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헌트: 서둘러 역사에 이름을 남기다

보로스, 스웨덴 - 2019년 7월 20일: 여자 200m 결승전 승리 후 자축하는 영국의 에이미 헌트 (Photo by Maja Hitij/Getty Images for European Athletics)
보로스, 스웨덴 - 2019년 7월 20일: 여자 200m 결승전 승리 후 자축하는 영국의 에이미 헌트 (Photo by Maja Hitij/Getty Images for European Athletics)

2019년 6월, 에이미 헌트는 독일 만하임에서 18세 이하 200m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도쿄2020과 독점 인터뷰를 가진 헌트는 대회 연기가 자신에게 일어난 최고의 사건인 이유를 설명합니다.

주체할 수 없는 열기

열기.

에이미 헌트가 그 경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입니다. 그 경주는 그녀의 삶을 순식간에 변화시켰습니다.

최고의 주니어 라이벌 선수를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렸던 첫 100m 구간도 아닙니다. 상대방의 추격의 의지를 꺾는 완벽하고 폭발적인 코너 공략도 아닙니다. 22.42초로 세계 신기록을 세우던 골인 순간도 아닙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헌트의 뇌리에 남아있는 것은 '열기'입니다.

헌트는 "경기장이 너무나 뜨거웠습니다! 출발선에 대기하고 있는 순간에도 제 손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경기를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였죠. 최대한 빨리 출발 신호가 울리기를 기도했습니다. 너무나도 뜨거웠거든요."라며 당시를 회상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질주하는 순간에도 발이 타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제 발이 얼마나 뜨거웠나, 전반적인 기억은 그렇습니다."

"마지막 50m는 모든 걸 인내하며 그저 무아지경으로 달리는 느낌이었죠."

헌트는 인내 그 이상을 해냈습니다. 헌트는 그 경주의 세세한 부분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녀의 경기력은 세상에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았습니다.

헌트는 그녀 이전의 18세 이하 여자 선수가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나이를 불문하고 영국 200m 선수가 기록한 역대 3위의 기록이었습니다.

지난해 전까지는 200m를 많이 달려보지 않았습니다

200m라는 종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좋아하지 않는 종목을 지배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에이미 헌트가 200m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전까지 헌트는 200m 실외 경기를 다섯 번 정도 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경기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신기록을 내기 전까지 제가 가장 선호하는 종목은 100m 였습니다."

"200m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해 전까지는 200m 별로 달려본 적도 없습니다. 200m 경기를 하고 바닥에 주저앉으면 어지럽고 기절할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날따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헌트와 코치는 200m에 참가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곧 역사를 만들어 냅니다.

"당시 200m에 참가한 유일한 이유라면 전 주에 주니어 대회에서 100m를 뛰었기 때문입니다. 유럽 주니어 선수권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반 쯤은 재미삼아 출전한 것입니다."

"전 주에 세 번이나 100m를 뛰었기 때문에 기분 전환도 할 겸 '이번엔 200를 뛰자!' 이렇게 된 거였습니다."

경주가 끝나자 헌트의 스파이크는 말 그대로 녹아내렸고, 그녀의 인생과 200m 세계 기록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서야 스파이크를 벗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수들끼리 모여 앉아 서로의 스파이크를 비교해 봤는데...정말 스파이크 밑창이 다 녹았더군요. 브랜드와 상관 없이 밑창의 플라스틱 부분이 모두 녹아내린 상태였습니다."

"경기장 트랙이 너무 너무 뜨거웠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의 스파이크가 녹아 내릴 정도였으니까요."

"말이 안될 정도로, 여러모로 뜨거운 날이었습니다."

다재다능한 헌트

에이미 헌트는 재능이 많습니다.

18세 이하 세계 신기록 보유자이기도 하지만, 스웨덴 보로스에서 열린 20세 이하 유럽 선수권에서도 압도적인 실력을 과시했습니다. 200m 금메달 획득은 물론이고 영국 육상 기자단이 선정한 '올해의 젊은 여자 선수상'도 수상했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그녀의 재능을 전부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헌트가 이제 겨우 18살이고 마음 먹은 것은 전부 이뤄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케임브리지 대학 영문학과 입학 허가를 받은 헌트는 현재 자신이 훈련 중인 영국 최고의 체육 대학 러프버러를 사이에 두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헌트는 재능있는 첼리스트로 학교에서 현악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영국 내 봉쇄 조치로 활동을 멈춘 상태입니다.

보통 사람들에게 학과 공부와 음악 동아리 활동, 육상 훈련을 병행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엄청나게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에이미 헌트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헌트는 자신의 열정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나중에 지금을 돌이켜 보면 '맙소사, 도대체 어떻게 이걸 다 할 수 있었지'라고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다보니 다 하게 되더군요. 전부 제가 좋아하는 일입니다. 항상 바쁘게 지내는 것이 좋습니다."

