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타 데구치: “캐나다 최초의 유도 금메달이 목표”

캐나다의 크리스타 데구치(흰색)와 러시아의 아나스타샤 콘키나(청색). 2019 세계 유도 선수권 여자 -57kg급 C조 경기. (Photo by Kiyoshi Ota/Getty Images)
캐나다의 크리스타 데구치(흰색)와 러시아의 아나스타샤 콘키나(청색). 2019 세계 유도 선수권 여자 -57kg급 C조 경기. (Photo by Kiyoshi Ota/Getty Images)

크리스타 데구치는 자신의 뿌리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올림픽에도 출전하기 위해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캐나다 대표팀을 선택했습니다.

세계 랭킹 1위인 크리스티나 데구치는 일본에서 캐나다로 대표팀을 옮길 때 감수해야 할 위험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그 덕분에 올림픽 출전을 위해 맞는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데구치는 일본 나가노에서 일본인 어머니와 캐나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2020 도쿄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일본 대표팀이 아닌 캐나다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캐나다에 비해 일본에서는 대표팀에 선발될 가능성이 더 낮기 때문입니다.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캐나다 측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때 저는 일본 대표팀 소속이었고, 국적을 바꿀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2017년에 캐나다는 다시 연락을 해왔습니다.”

일본과 캐나다를 놓고 고민하는 데구치에게 올림픽 출전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나라를 선택하도록 조언해준 것은 바로 데구치가 3살 때부터 함께해온 스승이었습니다.

“가족들과 코치들, 그리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국적을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결국 2017년, 22번째 생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데구치는 캐나다 국적을 선택한다는 뜻을 밝히며 공식적으로 일본 대표 자격을 포기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중국적자의 경우 만22세가 되기 전에 국적을 선택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쿄 2020을 향한 데구치의 여정은 험난했습니다.

캐나다 대표팀에 선발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승인을 받아야 했고, 그 전에는 대표팀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국제유도연맹의 규칙에 따르면 이중국적을 가진 선수들은 국적을 변경한 이후 3년 동안은 국가대표로서 경기에 출전할 수 없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일본에서 몇 년 동안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못했던 상황이었고, 그 기간으로 인해 국적 변경과 동시에 캐나다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데구치는 캐나다 국가대표로서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게 되었습니다. 물론, 데구치가 상대하는 선수들 중에는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일본 대표팀 선수들도 있죠.

새로 쓰이는 역사

완전한 캐나다 대표팀 선수가 된 데구치는 자신의 첫 메이저 대회 우승과 2018 세계 선수권 동메달 등의 놀라운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은 한층 더 특별한 한 해였습니다. 2019년 세계 유도 선수권 57kg급 결승에서 옛 동료인 일본의 요시다 츠카사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캐나다 최초의 유도 세계챔피언이 되는 역사를 썼던 것입니다. 그리고 2019년 선수권대회를 치르는 동안, 데구치의 곁에는 늘 아버지가 함께했습니다.

일본 무술의 고향으로 유명한 일본 무도관에서 일본 관중들이 지켜보는가운데 거둔 세계 선수권 우승. 데구치의 아버지는 캐나다 대표팀을 선택한 딸의 결정과 그것이 이뤄낸 성과가 이보다 더 자랑스러울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캐나다 대표로 금메달을 딴 것은 특별하기도 했고 제 커리어 최고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경기에 있어서 세세한 사항들이나 제가 어떤 결과를 이뤄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최대한 마음을 비우고, 제가 어떻게 상대를 넘어뜨릴 수 있는지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데구치의 연승 행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초 전세계적으로 락다운이 시행되기 전, 데구치는 파리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하며 국제 무대에서 4번째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파리 그랜드슬램은 데구치가 가장 좋아하는 국제 대회 중 하나로, 전 세계챔피언인 도르수렌 스미야(몽고)를 꺾은 기억이 있는 대회입니다.

