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우정의 날 특집: 친구이자 적으로 정상을 다투는 선수들

나달의 승리를 축하해주는 페더러. 2008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 (Photo by Ryan Pierse/Getty Images)
나달의 승리를 축하해주는 페더러. 2008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 (Photo by Ryan Pierse/Getty Images)

국제 우정의 날을 맞아 도쿄 2020은 절친한 친구인 동시에 영원한 라이벌 관계인 선수들을 살펴봤습니다.

로저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 (테니스)

스위스의 로저 페더러는 38세이고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은 34세입니다. 두 사람 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지난 20년간 테니스계의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선수들로, 서로 간의 존중을 바탕으로 우정을 쌓아왔습니다.

두 사람이 맞대결을 펼친 것은 지금까지 40번이 있었고, 나달이 24승 16패로 앞서 있습니다. 하지만 페더러는 남자 테니스 역대 기록인 메이저 대회 20회 우승을 기록했고, 나달은 페더러보다 한 번이 모자란 19회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거뒀습니다.

페더러와 나달의 첫 대결은 2004년 3월이었습니다. 나달은 당시 17세였고 세계 랭킹 34위에 올라 있는 선수였지만, 당시 세계 랭킹 1위였던 페더러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며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두 사람은 39경기를 더 치렀고, 그 중 아홉 번은 그랜드 슬램 결승전이었습니다. (나달이 6승3패로 우세) 여기에는 역대 최고의 경기 중 하나로 꼽히는 2008년 윔블던 결승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경기는 5세트까지 가는 4시간 48분의 접전 끝에 나달의 승리로 마무리되었고, 윔블던 단식 결승 역대 최장시간 경기 기록과 함께 페더러의 연속 우승이 5회로 마감되었던 승부이기도 했습니다.

페더러는 잔디 코트의 강자이고 나달은 클레이코트에서는 이길 선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를 보여주듯 페더러는 윔블던 남자 단식 8회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달은 남녀 통틀어 역대 최다인 12번의 프랑스 오픈 우승을 거뒀습니다.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단식 준결승. 아르헨티나의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를 꺾고 기뻐하는 스위스의 로저 페더러.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단식 준결승. 아르헨티나의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를 꺾고 기뻐하는 스위스의 로저 페더러.
Clive Brunskill/Getty Images

페더러: “라파는 저를 더 나은 선수로 만들어 줍니다. 연습을 더 열심히 하고, 추가로 훈련을 더 해야 한다는 결의가 생기게 해줘요.”

코트에서 처음 맞대결을 펼친 이후로 1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두사람은 여전히 정상을 지키고 있으며 라이벌 관계도 계속해서 유지되었습니다. 정말 엄청난 일이죠. 당연히 두 사람은 서로를 정말 존중합니다. 이 역시 두사람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되겠네요.

페더러: “우리가 실제로 이 정도까지 친해졌다는 것은 저 자신도 놀랄 정도입니다. 정말 치열한 경쟁 관계를 이어왔으니까요. 하지만 사실 서로의 존재가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경쟁 관계는 테니스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봐요.”

나달: “최고의 라이벌 중 한 명을 친구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한편, 두 사람 모두 도쿄 2020 출전 의사를 밝혔고, 남자 단식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한 번도 차지하지 못했던 페더러는 도쿄에서 그것을 이루겠다는 목표입니다. 반면 나달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두 사람은 올림픽에서는 맞대결을 펼쳤던 적이 한 번도 없으며, 만약 도쿄에서 두 사람의 맞대결이 펼쳐지게 된다면 아마도 테니스 역사의 새 장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리우 데 자네이루, 브라질 – 8월 11일: 서브를 넣는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 2016 리우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 3라운드 경기에서.
리우 데 자네이루, 브라질 – 8월 11일: 서브를 넣는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 2016 리우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 3라운드 경기에서.
Clive Brunskill/Getty Images

르노 라빌레니와 아르망 듀플란티스 (육상, 장대높이뛰기)

살짝 다른 종류의 우정입니다. 르노 라빌레니는 몬도 듀플란티스를 2013년부터 알아왔지만, 그 당시 듀플란티스는 14살도 되지 않은 아이였고 라빌레니는 26세의 올림픽 챔피언이었으니까요.

