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시 맥콜건, 어머니가 30년 전에 뛰었던 도쿄를 목표로

유러피언 여자 10,000m 컵 레이스에 참가 중인 영국의 에일리시 맥콜건. 2019년 런던, 잉글랜드. (Photo by Bryn Lennon/Getty Images)
유러피언 여자 10,000m 컵 레이스에 참가 중인 영국의 에일리시 맥콜건. 2019년 런던, 잉글랜드. (Photo by Bryn Lennon/Getty Images)

영국의 에일리시 맥콜건이 올림픽 10,000m 트랙에 서게 될 내년은 그녀의 어머니가 1991 도쿄 세계 육상 선수권 10,0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지 꼭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잊을 수 없는 주법

2015년. 에일리시 맥콜건은 24년만에 도쿄를 방문했습니다. 24년 전인 지난 번 방문은 생후 9개월 때의 일이었지만 그래도 맥콜건은 도쿄가 가족들에게는 정말 특별한 곳이고, 감상적인 장소라고 말합니다.

2015년 당시 맥콜건은 반도핑 컨퍼런스 참가를 위해 도쿄에 와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1년 후에 있을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의 입장이었고, 따라서 근처의 공원을 한 바퀴 뛰어보기로 했습니다.

“공원을 뛰고 있는데 한 남자가 저를 멈춰 세우더니 혹시 리즈 맥콜건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냐고 물었습니다.”

“깜짝 놀랐어요. 도쿄까지 혼자 왔고, 함께 온 가족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달리기를 하러 나갔더니 내 달리기 스타일을 알아보는 사람을 만난 겁니다. 엄마 때문에요.”

맥콜건은 내년 도쿄 올림픽으로 세 번째 올림픽 참가를 준비하는 올림피언이지만, 그녀의 어머니 역시 도쿄에서 육상으로 역사를 만들어낸 인물입니다.

올림픽이 열리는 2021년으로부터 정확히 30년 전인 1991년, 리즈 맥콜건(지금은 맥콜건-너탤)은 도쿄에서 열렸던 세계 육상 선수권에서 31분 14초 31의 기록으로 여자 10,000m 경주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에일리시가 그 날 공원에서 경험했듯, 그 당시 리즈 맥콜건이 보여줬던 큰 보폭과 파워풀한 팔의 움직임, 그리고 어깨를 꼿꼿이 세운 주법은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놀랍게도, 1990년 11월에 태어난 에일리시는 세계 선수권이 열렸을 당시에는 1살도 채 되지 않은 아기였습니다.

“도쿄는 우리 가족의 마음 속에 정말 친밀한 도시로 남아 있습니다. 1991년에 엄마가 세계 선수권 우승을 거둔 곳이니까요. 저는 1990년 11월에 태어났기 때문에 한 살도 되지 않았고, 당연히 그 때 일은 기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도 그 자리에 엄마와 함께 있었어요.”

거의 30년이 지난 지금, 에일리시는 어머니가 선수생활 최고의 승리를 거뒀던 장소, 도쿄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어머니와 똑 같은 종목, 10,000m 경주에 참가하기 위해서요.

도쿄 육상 세계 선수권에 출전한 어머니 리즈를 따라 도쿄를 방문했던 에일리시 맥콜건(9개월)
도쿄 육상 세계 선수권에 출전한 어머니 리즈를 따라 도쿄를 방문했던 에일리시 맥콜건(9개월)
Images courtesy of Eilish McColgan.

올림픽에 나가기 직전에 참가했던 경기 중 하나는 스코틀랜드 대학 선수권이었습니다. 스탠드에는 다섯 명 정도의 관중이 있었어요.

그리고는 갑자기 런던 올림픽의 출발선에 서게 되었습니다.

세 번의 올림픽, 세 가지 종목

맥콜건이 내년에 도쿄에서 10,000m 종목에 출전한다는 사실은 30년 전 어머니가 걸었던 길과 아름답게 대칭을 이룹니다. 그러나, 에일리시가 10,000m 종목에 출전하게 된 계기도 특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맥콜건은 자신의 첫 올림픽 참가였던 2012 런던에서 3,000m 장애물경주에 출전했습니다. 당시에는 국제 대회 경험이 거의 없었던 햇병아리 러너였죠.

“올림픽에 나가기 직전에 참가했던 경기 중 하나는 스코틀랜드 대학 선수권이었습니다. 스탠드에는 다섯 명 정도의 관중이 있었어요. 그리고는 갑자기 런던 올림픽의 출발선에 서게 되었습니다.”

맥콜건은 첫 올림픽에서 결선까지 올라가지 못했지만, 경험 자체만으로도 “내가 상상하고, 계획했던 그 어떤 것들보다 훨씬 더 큰”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4년 후 리우. 맥콜건은 올림픽 무대로 돌아옵니다. 이번에는 또다른 종목, 5,000m 로요.