"원래 이렇게 지내왔기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봐도 조금 놀랍기는 합니다."

"정말 멍청할 정도로 바쁘네요."

보로스, 스웨덴 - 2019년 7월 19일: 여자 200m 1라운드에 참가한 영국의 에이미 헌트 (Photo by Maja Hitij/Getty Images for European Athletics)
보로스, 스웨덴 - 2019년 7월 19일: 여자 200m 1라운드에 참가한 영국의 에이미 헌트 (Photo by Maja Hitij/Getty Images for European Athletics)
2019 Getty Images

즐거운 격리 생활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세상 대부분이 봉쇄 국면에 돌입한 지금, 헌트의 일상도 많이 변했습니다.

세계 신기록을 세울 때와는 무척 다른 상황입니다.

"엄청나게 바쁜 일상을 보내다 이렇게 잠시 쉬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휴식을 취하다 장난도 치고 어머니랑 산책도 가는 일상이 좋네요. 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거든요. 지금까지는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지금도 헌트는 훈련 루틴을 지키고 있습니다. 차고에 훈련장을 만드는 등, 주위 환경을 이용해 몸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는 큰 공원 근처에 살기 때문에 그 곳에서 훈련을 하거나 빈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또 근처에 언덕이 있어서 오르막 달리기 훈련을 하면서 스피드 강화 훈련을 하기에도 좋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거주지 근처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게 참 행운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헌트의 삶을 변화시킨 것이 있다면 올해 연말 시험이 취소됐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A 학점을 노리고 있던 헌트에게는 시험 공부를 하는 대신 다른 일을 할 시간이 많이 늘었습니다.

"원래 제 첫 번째 시험이 지난 주였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재시험 같은 것들로 골치가 아팠을 겁니다. 부모님과 이렇게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없었을 테고요."

도쿄를 바라보다

헌트는 당연히 2020 도쿄 올림픽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인터뷰 주제가 내년 올림픽에 바뀌자, 헌트는 대회 일정 연기에 대한 기쁨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헌트에게 남은 1년은 세계 최고 대회에서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더 발전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저에게는 매우 긍정적인 사건입니다. 올해에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추가로 1년이 시간이 생겼기 때문에 저에게는 무척 좋은 일입니다. 이 시간을 이용해 저는 더 강해지고 빨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긍정적인 부분이 다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에게는 무척 좋은 일이고 대회가 시작되면 저에게 무척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헌트가 도쿄 올림픽에 참가한다면 그녀의 우상들과 시합을 하게 됩니다. 그녀가 항상 우러러보던 선수들이 이제는 그녀의 경쟁자가 된 것입니다.

이는 헌트가 항상 바라왔단 일입니다.

"올해 초 저는 섈리 앤 프라이저 프라이스와 함께 경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겪은 일 중에 가장 믿을 수 없는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오랫동안 TV에서 그녀의 모습을 봐았는데 두세 레인 옆에서 같이 경기를 하고 있다니!"

하지만 헌트는 스스로 그들과 경쟁할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자기 또래 선수들에게 우상과 같은 선수들과 나란히 설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쟁취한 것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도 그들을 우러러보는 팬 입장인 것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항상 디나 애셔-스미스를 존경했고 대릴 네이타를 우러러 보는 입장이었죠. 그리고 지금은 그들이 사는 세상 근처에 근접한 느낌입니다."

"만하임에서 대릴 네이타를 만났는데 경기가 끝난 후에 저를 와락 안아주더군요. 저는 '와, 이거 너무 이상한데. TV에서만 보던 사람이 나를 축하해주고 있어!'라는 생각이 들어라구요."

경기가 시작되면 저는 거기에 완전히 몰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남은 1년은 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헌트의 승리 방정식

어떤 선수들은 압박감을 느낄 때 좋은 성적을 내곤 합니다. 하지만 에이미 헌트의 경우 지난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대회를 돌이켜 보면 헌트는 압박감이 없을 때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습니다.

"대회 이후에 참 많이 생각해 봤습니다. 그저 대회를 즐기려고 해서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있었던 것일까요? 저는 확실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가 매우 편안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일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그저 즐기자, 즐기고 오자!'입니다. 이러면 최선의 결과 따라오더군요.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면 너무 긴장하거나 노력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도 비슷하게 준비할 예정입니다.

"스스로 부담 주지 않을 생각힙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전에는 해본 경험과는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기 자체만 놓고 본다면 저는 거기에 완전히 몰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남은 1년 동안 제 기량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때 상황은 지켜봐야 하겠지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촉망받는 육상 선수인 헌트에게는 도쿄 올림픽 준비를 위한 시간이 1년 더 생겼습니다. 내년 여름 도쿄의 날씨가 매우 덮고 습할 것으로 예상 되기 때문에 에이미 헌트가 다시 한번 놀라운 일을 벌일지도 모르겠습니다.