르노 라빌레니: “몬도를 알게 된 건 2013년부터입니다. 그가 13살 때요. 이미 3.80m를 뛰던 아이였습니다. 곧바로 서로에 대해 좋은 느낌을 받았고, 연락을 계속 했어요. 몬도가 5.80m를 뛰었을 때 메시지를 하나 보내줬고, 그때부터 우정은 깊어 졌습니다.”

“이후 클레르몽페랑에 있는 제 집으로 와서 며칠간 훈련도 했습니다. 장대높이뛰기 동료 선수라는 단순한 관계를 넘어 진정한 우정이 생겨났죠. 우리는 매일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듀플란티스가 라빌레니의 세계 기록을 깨뜨려버리는 분명한 라이벌 관계임에도 두 사람의 우정은 신기록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신나서 펄쩍 뛰어오르지도 않았어요. 사람의 감정이니까. 그냥 그가 잘 해내서 기뻤습니다. 그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고 정말 자랑스러웠어요.”

라빌레니는 듀플란티스가 두 번째 세계 신기록을 세웠을 때는 감탄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두 번째 기록이 더 대단합니다. 동작이 더 유연해졌고, 흔들림도 줄었어요. 도약의 실행에서도 조화가 더 잘 이뤄졌습니다. 더 높이 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어요.”

그러나, 내년 도쿄에서 두 친구는 금메달을 놓고 경쟁하게 됩니다.

라빌레니: “저는 전술적인 면에서는 아주 경쟁적이 될 수 있습니다. 필요한 때에 필요한 점프를 한다. 대회에서는 완벽하죠. 이런 대회들에서는 마음가짐, 부담감, 목표가 다 다릅니다. 경기에서는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게 되죠. 하지만, 반전들이 있는 대회에 다시 참가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기노 고스케와 세토 다이야 (수영)

어릴 적 친구이자 최대의 라이벌, 하기노 고스케와 세토 다이야는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놓고 다시 맞붙게 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하기노와 세토에게 이런 대결은 얽히고 설킨 두 사람의 커리어에서 이미 일상적인 일이 되어 있습니다.

하기노는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400m 개인 혼영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다이야가 아니었다면 이 자리까지 올 수 없었습니다.” 라는 말을 했습니다. 같은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세토는 이렇게 답했죠. “고스케가 있어서 제가 동메달을 딸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영원한 라이벌이자 영감을 불어넣는 존재로 보고 있습니다.

하기노와 세토는 둘 다 1994년생입니다. 도치기, 사이타마의 다른 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이들은 전국 대회들에 출전하며 초등학교 시절부터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한 때 세토는 수영 신동으로 불리며 주니어 신기록을 계속해서 세워 나갔던 하기노와 자신이 같은 레벨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죠. 그러나, 중학교 2학년 때 세토가 처음으로 하기노를 이기며 두 사람은 서로를 잠재적인 라이벌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왼쪽부터) 일본의 하기노 고스케, 미국의 채이스 캐일리쉬, 일본의 세토 다이야.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400m 개인혼영 결선
(왼쪽부터) 일본의 하기노 고스케, 미국의 채이스 캐일리쉬, 일본의 세토 다이야.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400m 개인혼영 결선
Al Bello/Getty Images

두 선수의 주 종목은 같은 개인 혼영이지만 가장 선호하는 영법은 다릅니다.

하기노는 배영과 자유형에 강하고 세토는 접영과 평영에서 빛을 발하죠. 두 사람의 성격도 선호하는 영법처럼 완전히 다릅니다. 하기노는 조용하고 머릿속으로 분석하기를 좋아하는 반면 세토는 느긋하고 본능적으로 움직입니다. 이런 다른점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이런 다른 점 때문에 두 사람은 아주 잘 어울립니다. 세토 본인도 하기노와 친한 것이 정 반대의 성격 때문이라고 인정할 정도로요. 절친한 사이인 두 사람은 가끔 쉬는 날을 함께 보내기도 합니다.