또한 데구치는 파리 그랜드슬램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최강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저도 모르겠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파리와 인연이 있나 봅니다! 파리에서 대회를 하면 정말 즐겁고, 전반적인 분위기도 굉장히 좋습니다. 파리 관중들의 에너지가 대회 기간 동안 크게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유도, 그리고 고양이

캐나다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지만, 데구치가 일본과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낸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일본은 데구치가 3살 때 유도를 시작해 언니, 오빠들과 함께 놀며 도장을 누볐던 나라이기 때문이죠.

데구치는 여전히 일본에서 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나가노에서 야마나시로 이사한 이후 현재는 야마나시가쿠인 대학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지만, COVID-19로 인해 데구치의 일상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훈련할 수 있는 전용 체육관을 찾았고, 유산소 훈련도 더 늘렸습니다.”

“혼자 훈련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기도 하고, 저를 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제한적일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트레이너들도 이 상황에 최대한 잘 맞출 수 있게끔 제 루틴을 바꿨습니다.”

또한 데구치는 옛 동료인 일본 대표팀 선수들과도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내 데구치의 인기도 여전히 식지 않고 있죠.

“예전만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만나면 사실상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말 좋아요.”

한편,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낯선 상황에서 데구치의 곁을 지키며 정신적으로 약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은 바로 2마리의 고양이, 튜나와 마요입니다.

“네, 고양이들과 함께 격리 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양이들과 놀고 시간을 보내면 휴식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고양이들과 함께 휴식기를 보내는 와중에도 데구치는 유도를 그리워하고, 어서 실전으로 복귀해 도쿄 2020을 향한 준비를 이어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쿄 1964에서 유도가 올림픽 무대에 데뷔했던 장소, 무도관에서 다시 올림픽 유도 경기들이 펼쳐질 예정인 가운데, 데구치에게 내년 올림픽은 스스로의 실력을 선보일 수 있는 가장 큰 무대가 될 것입니다. 데구치에게 유도란 올림픽 정신과 가치를 담고 있는 종목이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 유도에서는 승패를 떠나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상대 선수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경기 중이나 전후에 제 감정을 다스리려고 노력합니다.”

“상대 선수들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열심히 훈련했고, 그것만으로 존경받아야 마땅합니다.”

도쿄 2020에서의 경쟁자

데구치가 도쿄 2020 진출권을 따낸다면, 데구치와 일본의 요시다 츠카사가 펼칠 경쟁 구도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쏠릴 것입니다.

전일본 주니어 유도 선수권대회에서 데구치가 요시다를 꺾었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두 선수는 유도 매트 안팎에서 경쟁을 계속해왔습니다. 

데구치와 요시다는 국제 대회에서도 서로와 겨룬 적이 있으며 만날 때마다 누가 더 뛰어난 선수인지를 보여주려는 듯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요시다가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하자, 이듬해 대회에서는 데구치가 요시다의 금메달을 빼앗아왔습니다. 이로써 데구치가 요시다와의 상대 전적에서 2-1로 앞서게 되었고, 요시다는 내년에 다시 데구치와 대결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요시다는 세계선수권대회를 마무리한 뒤 “도쿄 2020 결승전에서 만나면 데구치를 꺾을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습니다.

하지만 이미 도쿄 2020 진출권을 확보한 요시다와 달리, 데구치는 도쿄행 티켓을 따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몇 번 더 경기를 소화하고 싶고, 올림픽 참가 자격을 따내려면 아직 플레이오프에서 캐나다 동료들과 더 겨뤄 이겨야 합니다.”

하지만 데구치는 요시다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을 경쟁 상대로 보고 있습니다. 데구치의 -57kg급은 여자 유도에서도 특히 경쟁이 심한 체급이기 때문입니다.

“57kg급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이 잠재적인 경쟁 상대입니다. 여자 유도에서 가장 경쟁이 심해요.”

“물론 제 목표는 캐나다 최초로 올림픽에서 유도 금메달을 따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우승 후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57kg급은 유도에서 가장 치열한 부문 중 하나고, 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최고의 상태여야 합니다.”

유도에서는 일본이 39개의 올림픽 금메달과 함게 여전히 강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기량이 정점에 오른 데구치는 이제 캐나다의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