 2019 세계선수권 개인전 우승.
  • 아니타 블라즈: 1991년생, 2013 세계선수권 플러레 개인전 은메달리스트.
  • 다니엘 제랑: 1991년생, 2016 리우 올림픽 에페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프랑스 본국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고 메달들을 따내기에 앞서, 과들루프 출신의 펜싱 선수들은 프랑스 본국으로 넘어가 랭스에 있는 훈련 시설에서 기술을 더욱 갈고 닦습니다. 보렐, 이사오라 티뷔, 장-폴 토니-엘리시는 모두 이 캠프에서 함께 훈련하던 선수들이죠.

1988 서울 올림픽과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플러레 종목에 출전했던 이사벨 라무르는 현재 프랑스 펜싱 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도쿄 2020을 통해 프랑스 대표팀에 이런 재능들을 선발할 수 있다는 일에 대한 기쁨을 이야기했습니다.

“과들루프의 펜싱 선수들은 대단한 기술과 신체 능력을 가지고 대표팀으로 들어옵니다. 과들루프는 프랑스 펜싱 대표팀이 이뤄내온 놀라운 성과에 정말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다음 세대

자신이 시작한 과들루프의 펜싱에 대해 가라는 이제 자부심을 느낄 것입니다. 헝가리에서는 그의 삶에 대한 책들도 상당수 나와 있죠. 82세인 가라는 현직에서는 물러났지만, 과들루프 펜싱에 대한 그의 사랑은 새로운 세대들에게 그대로 전해져 있습니다.

보렐은 가라의 업적에 정말 감사하고 있으며 자주 과들루프로 돌아옵니다.

보렐: “과들루프에 돌아오면 항상 아이들을 만나려고 노력합니다. 챔피언들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일인지는 제 스스로가 아니까요. 저도 그 경험을 통해 더 멀리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얻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작은 섬 출신이라는 것이 내 앞을 가로막는 벽이 아닌, 힘이란 것을 말해주려 합니다.”

펜싱: 남자 에페 단체 | 리우 2016 리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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