올림픽 메달에서는 런던과 리우에서 딴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하기노가 앞서 있습니다. 하지만 세토는 2013년과 2015년 세계 수영 선수권에서 남자 400m 개인 혼영 2연패를 달성해냈고, 2019 세계 수영 선수권에서는 200m와 400m 개인 혼영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도쿄 2020의 일본 수영 대표팀에 일찌감치 이름을 올렸습니다. 반면 하기노는 올림픽 출전 자격 획득을 위해 4월로 예정된 전국 수영 선수권까지 기다려야 하죠.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가 내년 도쿄에서도 다시 한 번 펼쳐질지, 모두가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토 미마와 히라노 미우 (탁구)

같은 나이로 어릴 적부터 치열한 경쟁을 펼쳐온 ‘친구이자 적’ 관계의 한 쌍은 또 있습니다. 탁구 선수인 이토 미마와 히라노 미우.

두 사람은 다섯 살 때부터 여자 복식조를 이뤘고, 다수의 국제 대회에서 최연소 기록들을 세웠습니다. “미우-미마”조로 불리는 두 사람은 모두 2000년생이며 이제는 단식 종목에서도 탁구 강국인 중국을 위협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먼저 큰 성과를 달성한 것은 이토였습니다. 15세의 나이로 2016 리우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했던 이토는 단체전 동메달 획득에 기여했고, 탁구 역대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기록되었습니다. 하지만 대표팀의 예비 선수로 리우에 함께 갔던 히라노는 이토의 목에 동메달이 걸리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히라노: “복잡한 느낌이었습니다. 실망했지만, 그와 동시에 팀이 메달을 따서 기뻤어요.”

히라노는 리우에서의 실망감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2016 리우 올림픽 두 달 후에 열렸던 탁구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죠. 이는 1996년 첫 대회가 열린 이래로 중국 선수만이 우승을 거둬온 탁구 월드컵의 역사를 깨뜨린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해, 1월에 열린 전일본 탁구 선수권에서 히라노는 당시 대회 3연패를 기록중이던 이시카와 카스미를 꺾고 16세 9개월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해 6월에 열린 세계 탁구 선수권에서는 단식에서 일본 여자 탁구 48년만의 동메달을 따냈고, 정상을 노리는 월드 클래스 선수로 빠르게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히라노 미우와 이토 미마. 2015 ITTF 아시아 탁구 선수권 여자 복식 준결승 경기에서
히라노 미우와 이토 미마. 2015 ITTF 아시아 탁구 선수권 여자 복식 준결승 경기에서
Robertus Pudyanto/Getty Images

히라노에게 따라 잡힌 듯 보였던 이토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2018년 1월의 전일본 탁구 선수권 결승에서 두 사람이 맞붙었고, 이토가 히라노를 꺾으며 첫 우승을 거둡니다. 그리고 같은 대회에서 이토는 여자 복식과 혼합 복식 우승까지 거두며 17세 3개월의 나이로 최연소 대회 3관왕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되죠. 또한, 다음해에도 전일본 탁구 선수권에서 3관왕에 오르는 것으로 일본 여자 탁구의 에이스로 확실히 자리잡았습니다.

이토: “미우는 제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라이벌이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히라노도 이토와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아주 잘 지냅니다. 하지만 미마를 상대로 지면 정말 실망스러워요. 미마도 저한테 지면 크게 실망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항상 이래왔어요.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 주는 관계.”

2020년 1월, 이토와 히라노는 모두 2020 도쿄 올림픽 일본 탁구 대표팀에 선발되었습니다. 이토는 여자 단식, 여자 단체, 혼합 복식의 세 종목에 출전할 예정이며 히라노는 여자 단체전 종목에 출전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던 두사람이 이제 마침내 최고의 무대에 함께 서게 되는 것입니다.

2014 ITTF 월드투어 그랜드 파이널 여자 복식 준결승에서 승리한 히라노 미우(와)와 이토 미마(우).
2014 ITTF 월드투어 그랜드 파이널 여자 복식 준결승에서 승리한 히라노 미우(와)와 이토 미마(우).
Robertus Pudyanto/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