부상 때문에 3,000m 장애물경주 경력을 조기에 마감해야 했던 맥콜건이었지만, 런던에서의 경험 때문에 4년 전처럼 “긴장하고 당황한”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리우에서 맥콜건은 5,000m 결선까지 올라갔고, 15분 12초 09의 기록으로 13위에 올랐습니다.

“좀 더 느긋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실제로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잘 뛰었고, 예선과 결선도 잘 치렀습니다. 결선에 올라가서는 개인 최고 기록에 가까운 성적도 냈어요.”

이제 도쿄 올림픽이 다가오는 가운데, 맥콜건은 또 다른 종목에서의 경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30년 전 어머니가 뛰었던 것과 같은 10,000m. 그리고 대회의 연기는 그녀가 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3,000m 주자였다가 10,000m까지 길이를 늘리는 것은 큰 도약입니다. 하지만 1년의 준비 시간이 더 생겼다는 것은 지금 보면 약간의 축복과도 같았다고 봐요. 더 강해지고, 지구력을 기를 수 있는 1년이란 시간이 더 생겼으니까.”

가족들이 이런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기록을 엄마가 딸에게 물려준 것이니까요.

가업

2019년 10월, 맥콜건은 1997년부터 깨어지지 않던 기록 하나를 깨뜨렸습니다.

어머니가 세웠던 기록이었죠.

영국에서 열리는 10마일의 도로 경주, 그레이트 사우스 런에서 51분 38초의 기록을 낸 맥콜건은 영국 여자 선수 중 두 번째로 빠른 10마일 기록(첫 번째는 폴라 래드클리프)을 세웠고, 어머니가 보유하고 있던 10마일 스코틀랜드 기록을 거의 30초나 앞당겼습니다.

기록 경신을 위한 모녀간의 우호적인 경쟁이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기록은 두 사람이 수 년간 함께 해온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에일리시의 트레이너는 어머니, 리즈 맥콜건이니까요.

“엄마는 항상 내가 자기 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부분만은 자신이 없었어요. 엄마가 얼마나 엄청난 선수였는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어머니가 수십년 전에 세운 기록들을 딸이 깨뜨리는 것으로 두 사람 모두 큰 만족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가족만의 기록으로 남게 되었으니까요.

“지난 몇 년 동안은 경주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엄마가 항상 말하는 그 레벨에서 뛰기 시작한 것이니까요.”

“딸이라서 좋은 말만 해 준 것이 아니고 솔직한 의견을 들려줬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정말 좋았습니다. 가족들이 이런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기록을 엄마가 딸에게 물려준 것이니까요. 우리 사이에 특별한 것이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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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are not willing to risk the usual, you will have to settle for the ordinary." 🙃 - 2019s been a good un! Most consistent I've ever been (well from April onwards 🤣). It feels good to be ending on a high with two Scottish records, healthy and happy! 💙 - 10.1mile splits (according to my watch but I'm assuming I ran wide on all the bends 🤣): 5.07, 5.12, 5.12, 5.20 (giraffe legs struggling round the corners🦒), 5.08, 4.57 (Michael practically abusing my ears making me think I was off pace 🏃🏼‍♀️) 5.08, 5.06, 4.54, 4.57. (⌚@polaruk_ire Vantage M) - 2019 summer season. Over and out! 🙌🏻 . . . . . . . . #summersover #portsmouth #ASICS #polar #fastgirls #fit #jj #fitness #fitspo #athletics #runner #longlegs #runnergirl #racing #motivationmo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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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멀리

내년에 열릴 도쿄 올림픽은 에일리시에게 한 주기가 마무리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30년 전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도쿄에서 영광만을 목표로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에일리시에게 만족감을 주는 원천은 트랙 위에 모든 것을 다 쏟고 달리는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개인 최고 기록을 깨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1위로 들어오든, 2위, 3위, 꼴찌든 문제되지 않습니다. 내 모든 것을 다 쏟고 온다는 것이 제가 바라는 전부에요.”

맥콜건의 야망은 도쿄에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2024 파리 올림픽까지 내다보고 있는 맥콜건은 또다시 특별한 일을 계획 중이죠. 네 번째 올림픽에서 네 번째 종목.

바로 마라톤입니다.

어머니와 다른 주변 사람들은 마라톤이 에일리시가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종목이라 보고 있지만, 에일리시 본인에게 마라톤은 생각만 해도 충격적이던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영국 대표팀에 처음 들어갔을 때, 체력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그 당시 장거리 종목을 맡고 있던 배리 퍼지가 테스트를 진행했고, 어머니에게 내가 마라토너가 되기 위한 완벽한 신체 조건을 갖췄다고 전했어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이런, 이러다 마라톤까지 뛰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하지만, 우선 에일리시의 눈앞에 놓인 것은 어머니처럼 도쿄에서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 기회가 될 도쿄 2020의 10,000m 경주입니다.

그리고 25년쯤 후에 도쿄 공원을 뛰는 맥콜건 집안의 젊은이를 누군가가 알아볼 수 있게 될 지도 모르죠. 도쿄 올림픽 영웅, 에일리시와 혹시 관련 있냐고 물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